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주소가 없는 285만명(19세 이상 투표권자 210만여명)의 재외국민들도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각종 지방자치단체장 등 공직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28일 국내에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은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 현행 공직선거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은 해외에 체류중인 285만여명의 재외국민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갖는 기본권과 평등권을 적극 보장해주는 차원에서 투표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헌재가 1999년 관련 조항들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리면서 제시했던 논리도 대부분 전향적으로 수정했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률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위헌 결정에 따른 법적 공백을 막기 위해 법개정 때까지 일정 기간 동안 해당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거나 한시적으로 중지시키는 결정이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김종대 재판관)은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재외국민 또는 국외거주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전원일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와 함께 지난 99년 분단상황 등을 감안한 '재외국민 참정권 제한' 합헌 결정에 대해서도 판례를 변경했다.
헌재는 오는 2008년 12월31일까지 관련 법조항에 대한 개정입법 조치를 마무리할 것을 주문했다. 재판부는 "법률조항은 위헌이지만 즉시 효력을 상실하게 되면 올해 말로 예정된 17대 대통령 선거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법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충분한 법적, 기술적 대책을 검토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이번 결정으로 재외국민들이 국내 선거와 국민투표에 참여할 길은 열렸지만 공정성과 선거 방식을 둘러싸고 국회 입법과정에서 상당한 공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