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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없는 후보는 누구인가?

김부삼 기자  2007.07.02 1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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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은 내렸지만 그치지 않는 李·朴, '헐뜯기' 검증
지난 5월29일부터 전국을 권역별로 순회하며 한달간에 걸쳐 진행된 한나라당 '정책비전대회'가 지난달 28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종합토론 및 당 집권 비전 선포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광주(경제 분야), 부산(교육·복지 분야), 대전(통일·외교·안보 분야) 토론회를 거치며 각자의 주요 정책 공약들을 놓고 '진검 승부'를 펼쳐온 이명박·원희룡·박근혜·홍준표·고진화 등 5명의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후보들은 이날 '마지막' 토론회까지도 치열한 논리 대결을 펼치며 저마다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아울러 이들은 토론회 직후 열린 집권 비전 선포식을 통해 ▲위대한 중산층의 시대 ▲핵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 ▲미래의 일자리 300만개 ▲뒤쳐지는 아동없는 교육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 ▲봉사하는 정부 ▲동서화합 및 남북 대통합의 시대 등 7가지 '국민과의 약속'을 제시하며 연말 대선 승리를 통한 정권 교체의 의지를 다졌다.
이명박 후보는 이날 토론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돌이켜보면 내 인생이 그리 평범하지는 않았다. 드라마에 나올 정도로 늘 좌절과 도전이 연속되는 삶이었다"면서 "그 삶을 통해 얻은 교훈이 바로 '창조적 도전'과 '긍정의 힘'이었다. 이 두 가지가 개인과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힘이다"고 회고했다.
특히 이 후보는 "국민들이 아무리 우수하다 해도 지도자가 과거에 메어 있으면 한치 앞도 나갈 수가 없다"며 "지도자는 미래를 향한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일 하나 만큼은 확실히 하겠다"며 "경제를 살려 일자리를 만들고 복지와 국방 문제도 해결하는 등 지난 10년 동안 국민들의 염원을 반드시 풀겠다"고 거듭 밝혔다.
박근혜 후보는 "이제 경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면서 "경선이 끝나면 모든 후보가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한마음으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난 그동안 신뢰와 원칙으로 인생을 살았다. 대한민국이 잘 되고, 국민들이 잘 살고, 또 한나라당이 잘되는 것 외엔 바라는 게 없다"면서 "오래 전 부모님을 총탄에 잃고 고통의 벼랑 끝에 서기도 했지만, 그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시 삶의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을 갖는지 또 얼마나 외로운 자리인지 너무도 잘 안다. 그 책임과 권력을 어떻게 써야 할지도 잘 안다"면서 "기회가 주어지면 대한민국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 세계 속에 우뚝 세워 국민들의 사랑에 보답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원희룡 후보는 "정말 한나라당의 갈 길이 정책과 비전 경쟁, 토론에 있음을 절감했다"면서 "앞으로 경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에도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변했는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을지 등의 궁금증에 대해 답할 수 있는 토론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특히 그는 최근 한층 더 격화되고 있는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 진영의 '검증' 공방과 관련, "정책 토론이나 근거 있는 검증이 아닌, 오로지 서로 충성 경쟁을 위한 흠집 내기에 앞장서 당 전체를 침몰시키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며 "각 후보들은 그러한 측근들을 앞장서 내쫓을 필요가 있다"고 언급, 눈길을 끌었다.
고진화 후보는 "결론은 '과거냐 미래냐' '누가 진품 국민 후보고 거품 계파 후보냐'에 있다"면서 "올해 대선은 우물 안 개구리 발상과 거품 대세론, 생명 파괴의 분단 구상을 버리고 호랑이 털갈이하듯 한나라당의 근본 틀을 바꿔 정권 창출에 앞장 설 수 있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신의 인물을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홍준표 후보는 "성장 만능주의가 아니라 서민이 서로 행복하게 잘 살수 있어야 한다"며 "좌우·이념 논쟁없이 안정된 국가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토론회가 남긴 여운, 비판과 자화자찬
한나라당 경선주자들이 벌인 4번의 정책비전토론회는 많은 여운을 남기면서 끝났고 이제 각 주자들은 당심을 잡기 위한 50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책비전토론회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비판적이었고 각 후보의 정책을 투명하게 검증하는 자리라는 취지는 구두선에 그쳤다. '정책비전대회'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내용이 초라했다는 지적이다.
이달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후보간 토론이라면 서로 충분히 이해를 하고 문답이 오갔어야 하는데 공방위주로 피상적으로 흘렀다"며 "당의 공약이 될지도 모르는 사안들을 알리는 중요한 자리인데 그런 기능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주제별로 토론회를 했지만 한반도 대운하와 고교평준화 문제 외에는 기억에 남는 정책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도 "정책토론회의 근본기능인 정책제시가 없었다"며 "왜 이런 토론회를 했느냐고 묻고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 후보 토론회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현 정부의 문제점 지적도 없었고 그 대안으로 자신의 철학이나 정책을 내세우지도 않았다"며 "국민들이 토론회를 보고 한나라당이 정권교체를 하겠구나라고 전혀 느끼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후보들의 토론 자세도 기대 이하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후보들이 자화자찬을 하는가 하면 수준 낮은 헐뜯기에만 집중하는 등 기대 이하였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질문에서는 자기 이야기만하고 상대방 답변은 아예 안 듣거나 아전인수식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홍준표, 고진화, 원희룡 후보는 그 자리에 왜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정책이 없었고 오로지 빅2를 공격하려고만 했다"고 꼬집었다.《자세한 내용은 시사뉴스 통권310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