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사태 17일째를 맞아 아프간 무장단체에 의해 목숨을 잃은 고(故) 심성민씨의 영결식이 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층 영결식장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11시 장대비 속에 열린 영결식은 심씨의 부모 심진표(62.경남도의원) 김미옥(61)씨와 동생 효민(25), 누나 현정(32)씨 피랍가족과 교인들, 국회의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샘물교회 이희영 목사의 사회로 묵상기도, 고인소개, 추모사, 성경봉독 및 말씀, 유가족 대표 인사, 헌화 등의 순으로 1시간 동안 더이상 볼 수 없는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가족들이 흐느끼는 소리가 엄숙한 오르간 연주소리와 함께 영결식장을 가득 채웠다.
이날 영결식장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고인의 살아생전,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웃음짓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피랍된 김지나 씨의 오빠 김지웅 씨와 故 배형규 목사의 형 배신규 씨도 참석해 슬픔과 눈물을 흘려야 했다.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심씨의 가족은 이제는 아들을 품을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망연자실, 멍한 표정이었다. 아버지 심진표씨는 유가족 대표로 나와 "성민아! 부디 그 곳에서 생시에 맘 먹은대로 더 크고 넓게 너의 뜻을 펼쳐라"며 "저 하늘에서 배 목사와 함께 남은 21명의 생명과 안전을 기원해 달라"고 울먹였다.
한편 같은 시간 나머지 피랍자 가족들 20여 명은 서울 한남동 이슬람사원을 방문해 "전 세계에 있는 이슬람 친구들에게 전해달라"며 21명의 형제 자식들을 가족들 품으로 돌려보내 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전달했다.
이에 앞서 가족들 16명은 오전 9시 30분쯤 분당 가족모임 사무실에서 아프가니스탄 국민에게 피랍자들이 살아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눈물로 호소문을 발표했다.
가족들은 "21명의 피랍자들이 한국전쟁 이후 배고팠던 시절 한국인들이 전세계 사람들에게 받았던 사랑의 빚을 대신 갚겠다"고 간 봉사자들이라고 강조했다.
가족들은 이어 "분쟁과 기근, 전쟁 폐허로 고통받는 아프간 국민들의 아픔을 공감해 아프간에 간 것이지, 종교적인 이기심만으로 간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특히 봉사단이 피랍된 지난 19일은 지난 2004년 한국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 병원을 개원한 날이었다며 바로 이날, 그것도 봉사를 간 한국인들이 억류되었다는 사실에 가족들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날 영결식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대선 주자와 이근식 전 행자부장관, 고흥길 의원 등이 참석했다. 심씨의 시신은 곧바로 서울대병원에 의학연구용으로 기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