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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유세 갈등' 봉합은 했지만…

김부삼 기자  2007.07.25 1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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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후보간 과열경쟁으로 전격 중단했던 전국 순회 합동연설회가 우여곡절 끝에 26일 부산 연설회부터 속개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경선관리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구식 의원은 후보측이 갈등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서약서를 보내왔고, 당에서도 질서유지 계획서를 제출해 조건이 충족된 만큼 연설회를 다시 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4일로 예정됐던 광주 연설회가 연기된 과정 등을 두고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향후 TV토론과 합동연설회를 정해진 일정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홍준표·원희룡 의원 등도 "지도부가 이 전 시장 측 편들기를 하고 있다"며 성토하고 있어 '경선 중립' 논란은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한 당직자는"선거라는 게 기본적으로 과열되게 마련이고,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든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연설회 중단은 한편의 '소극'(笑劇)이었다"며 "이처럼 치열한 경선을 사실상 처음 치르는 등 당내 민주주의 경험 부재도 한 이유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제주 연설회 당시 이명박 후보 유세 도중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땅, 땅, 땅'하며 야유를 보내고 지지자간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지만, 이를 후보측에 대한 경고와 자제 요청을 통해 해결하는 대신 연설회 자체 중단으로 대응한 것은 지나쳤다는 얘기가 뒤따랐다.
이명박·박근혜 후보는 이날 당 경선관리위에 '합동연설회 질서유지 서약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26일 부산 유세를 시작으로 앞으로 남은 12차례의 합동연설회는 예정대로 진행하고, 이날 열릴 예정이던 광주 유세는 다음달 5일 개최하기로 했다.
하지만 두 후보측은 상대를 향해 더욱 날을 세웠다. 박 후보는 선대위 대책회의를 주재한 뒤 "합동연설회 연기는 공당에서 대의원·당원은 물론 광주·전남 시·도민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뜨린 것으로 매우 잘못된 것이고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측 김재원 대변인은 "이후보는 항상 문제가 생기면 원칙도, 규칙도 무시한 채 주위를 두들겨 끊임없이 시비를 걸어 양보를 받아내고 있다. 선수가 자기한테 유리하도록 골대를 옮기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홍준표·원희룡 후보는"몸싸움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책임자를 가려내 합당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는데, 아무런 조치 없이 경선 일정을 연기하는 것은, 국민과 당원 앞에서 정견이 비교되는 것을 회피하려는 후보를 결과적으로 편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측 박형준 대변인은 "다시는 제주 합동연설회와 같은 불미스러운 사태가 없어야 하고 그 부분에 대해 박 전 대표 캠프에서 보다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정도를 걷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광근 대변인도"당 대표를 지낸 박후보가 당의 권위를 무력화시키는 모습은 이율배반적"이라며"박 후보가 대표 시절 내린 결정은 모두 '구당(救黨)의 결단'이고 현 지도부가 내리는 결정은 모두'이명박 편들기'냐"며 반문했다.
한편 강재섭 대표는 25일 지방 합동유세의 잠정 중단으로 박근혜 전 대표측이 "이명박 후보 편들기"라며 강력 반발해 내홍이 일어난 것과 관련,"당 최고위원회를 특정후보의 추격세를 잡기 위해 음모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등 당과 경선관리위를 터무니없이 흔들고 매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박 전 대표에 경고했다.
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결코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따져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면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양 캠프가 '반대 캠프와 짜고 하는 일'이라고 매도하는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자세는 결코 좌시할 수 없고 앞으로 경선일정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으면 대표로서 좌시할 수 없다"면서 "일정이 진행되지 못하게 하는 캠프내 행위를 (후보가) 단속하지 않고 방치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