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불복,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참여정부 평가포럼의 대통령 발언을 선거중립의무 위반이라고 결정한 선관위의 준수요청으로 인해 국민으로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헌법소원 청구는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헌법재판소에 제기하는 헌법이 보장한 제도다. 노 대통령의 입장은 '정무직 공무원이자, 국가공무원법에 의해 정치 중립 의무에 해당되지 않는 대통령에게 선거중립을 적용하는 것은 위헌' 이라는 것. 1987년 개헌으로 헌법재판소가 설치된 이래 현직 대통령의 헌법소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번 헌법소원의 주체는 '대통령 노무현' 이 아니라 개인 '노무현' 이다.
천 대변인은 "정치활동과 선거과정을 통해 선출된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과 반론을 제약하는 것은 선진민주국가에서 유례가 없어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고 정치선진화를 이루기 위해 헌법에 따라 선관위 조치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대변인은 특히"공직선거법 제9조는 규정 자체가 모호하고 이를 확대 해석해온 결과로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며"이번 기회에 정치공세에 대한 대통령의 반론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직 대통령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공권력 행사의 최고 당사자인 대통령이 헌법소원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배경설명에 나선 전해철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통령은 공권력의 주체이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할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대통령은 공권력의 행사자로서 헌법기관으로 대통령의 지위가 있고 기본권을 누려야 할 개인으로서의 지위가 있다"고 말했다.
전 수석은"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의 주체이고 2004년 탄핵사건 때도 대통령을 기본권을 가진 주체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전 수석은 또 '헌소 제기 주체'를 묻는 질문에 "노무현 개인으로 돼 있다. 실질적으로 대통령으로서 제약이 있는 것이지만 형식적으로는 개인 명의를 사용해 헌소를 제기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실질적인 것과 형식적인 것을 구별해야 한다"면서 "공무원 신분으로 선거법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쟁송절차를 위한)법의 대상자는 개인 누구누구가 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헌법소원 청구인 대리인은 법무법인 시민이 맡게 되며, 변호사 대리인단은 고영구 전 국정원장, 김선수 전 청와대 사법개혁비서관, 김남준, 이영직, 전영식, 강기탁, 권숙권, 이정근 변호사 등 8명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