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대선주자들이 27일 일제히 호남으로 몰려간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제각기 DJ와 햇볕정책 계승의 적임자를 주장하며 본격적인 대선경쟁의 신호탄을 쐈다.
이들은 이날 전북 전주, 광주시, 전남 보성군에서 개최된 '미래창조 대통합 민주신당'(가칭) 창준위 호남지역 창당대회에 잇따라 참석해 '적자(嫡子)' 경쟁을 벌였다. 호남은 범여권의 전통적 지지기반인데다 2002년 대선에서 '노풍' 탄생의 주역이라는 점에서 각 후보는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친정인 호남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범여권 후보가 될 수 없다"는 한 범여권 의원의 평가처럼 대선주자들은 이날 경선 유세를 방불케 하는 경쟁을 이어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주자들은 호남의 반(反)한나라당 정서를 부각시키며 범여권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주력했다. 또 통합민주당의 대통합 참여도 호소했다.
최근 호남에서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손학규 전 지사는 한나라당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냈다. 범여권 일각에서 자신을 향해 제기하는 정통성 문제나 본선 경쟁력에 대한 문제제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손 전 지사는 "5.16을 구국혁명으로 미화하는 세력, 부동산 땅 투기하는 낡은 경제 세력에게 이 나라를 맡길 수 없다. 한반도 평화흐름을 외면하고 아직도 냉전적 사고방식을 가진 세력, 영남 패권 선동하는 지역주의 세력에게 이 나라를 맡길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전 지사는 "DJ의 햇볕정책의 계승 발전은 시대적 사명"이라며 "저는 햇볕정책을 계승·발전시켜 북한의 벼농사 시범사업도 했고 남북경제공동체 구축 제안도 했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도 밝혔듯이 광주와 호남의 정신은 지금 9부 능선을 넘은 대통합에 가장 헌신한 사람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이제 패배주의와 완전히 결별하고 가장 모범적인 창당과 경선과정을 통해 진흙탕식 이전투구를 하는 한나라당과 대비할 수 있는 정책경쟁을 벌이자"고 강조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광주는 한나라당과 싸우는 힘의 원천"이라며 "나는 1980년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함께 투옥된 유일한 후보"라고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0년은 한반도 평화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며 공안통치와 정경유착을 없애고 깨끗하고 공평한 사회를 만든 기간"이라며 "모든 것을 버리고 몸을 던져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전진하자"고 밝혔다.
5·18민주화운동때 '크리스천아카데미 사건'으로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던 한명숙 전 총리는 광주, 전남지역 관련 공약도 발표했다. 그는 "선발투수 김대중, 중간계투 노무현에 이은 특급 마무리투수 한명숙의 등장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마지막 카드"라며 "정통성 있고 역사 인식을 바로 하고 평화를 이룰 수 있고 풍부한 국정경험과 국민통합의 능력을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호남이 고향인 천정배 의원은 손 전 지사를 겨냥해 "짝퉁 한나라당 후보로는 안된다. 원조 한나라당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 한나라당에 대해 공격도 못하고 수비도 불가능한 후보로는 안된다"며 "그것은 우리의 자존심까지 버리는 일"이라고 맹공격했다.
그는 이어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등 친노(親盧) 후보들을 겨냥해 "우리 잘못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무엇이 잘못됐느냐는 오만한 자세로도 안된다"고 비판하면서 "천정배야말로 김대중 전 대통령 철학과 노선을 계승하면서 개혁세력의 정체성에 맞는 유일한 후보"라고 강조했다.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은 "단일 정당·단일후보로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서 '제3기 민주정부'를 만들고 빈부격차와 사회양극화 해소는 물론 햇볕정책을 계승해 통일 기반을 닦아야 한다"면서 "마을이장부터 시작해 주민들과 땀흘린 김두관이 서민들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행사에는 오충일 정대철 정균환 공동창준위원장과 통합민주당을 탈당한 박광태 광주시장, 김영진 전 의원을 비롯, 정동채 박영선 김태홍 강기정 김동철 지병문 우윤근 이낙연 김효석 채일병 의원 등 범여의원 10여명이 참석했다. 친노(親盧) 성향인 김혁규 의원과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오후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강원도당 주요당직자 워크숍에 참석하느라 광주 행사에 불참했다.
한편 창당 준비위원장에는 전북의 경우 정균환 전 의원, 이강래 의원과 이은영 전북 민주동우회 회장이, 광주는 지병문 의원, 김영진 전 의원, 임현모 광주교육대 총장, 박형린 전 광주 YWVA 사무총장이, 전남의 경우 김효석 의원이 각각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