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DJ) 전 대통령은 30일 "역대 대선에서는 후보가 먼저 부각되고 그 중심으로 연합이나 통합이 이뤄졌는데 이번에는 정당이 중심이 돼 '대통합정당'을 만들어 내고 후보를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동교동 자택에서 열린우리당 이해찬 전 총리의 예방을 받고 "국민은 걱정과 실망을 넘어 잘못하면 체념에 이를 수 있다"며 "대통합의 방향에서 잘해나가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배석한 윤호중 의원이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범여권에서 뚜렷한 대선 예비주자가 없는 상황을 감안해 '선(先)대통합정당 신설- 후(후) 후보 선출'이란 대통합의 방식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열린우리당내 친노(親盧) 세력과 민주당의 강경 원외세력의 '당사수론'을 염두에 둔 듯 "열린우리당내 모든 세력이 대통합에 찬성하는가", "민주당이 대통합에 참여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등 대통합 가능성 여부에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리는 "대통합 신당의 틀이 형성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신설합당 방식으로 대통합 신당에 합류하는데 우리당내 이견은 없다"면서 "6월까지는 통합과 관련된 협상이 마무리되고 7월 중순까지는 창당 절차를 마무리해야 8월부터 경선에 들어갈 수 있으므로 서둘러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이 전 총리는 또 최근 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장 자격으로 미국과 평양을 방문한 결과를 김 전 대통령에게 설명하고 "미국 부시 대통령은 임기 중 북미관계 정상화를 마무리짓고 싶어한다는 뜻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본심을 북한에 잘 전달해 서로의 속내를 알아야 하고, 그렇게 되면 북미관계, 6자회담 진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과거 국민의 정부 때 클린턴 행정부와 북한 사이에 진행해 왔던 일들을 부시 행정부가 계승했다면 북핵 문제는 이미 끝나 있을 것"이라며 "부시 행정부가 지난 6년을 허송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배석했던 윤호중 의원에 따르면 "두분의 면담은 시종일관 차분하고 조용하게 진행됐다"면서 "김 전 대통령은 이 전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관계 진전이나 대통합과 관련된 부분에서 좋은 결실을 내기 바란다는 마음을 담아 대화를 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연대설'과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이 없으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