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수사본부(서울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서울남대문경찰서·남대문서 태평로 지구대)가 검찰로부터 전격압수수색을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검찰이 경찰의 비리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 일선 경찰서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한 것은 이례적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와 함께 '우리 스스로 내부 비리의혹을 끊지 못해 자초한 일'이라는 자조섞인 반응이 터져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서범정 형사8부장)은 7일 오전 11시 검사와 수사관 수십 명을 동원해 광역수사대장실과 광역수사대 강력2팀, 남대문서장실 및 남대문서 수사지원팀, 형사지원팀, 수사과장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회장 보복폭행 사건 관련 첩보와 사건 이첩 경위 등을 기록한 장부와 컴퓨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곳은 김회장 보복폭행사건 발생 때 부실·늑장수사 의혹을 받았거나 외압의혹이 일었던 기관이다.
경찰청 감찰 결과 김학배 당시 서울청 수사부장은 "(광역수사대 등) 내부 반발이 심하다"는 한기민 형사과장의 보고에도 불구, 이 사건을 남대문서로 이첩토록 지시했다. 남대문서는 사건 당일 신고를 받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을 뿐더러 광역수사대로부터 사건을 이첩 받은 후에도 거의 한달 동안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또 이 과정에서 경찰청장 출신인 최기문 한화건설 고문이 한 과장, 장희곤 남대문서장과 통화한데 이어 홍영기 당시 서울청장을 만났으며, 이택순 경찰청장도 유모 한화증권 고문과 통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정황을 감안할 때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은 외압 의혹을 규명할 수 있는 물증 확보 차원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수사지연 이유와 외부압력 여부를 이들 기관에서 압수한 컴퓨터 10여대와 5상자 분량의 자료를 바탕으로 정밀 분석할 방침이다. 또 경찰이 한화측에 미리 수사정보를 제공했을 개연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수사도 병행할 예정이다. 초동수사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종료되면 경찰 고위간부를 상대로 압력을 행사했는지에 수사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박철준 1차장검사는 "금주내에 압수물 분석과 통화내역 조회 등 기초조사와 참고인 조사 등을 마무리할 방침"이라며 "다음주부터 핵심 관련자들을 참고인 또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