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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시한 연장' 노림수는?

김부삼 기자  2007.07.24 09: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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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23명을 5일째 억류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 탈레반 무장단체가 협상시한을 24일 오후 11시30분(한국시간)으로 하루 더 연장했다. 세 번째 연기됐다.
탈레반이 '직접협상'을 언급하며 협상 시한을 연장한 것은 한국인 인질의 석방 조건으로 내건 탈레반 수감자들 석방 요구를 아프간 정부가 거절하자 한국정부를 통해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고 있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이날 외신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협상시한을 24시간 재차 연장했다"고 말했다.
아마디는"아프간 정부가 이 문제를 성심 성의껏 해결하고자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 정부가 문제를 풀 수 있도록 24시간을 더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레반 지휘관 압둘라 잔의 대변인도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이 실패 쪽으로 향하고 있어 한국 정부가 직접 우리와 대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는 보도했다.
이 대변인은"이제 공은 한국과 아프간 정부의 코트로 넘어갔다"면서 "탈레반 수감자 석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인질들을 살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3월 이탈리아 기자 납치사건 때와 같이 한국정부가 아프간 정부에 석방 압력을 가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탈레반이 현 카르자위 정부 타도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통해 아프간 정부와 지원국들 사이의 균열을 유도하려는 의도로도 풀이할 수 있다. 탈레반이 한국 정부와의 직접 협상을 촉구한데 이어 협상요건을 강화하고 나선 것도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탈레반이 이같이 한국과의 직접 협상을 요구한 이유가 '속전속결'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탈레반이 자행해온 납치 중 가장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탈레반 측도 인질 관리에 대한 부담 때문에 신속한 결말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탈레반의 협상시한 연장이 한국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협상력을 높이고 아프간 정부를 압박해 단기간에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면 탈레반 측은 더욱 강경수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탈레반 무장조직이 제시한 협상시한(23일 오후 11시30분) 후 가진 청와대 안보정책조정회의 브리핑에서"현재도 무장단체와 접촉이 유지되고 있다. 시한 후에도 접촉이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협상이 시한을 넘겨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당장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 관계자는 "무장 단체가 직접 협상을 하자는 제의를 한 적이 없으며 구체적 요구 사항을 제시해온 것도 없다"며 "우리 측 현지 정부대책반의 다양한 경로를 통한 접촉에 일정한 진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직은 사건이 극적으로 해결되거나 극단으로 빠질 국면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사건을 단기적 시각으로 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협상다운 협상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적 해결에 집착할 경우, 다수의 한국인 인질들의 안전에 치명적인 위협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시각이다. 따라서 정부는 아프간 정부와 미국 등 우방국들과 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사건의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