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단일화든 대통합이든 나는 어느 쪽을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국민의뜻을 잘 생각하고 마지막 단일화는 틀림없이 할 수 있도록 잘하라."…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훈수정치' 논란에 휩싸여 있는 김 전 대통령이 29일에는 민주당 박상천 대표를 만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박 대표로부터 김 전 대통령이 훈수를 듣는 모양새가 됐다. 50분 가량 진행된 두 사람의 회동에서 발언 양은 '45분(박대표) 대 5분(DJ)' 였다고 배석했던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이 전했다.
유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면담에서 박 대표는 민주당의 당론과 본인의 소신 그리고 대선관련 복안에 관해 설명을 했고, 김 전 대통령은 주로 박 대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선(先) 중도개혁세력 통합, 후(後) 후보단일화에 대한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면담이 시작되자 마자 "보도에 보면 대통령께서 민주당의 통합 방안과 대선 전략에 대해 걱정을 하시는 것 같은데 설명을 드리려고 왔다"면서 "저희는 중도개혁세력을 대통합해서 후보 단일화를 하면 능히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 대표는 또"소위 (열린우리당이 요구하는) 대통합을 하면 이번 대선에서 승리가 어렵다. 열린우리당은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해 대선때까지 회복할 수 없다"고 기선을 제압했다. 그는"지난 4·25 재.보궐선거가 새로운 희망을 보여줬듯이, 국정실패로부터 자유로운 세력이 한나라당과 대결하면 승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만일 중도개혁통합정당을 만들고 우리당 잔류세력이 대선후보를 낼 경우 표가 갈라질 경우가 있다"고 우려하며"그래서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대선승리의 복안을 내놓았다. 그는"11월쯤 돼서 어느 쪽이든 지지도가 미미한 후보를 사퇴시킬 것"이라며 "만일 지지도가 비슷하게 나오면 단일화 협상을 해서 'DJP연합'처럼 단일화하는데 발 벗고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대통령이 조금만 도와주시면 된다"며 "극소수의 국정실패 책임자만 제외하고 친노파던 민주노동당이던 모두 포용해서 한나라당과 맞서겠다"고 김 전 대통령을 설득했다.
박 대표의 장시간 설명을 들은 김 전 대통령은 "박 대표가 연구를 많이 했다. 후보단일화든 대통합이든 나는 어느 쪽을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국민의뜻을 잘 생각하고 마지막 단일화는 틀림없이 할 수 있도록 잘하라."고 말했다. 이처럼 박 대표가 김 전 대통령 면전에서 배제론을 고수하며, 대통합에 결사 반대함에 따라 범여권 통합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민주당 내부에서 박 대표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질지가 우선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