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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아베, 버티기가 능사인가?

김부삼 기자  2007.07.30 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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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치의 '황태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 참패로 인한 퇴진 역풍 차단에 꿋꿋이 버티고 있지만 앞으로 국정운영의 향방은 오리무중이어서 일본 사회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52세의 젊은 나이에 총리직에 오른 그의 가계에는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부친인 아베 신타로 전 외상 등 쟁쟁한 정치가들이 자리 잡고 있다. 내각 관방장관으로 입각한지 2년여만에 총리직을 거머쥔 덕에 황태자로 불렸으나 현실 정치는 '출세가도'처럼 간단치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한 패배였지만 실제 결과는 참담했다. 1955년 자민당 창당 이후 사상 두 번째 참패를 기록했다.
아베 총리는 30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국민에 약속한 개혁을 이행해 나가는 게 나에게 부과된 사명"이라며 총리직 계속 수행의 뜻을 밝혔다. 그는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민당 안팎의 사임 압력을 거듭 거부한 뒤 의회 특별회기 이후 내각 개편을 단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선거 참패에도 불구, 외견상 아베의 총리직 유지는 일정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내의 이런 움직임은 우선 아베 퇴진시 이렇다 할 후임자가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 아울러 퇴진할 경우 오히려 참의원 제1당으로 올라선 야당인 민주당의 의도에 휘말리면서 자민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도 "국민은 아베 정권을 불신임했다"며 총리 퇴진에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국회 운영과정에서 아베 총리를 흔들어 퇴진 및 중의원 해산, 총선거를 노리고 있다. 일본 정가의 한 분석가는 "아베는 이미 '식물 총리' 상태로, 설령 총리직을 수행하더라도 지지율은 더욱 떨어질 게 뻔하다"며 "정권을 유지하더라도 길어도 6개월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민당 내부 반대파의 도전도 만만찮다.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전 재무상 등 견제세력은 아베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거센 도전을 예고했다. 차기 총리를 넘보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도 숨죽이며 정국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향후 아베 총리는 권력의 토대를 다지기 위해 인사권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조기 당정 개편을 단행, 자민당 도전세력과 야당 인사를 영입할 계획이다. 벌써부터 자민당 간사장에 아소 외상 등이 거명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8월 하순까지 내각과 자민당 당직 개편 인사를 마무리짓고 9월 임시국회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거취 논란은 계속될 것이며, 정국은 유동적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한편 지난 29일의 참의원 선거 결과 교체의석 121석 중 자민당이 37석, 공명당 9석, 민주당 60석을 차지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이에 따라 참의원 전체 의석(242석) 중 민주당이 109석으로 원내 1당이 됐으며, 자민당은 83석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