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예비 후보인 고진화 의원이 20일 당 경선후보 대열에서 중도 하차했다.
고 의원은 이날 오후 염창동 당사에 예비후보 사퇴서를 제출한 후 7시30분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계파정치, 줄세우기, 세력정치, 사당화를 통한 민주주의의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는 당과 몇몇 후보의 전횡을 국민께 알려드리고 참된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해 한나라당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를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홍준표, 원희룡 의원 등 4명의 예비후보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게 됐다.
고 의원은 "지난 3차 정책토론회에서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정신을 파괴하는 행위를 목도했다"며 토론회에서 고 의원의 개혁적 성향에 반대하는 보수 성향의 당원들이 야유를 퍼부으며 토론 진행을 방해한 일이 후보 사퇴의 직접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수차례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 의원은 "경선이 모두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의 검증문제로 귀결되고 이 후보는 또 경선 합동토론회에 불참한다고 했다"며 "이렇게까지 기본적인 민주주의 정신이 훼손되는 상황에서 경선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미 당은 사라지고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만 남아 있었다"면서 "사당화, 계파 줄 세우기는 도를 넘어 극을 달리고 있었고 계파에 충성하는 의원들에게는 당원권 정지의 징계를 주고 공천배제라는 사형선고를 내리면서도 계파의 총수, 줄 세운 사람은 웃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 의원은 특히 두 유력 후보를 겨냥해 "당 지도부에서 당원까지 밑으로 줄을 세웠고, 계파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공천권 운운하며 의원들을 옥죄었다. 자해공갈단을 만들어 연일 상대진영을 향해 비수도 날렸다"고 비난했다.
고 의원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대세론의 마법에서 깨어났을 때의 고통은 잊혀졌고 환골탈태의 약속은 먼지처럼 사라졌다"면서 "이미 당은 사라지고 두 후보만 남아 있었다. 처절한 저의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왔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선과 정책을 떠나, 제가 죽더라도 지켜야 하는 원칙은 민주주의"라며 "하지만 6월19일 대전에서 열린 3차 정책비전대회에서의 (특정후보 지지자들의) 집단적 토론 방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대답을 못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권력만 잡으면 모든 게 뒤집어 질 수 있다는 망령으로 밖에는 설명되지 않는 상황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자신이 없다. 아무리 정책과 노선이 소중하다 한들 신념과 원칙을 저버리고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했다는 질책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향후 거취와 관련해서는 "제가 그려온 꿈이 실현될 수 있다면 누굴 통해서든 어떤 연대를 통해서든 이뤄내겠다"고 밝혀 탈당, 타 주자와의 연대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