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등 각 당대표와 대선주자들은 불기 2551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일제히 불심(佛心)잡기에 나섰다. '부처님 오신 날'인 24일 오전 10시.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는 흐린 날씨 속에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앞뜰을 가득 메운 신도 2000여명은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와 함께 합장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이날 법요식엔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 중도개혁통합신당 김한길 대표, 민주당 박상천 대표,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 등은 이날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김근태·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 민노당의 3주자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의원이 모두 참석했고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도 보였다. 범여권에선 일본을 방문중인 한명숙 전 총리를 제외하곤 대선 예비주자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마하 반야 바라밀"로 시작하는 반야심경을 함께 읽고 아기부처상을 물에 씻기는 '관불의식'을 지켜보며 부처님오신날의 뜻을 기렸다.
노무현 대통령은 김종민 문화부장관이 대신 읽은 봉축메시지를 통해 "불교는 우리 민족과 고락을 같이 하며 찬란한 문화를 창조하고, 국난극복과 국가발전에 큰 힘이 되어줬다"며 "이제 선진한국을 만드는 일에 힘을 모아가야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무엇보다 신뢰와 통합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여야 한다"며 "상대가 옳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고 결론에 대해서는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법전(法傳) 조계종 종정은 "부처는 본래 나지 않아 오고 감이 없고 법은 본래 없어지지 않아 온 누리에 가득하다"며 "마음 밖에 따로 법이 없으니 눈앞에는 청산이 가득하구나"라는 법어(法語)를 전했다.
대선주자들은 대부분 비(非)불교 신도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조계사 봉축법회에 일제히 참석했다. 각 진영은 초청을 받아 갔을 뿐이라며 정치적인 함의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전 시장은 조계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다. 입적한 조계종 법장스님과는 동갑내기 친구로, 생전 각별한 우정을 나눴다. 이 전 시장은 법장스님의 추도식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시를 하나님에게 헌납하겠다"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는 만큼 그가 누구보다도 불교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그가 '걸어다니는 불심'이란 얘기를 듣는 주호영 의원을 측근으로 두고 있는 것도 불교계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박 전 대표는 가톨릭 신자에 가깝지만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고 육영수 여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 영정이 봉안된 서울 북한산 도선사와 인연이 깊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는 마음이 울적하거나 정치적으로 어려울 때 사찰을 즐겨 찾고 있다. 그 역시 '불교계 마당발'로 통하는 정병국 특보를 측근에 두며 불교계와 인맥을 쌓아가고 있다.
기독교 신자인 손학규 전 지사 역시 불교계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한나라당 탈당을 앞두고 장고에 빠졌을 때, 전진코리아 행사 직후 강원도 사찰로 잠적한 것은 그의 평상심의 근원이 '사찰'임을 은연중에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손 전 지사는 봉은사 명진 스님과는 오래 전부터 만남을 이어오고 있으며 화엄사 종걸 스님, 백담사 오현 스님과도 친분이 남다르다. 한 측근은 "손 전 지사는 30년 전 신혼여행을 간 낙산사의 추억을 가끔 끄집어낸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인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정치적 고비 때마다 산사를 찾는다. 2004년 총선 직후 입각 여부를 고민할 때나 장관직을 사임하고 당에 복귀해 당의장 경선 출마를 고민할 때도 그는 전남 장성의 백양사를 찾았다. 김혁규 의원도 불교계 공략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으며 웅기(雄氣)라는 법명을 가진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24~25일 5개의 사찰을 방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