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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리 오래 걸렸나?

김부삼 기자  2007.05.22 2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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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따가운 햇살 아래 철마(鐵馬)는 마침내 분단의 현장을 뚫고 달렸다. 17일 오전 11시30분쯤 남측의 경의선 문산역과 금강산역을 출발한 두 대의 철마는 한반도를 두 동강 낸 폭 4㎞의 비무장지대(DMZ)를 통과했다. 한반도의 땅길과 바닷길, 하늘길이 완전히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56년만에 남과 북을 가른 철마는 50여년간 잠들어 있던 철도 위를 미끄러지며 민족사적으로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또 철길을 열면서 남북 물류 인프라 완성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점도 큰 수확이다. 2000년 남북 직항기로 하늘길이 열렸고, 육로와 해로가 차례로 뚫린 데 이어 마지막으로 철길이 이어진 셈이다.
이날 각 언론들은 하늘과 바다, 땅까지 모두 뚫렸다며 의미 부여했고, 6.15공동선언 이후 금강산관광, 개성공단과 함께 3대 경협사업 가운데 철도, 도로 연결사업도 일단락되면서 앞으로는 수산업, 광업 등 새로운 분야까지 경협을 넓힐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북의 개성까지 정기열차가 달린다면 개성공단의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고 일단 물꼬가 트인 만큼 한반도종단철도(TKR)가 러시아횡단철도(TSR)나 중국횡단철도(TCR) 등 대륙철도와 이어지는 것도 먼 장래의 이야기는 아니다.
코트라의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에서 모스크바까지 1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의 화물을 운송할 때 해로는 30일(운임은 2213달러)이지만, TSR를 이용하면 운송기간은 절반인 15일(운임은 1822달러)이 걸린다. TSR와 관련, 남북한과 러시아는 조만간 3국 철도장관 회의 개최를 검토중인 상황이다.
하지만 정식 개통을 위해서는 항구적 군사보장 조치와 북한 철도 시설의 현대화 작업 등이 선행되어야 하고, 낙후된 북한 철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한반도 정세 호전과 북한 군부의 태도 변화도 주시해야 한다.
◆혈맥이 통하다
분단 반세기를 넘어서 남북의 철도길이 다시 열렸다. 지난 1951년 6월 운행이 중단된 서울, 개성간 경의선 철로가 다시 연결돼 56년만에 철마가 38선을 넘어 개성으로 향했다. 6.25 전쟁이 벌어진 50년 중단된 동해선도 57년만에 다시 복원돼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의 철마가 남한을 방문했다.
남북은 이날 경의선 문산역과 동해선 금강산역에서 각각 '남북 철도연결구간 열차 시험운행' 기념행사를 가진 뒤 오전 북측 개성역과 남측 제진역을 향해 열차를 동시에 발진시켰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권호웅 북측 내각책임참사 등 남북 탑승객 150명을 태운 디젤기관차는 이날 오전 11시28분께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문산역을 출발해 도라산역과 남방한계선을 지나 낮 12시18분께 군사분계선을 통과했다.
또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과 김용삼 북측 철도상 등 탑승객을 태운 동해선 열차도 북측 금강산역을 출발한 뒤 이날 낮 12시21분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12시33분께 우리측 제진역에 도착했다.
이재정 장관은 기념사에서 "한반도를 하나로 연결하는 종합적 물류망을 형성해 남북경제 공동체 형성과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에 기여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도 "이제 저 열차는 민족 염원과 지향을 그대로 안고 통일의 이정표를 향해 달릴 것"이라면서 "우리 겨레는 더 큰 하나가 돼 민족 공조의 궤도를 따라 달려야 하며 절대로 탈선하거나 주춤거리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은 지난 2000년 7월과 9월 장관급회담에서 각각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에 합의하고 2002년 4월에는 동해선 철도, 도로 연결에 합의한 바 있다.<자세한 내용은 시사뉴스 통권307호(5월28일자 발행)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