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2명을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 무장단체가 한국 남성 인질 한명을 또 다시 살해했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배형규 목사가 살해된 지 닷새만이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유수프 아마디는 31일(현지시간 30일) 로이터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협상 시한을 여러차례 연장했으나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우리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며"이에 따라 오늘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31일 1시)에 한국인 남성 성신(Sung Sin)을 총으로 쏴 죽였다"고 말했다.
그는"살해한 인질의 시신을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에 버렸다"고 덧붙였다. 그가 시신을 버린 곳으로 지목한 곳은 가즈니주 주도에서 5㎞ 정도 떨어진 아르조 지역의 도로다. 탈레반이 '성신'이라고 지칭한 사람은 심성민(29)씨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정부는 충격속에 사실 확인에 주력했다. 탈레반 무장세력이 한국인 남성 인질 1명을 추가로 살해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이날 오전 7시부터 청와대에서 긴급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안보정책조정회의 개최사실을 밝힌 뒤 "한국인 인질 1명 추가 피살 보도와 관련해 사실을 확인중에 있다"면서 "여러 정보를 분석해서 회의를 개최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안보정책조정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도"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현지에 파견된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중표 외교통상부 제1차관 등은 물론, 주한 아프간 대사관 등 가능한 모든 채널을 가동해 사실 확인에 주력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 살해된 故배형규 목사도 피살 소식을 전한 외신의 보도가 후에 맞는 것으로 공식 확인됐고 아마디 아프간 대변인이 피살자 이름을 '성신'이라고 적시해 인질 추가 살해는 정황상 사실일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故배형규 목사의 경우 실제 시신을 수습해 피랍자 중 한 명으로 확인하는데 6~7시간이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정부의 공식 확인이 있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전날 오후 10시40분께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주의 미라주딘 파탄 주지사가 "무장세력이 탈레반 재소자 석방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협상시한을 이틀 연장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힌데다 대통령 특사인 백 실장이 아프간 대통령까지 면담하며 사태 해결을 논의했기 때문이다.
한편 아랍 위성채널 알 자지라 방송이 이날 오전 2시 30분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남녀 인질 12명의 모습을 방영했다. 공개된 동영상에서 여성 9명, 남성 3명으로 여성 인질은 모두 이슬람권에서 여성이 쓰는 히잡(스카프)을 둘러쓴 상태였다.
이들은 매우 어두운 곳에서 매우 지치고 극히 긴장된 표정이었으며 카메라를 응시하지 못한 채 주로 땅을 내려다보는 모습이었다. 그간 피랍 한국인의 육성은 몇차례 공개됐지만 동영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탈레반이 촬영해 공개한 것으로 보이는 이 동영상은 여성도 살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 한국 정부와 아프간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