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같이 있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희망으로 바꾸려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분들이 건강하고 머리털 하나 상하지 않은 채 무사히 귀국 길에 오르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봉사단원 20명이 아프간 무장단체에 납치된 지 3일째인 22일 봉사단원들이 소속된 분당 샘물교회는 협상시한 연장 소식이 전해진 뒤 차분한 분위기 속에 피랍자들의 석방을 기원했다.
이주연씨(27) 아버지는 "봉사단 모두가 헐벗고 죽어가는 이들을 위해 봉사와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아프가니스탄에 들어 간 만큼 아무런 일이 없을 것으로 굳게 믿는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협력봉사단 가족들은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성남 정자동의 한 식당에 모여 서로를 위로하며 대책을 논의했다.
가족들은 탈레반이 요구한 아프간 파견 한국군 철군 및 포로 맞교환 시한인 오후 11시30분(한국시간)이 다가오면서 더욱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다.
서경석(29)·명화씨(27) 남매의 아버지 서정배씨(56) "한 명도 아니고 둘이서 좋은 일하기 위해 갔는데 왜 이런 일을 당했는지 말이 다 안나온다. 좋은 결과 있어서 무사히 돌아왔음 좋겠다"며 정부의 협상 능력에 믿음을 보냈다.
두 남매의 어머니도 "두 자녀들이 공포에 떨고 두려워 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메인다"며 "뭐라고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안전하고 마음 편안하게 있었으면 좋겠다"며 자녀 걱정에 눈물을 흘렸다.
식당에 모인 피랍 봉사단 가족들은 한결같이 "착한 마음을 갖고 아프가니스탄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해 봉사를 떠난 만큼 반드시 무사히 귀환할 것을 굳게 믿는다"며 무사 귀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다.
한편 피랍된 협력봉사단을 파견한 한민족복지재단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지구촌 여러 오지에서 묵묵히 땀흘려 봉사하는 자랑스런 한국인들의 봉사와 수고를 매도하는 일이 없도록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재단 김형석 회장은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치게 돼 죄송스럽기 그지없다"며 "그러나 지금은 누구의 잘못을 따지거나 책임을 묻기보다 피랍 봉사단원들의 신변안전이 최우선이며 가족들의 아픔을 헤아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민족복지재단은 2002년 아프간 전쟁 종전 이후 의료봉사단을 파견한 뒤 카불과 칸다하르에 지부를 설립하고 교육과 농촌개발 사업 등을 추진해 온 국제 NGO 단체로, 샘물교회 박은조 담임목사가 이사장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아프가니스탄 친선협회 이영일 회장도 "한국의 봉사단이 도착했을 때 현지인들은 '알라의 이름으로 여러분을 사랑한다'고 환영했다"며 "봉사활동이 선의의 뜻으로 받아들여져 한 사람의 희생도 없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분당 샘물교회 성도들은 이날 오전8시20분부터 열린 주일 예배에 피랍자들의 가족과 지인을 포함한 300여명의 교인들이 참석해 숙연한 분위기 속에 피랍 봉사단원들의 무사귀환을 빌었다. 납치된 한 봉사단원의 친구인 이모씨(36)는 "보도를 통해 봉사단원들이 피랍된 사실을 알고 많이 놀라고 안타까웠다"며 "피랍자들 모두 무사히 돌아오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교회는 매일 오후8시 2층 본당에서 피랍자들의 조기 석방을 기원하는 기도모임을 가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