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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공화국'으로 전락한 대한민국?

김부삼 기자  2007.08.07 1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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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위조공화국'으로 전락했다. 가짜에게 관대한 사회, 능력이 없어도 학벌만 좋으면 만사 'ok'하는 풍조, 외국물 먹고 돌아오면 대우해 주는 세태. 동국대 신정아씨의 가짜학위 파문을 계기로 최근 사회 각계전문가들의 허위 학력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대한민국 학벌사회가 패닉상태에 빠졌다. 학벌사기 파문은 주요 대학가의 교수재검증 등 논란으로 이어졌고 경찰과 시민단체들이 앞다퉈 검증에 나서면서 강남 유명 강사들이 경찰에 대거 학벌사기로 입건되는 등 그동안 곪아 있던 상처의 고름들이 터지고 있는 것. 심지어 몇몇 업체에서는 외국 대학 학위 조회 대행업무를 시작하거나 각계에서는 개선책 마련 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학력위조가 자라나는 토양인 학벌주의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그 어떤 대책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학벌주의가 불러온 '신정아 쓰나미'
동국대 신정아씨의 가짜학위 파문을 계기로 최근 사회 각계전문가들의 허위 학력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학력위조가 사기라는 비난도 있지만 학력을 위조하는 이들의 심정이 이해된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공포의 외인구단'과 '천국의 신화'로 유명한 원로 만화 작가 이현세 씨가 최근 자신의 신작 만화를 통해서 자신이 고등학교만 졸업했음에도 이제까지 대학중퇴로 학력을 속여 왔다고 고백했다.
이현세씨는 "고졸이라고 하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어렸을 때 했었던 것 같다. 일종의 열등의식, 콤플렉스가 있어서 인터뷰에서 나도 모르게 대학중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동국대 신정아씨, 유명 방송 영어강사 이지영 씨에 이어 또 다시 전문인의 학력 위조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처럼 잇따르고 있는 학력위조 사태에 당사자들의 도덕성을 비난하는 여론도 있지만 동정여론도 만만치 않다.
건국대학교 대학원생 김소희(27, 여) 씨는 "학력을 속이는게 나쁘긴 하지만 좀 통쾌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외국박사, 서울대생만 찾는 사람들한테 한방 먹인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더 나아가 신정아 가짜학위 사건 등을 학력위조가 아니라 '학벌파괴'로 봐야한다는 도발적인 주장까지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전남대학교 박구용 교수는 이같은 시민들의 반응이 우리 사회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학력이나 학벌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박 교수는 "학벌 사회에서는 일부 특별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열등의식을 느낀다. 외국대학이나 서울대 출신이 아닌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학력, 학벌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는데 이 대중들이 학력을 위조한 사람들에게 감정이입을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박사학위, 서울대 출신만 대접해주는 소위 '학벌사회'에서 실력은 있지만 학벌없는 사람들은 콤플렉스를 가질 수밖에 없고 이들이 학력을 위조한 사람들에게 온정적 시각을 보낸다는 말이다.
박 교수는 또 "학력위조의 심정을 이해하는 대중의 태도가 학벌사회를 타파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학위조작에 대한 도덕적 허무주의로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는 "능력보다는 학력이나 학벌에 따라 기회가 제한되는 한 학력위조의 유혹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학창시절의 학업성적 이외에도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인, 교수, 방송인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는 학력 위조 파문. 사건이 터질때마다 검증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학력위조가 자라나는 토양인 학벌주의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가짜학위나 학력위조를 했다 낭패를 보는 경우는 유명인 뿐만 아니다. 최근 대학들은 신정아 파문 이후 소곡 교수의 '가짜학위' 때문에 잇따라 낭패를 보고 있다.
'신정아 파문' 이후 학력 위조 적발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그동안 이런 관행이 얼마나 넓게 퍼져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주간시사뉴스 통권312호(8월13일 발행)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