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예비 대선주자인 김근태 전 의장은 12일 "평화개혁세력 대통합의 밀알이 되겠다" 며 대선 불출마와 우리당 탈당을 선언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 시간 이후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중단하고 평화개혁세력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온몸을 던질 것"이라며"저에게 가진 기득권이 있다면 전부 던지겠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대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 역시 저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2007년 대선이 대한민국의 10년 미래를 가르는 분수령이기에 모든 것을 걸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개혁성향의 우리당 탈당파로 구성된 민생정치 준비모임의 천정배 의원, 김혁규 의원, 이해찬 전 총리,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 범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들을 거명하며"치열한 내부경쟁을 통해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는 장이 바로 완전한 국민참여경선, 오픈프라이머리"라면서 "조건 없이 국면경선 참여를 선언해 경쟁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김근태 전 의장의 대선불출마 선언과 관련"안타깝고 존경스러운 결단으로 저도 그 마음과 똑같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이날 정대철 고문, 김근태 전 의장과의 첫 예비주자 연석회의 조찬회동 뒤 연세대학교 이한열 열사 추모비를 찾은 자리에서"아침 설렁탕집 (회동에서)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모두가 숟가락을 놨고 작지 않은 충격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는 "저는 저대로의 몫을 다하고 헌신을 모아 내면 결국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러기 위해 대통합부터 해야 말이 된다"고 덧붙였다.
◆다응은 김근태 대선불출마 기자회견 전문
저는 오늘,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이루는 작은 밀알이 되겠다는 결심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 시간 이후,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중단하고, 평화개혁세력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온몸을 던질 것입니다. 저에게 가진 기득권이 있다면 전부 던지겠습니다. 며칠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살아온 길을 돌아보고 성찰한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6월 앞에 다시 섭니다.
6월항쟁 20년! 기념행사와 계승사업이 진행되는 자리마다 저는 그 날의 감동과 항쟁정신을 간직한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두말할 필요 없이 6월항쟁은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최고봉이며 민주주의의 분수령이었습니다. 그 날 우리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평화가 들불처럼 번지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우리는 항쟁의 거리에서 온 국민의 의로운 몸짓을 보았고 우리는 참으로 위대한 국민을 만났습니다.
그 후로 10년, 군사독재정권과 권위주의 사회로부터 우리는 역사적인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했으며, 기적과 같은 정권재창출을 통해 민주사회로 이행했습니다. 지난 20년의 세월은 한 마디로 온 국민이 단결해서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한 행진에서 승리해온 역사였습니다.
대통합으로 희망의 새 불을 지펴야 합니다.
언제나 단결할 때 승리했고, 분열할 때 패배했습니다. 저는 한평생 민주주의자의 길을 걸어왔고, 대연합과 대단결을 통해 승리하는 길을 열어왔다는 것을 가장 큰 자부심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민주개혁세력이 직면한 엄중한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얻었습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부터 제 온 몸을 던져서 민주개혁세력의 분열을 막고, 실패한 역사의 반복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백의종군하겠습니다.
지금 국민들의 마음은 한마디로 ‘책임을 지라’는 것입니다.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가 중산층과 서민의 삶을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렸으니, 합당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에 특별한 희망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국민들의 분노와 배신감은 정당한 것입니다. 우리의 처지가 어렵다고 국민을 탓하거나 국민을 가르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죄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죄가 사죄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잘못을 아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잘못을 고치는 일입니다.
저는 열린우리당의 당의장을 지낸 사람입니다.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제가 그 짐을 지겠습니다. 김근태가 책임을 지고 제 몸을 던지겠습니다. 김근태가 십자가를 지고 무덤 속으로 걸어가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 간곡히 요청합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참여정부의 성공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국민으로부터 성공한 정부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 시선으로 눈높이를 맞추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실 것을 요청하는 말씀이었습니다.
반평생을 노무현 대통령과 뜻을 함께 해온 수많은 사람들이 희망찬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제, 미래에 대한 준비는 그분들에게 맡겨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미래를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은 미래를 담당할 사람들의 몫입니다.
미래를 담당할 분들에게도 결단을 촉구합니다.
수차례의 옥고와 간난의 끝에서 진실을 만난 위대한 여성 지도자 한명숙 전 총리!
정풍운동을 이끌고 몽골기병의 패기를 보여주었던 정동영 전 의장!
독재 치하에서 일신의 영광을 버린 진실하고 바른 정치인 천정배 전 장관!
지역주의에 맞서 일신의 안락함을 포기한 성공한 CEO 김혁규 전 지사!
청춘을 저와 함께 보냈고 결단의 리더십을 가진 이해찬 전 총리!
다섯 분에게 간곡하게 호소합니다. 조건 없는 국민경선 참여를 선언해 주십시오.
오랜 벗 손학규 전 지사! 저는 한나라당을 뛰쳐나올 때 가졌던 도전과 정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형 기업의 최고 모델 문국현 사장! 창조적 국가건설을 꿈꾸는 당신의 비전을 존중합니다. 두 분 모두 조건 없이 열린 광장에서, 두 분의 꿈과 진실을 알려 주십시오. 국민경선의 장에서 경쟁해 주십시오.
한국사회를 이끌어 주신 재야 원로, 선배님들, 시민사회의 지도자들께도 혼신의 힘을 다해 요청합니다. 참여정부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완성이 아닙니다. 아직까지 할일이 남아 있습니다. 앞장서 나서 주십시오.
김근태는 문지기라도 하겠습니다.
모두 작은 욕심과 기득권을 버려야 합칠 수 있습니다. 서로 가진 것을 지키려 한다면 통합은 불가능합니다.
저부터 버리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열린우리당의 당적을 벗고 대통합의 광장을 만들기 위해 벌판으로 달려가겠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벌판에 서겠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묵묵히 통합의 징검다리를 만드는 일만 하겠습니다.
대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 역시 저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2007년 대선이 대한민국의 10년 미래를 가르는 분수령이기에, 모든 것을 걸겠습니다. 그리고 또, 버릴 것이 있다면 버리겠습니다. 국민들에게 돌려드릴 것이 있다면 다 돌려 드리겠습니다.
모두가 결단하면 통합을 이룰 수 있습니다. 6월까지 결단하면, 시간의 장애물을 함께 넘을 수 있습니다. 평화와 번영, 민주주의와 개혁의 정권창출을 위해 저부터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7년 6월 12일 김근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