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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D-8〉'브레이크' 없는 李-朴

김부삼 기자  2007.08.11 11: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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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경선이 8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빅2'' 이명박, 박근혜 후보간의 경선전이 전방위 폭로와 비방으로 얼룩지고 있다. 여기에 후보들도 '독설'에 가까운 '상호비방'에 몰두하면서 선거전이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박근혜 후보측 정책 총괄단장을 맡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10일 오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후보가 지난 2001년 2월 김경준씨의 투자자문회사인 BBK로부터 50억원에 이르는 돈을 송금 받았다"며 다스 측 변호회사 'PARKER MILLS & PATEL LLP'와 회계회사 'ENGEL & ENGEL LLP' 가 작성했다는 문건과 BBK의 모은행 계좌 입출금 내역 등으로 구성된 A4용지 1장 분량의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2001년 2월28일 BBK가 'Myung Bak Lee(Mayor)(이명박 시장)'와 'KJ KIM'이라는 인물에 수십억 원을 송금했다는 거래내역이 담겨있다.
유 의원은"문제의 은행계좌를 누가 관리 했는지 와 송금된 돈의 성격도 밝히라"며 이 후보가 BBK사기사건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이 후보는 지금까지 '나는 BBK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고 주장했다"면서 ▲무슨 명목으로 BBK로부터 수십억 원의 돈을 송금 받았는지 ▲모은행 BBK 계좌는 누가 관리했는지 ▲같은 계좌에서 'KJ Kim'라는 인물에게 송금된 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이 후보의 해명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 후보측은 "조작된 자료에 입각한 허위폭로"라고 일축했다.
박형준 대변인은"BBK는 이 후보에게 50억원을 송금한 것이 아니라 다스에 50억원을 송금했을 뿐"이라며 "다스에 송금된 돈을 이 후보에게 송금한 것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억지주장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박 대변인은"다스는 지난 2001년 4월 27일부터 BBK에 총 6차례 190억원을 투자했고 그중 50억원을 회수했고 이런 내용은 금융거래내역과 통장사본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이 사건은 이미 검찰과 금감원 조사를 통해 이 후보와 무관하다는 게 밝혀졌다"고 거듭 강조하며 "당 지도부가 후보 간 화합을 위해 마련한 '비빔밥 회동'의 밥숟가락을 놓자마자 이렇게 허위 폭로하는 것이 박 후보가 말하는 깨끗한 정치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 의원은 다시 반박 자료를 내고 "다스측이 고용한 변호사와 회계사가 2006년 작성해 미 법원에 제출한 자료이니 Mayor라고 표현돼 있다"며 "이 후보측 스스로가 제출한 자료를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에 벗어난다"고 말했다.
◆李-朴, 화합의 비빔밥 먹은 뒤 격한 공방
이날 당 지도부와 이명박, 박근혜가 전주에서 서로화합하자는 뜻으로 '명·근 비빔밥'을 먹긴 했는데, 숟가락을 놓자마자 또 격한 공방이 이어졌다.
전북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 첫 연설에 나선 박근혜 후보는 지난 대전연설회에서 "박 후보가 독해진 것 같다"고 한 이명박 후보의 발언을 겨냥해 "저에게 독해졌다고 말씀하는 분이 있다"며 "저는 법을 지키고 거짓말을 안 하는 사람에겐 누구보다 부드러운 사람이지만 법을 안 지키고 거짓말을 잘 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축재하는 사람에겐 누구보다 무서운 사람"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우리 후보가 부동산에, 세금에, 위장전입에, 거짓말까지, 모든 것이 의혹투성이라면 과연 이길 수 있겠느냐"며"빽 없고 돈 없는 서민과 성실하게 사는 국민들 가슴 터지는 일이 없는 세상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이명박 후보는"6개월 동안 저는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음해를 받았지만 통하지 않고 한가지도 나타난 게 없고 모두 거짓이었다"며"헐뜯는 정치, 남을 끌어내리는 삼류정치는 끝내야 한다"고 박 후보측을 에둘러 겨냥했다.
이 후보는"이번 선거에서는 질풍노도 바다에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 본 지도자만이 경제를 살리고 북한을 상대할 수 있다"며 "말이 아니라 성과를 내는 지도자만이 나라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병역비리가 있다, 흑색선전을 하고 수만부의 책자를 뿌렸던 사람은 구속됐다, 돈을 주고 위증시켰다고 한 사람도 결국 쇠고랑을 찼다"며 "음해, 비방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맞대응 하는 등 설전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한편 강재섭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날 합동연설회에 앞서 경선 후보 4명과 전주시내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경선 이후 당의 화합을 당부했다.
강 대표는"비빔밥은 잘된 밥, 싱싱한 나물, 고추장, 참기름 네 가지가 필요하다"며"우리도 후보가 네 명이다. 누가 밥인지 나물인지는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잘 비벼야 한다. 밥 따로 나물 따로면 잘 안 비벼진다"고 '비빔밥론'을 내세우며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지금 전쟁하는 것처럼 싸우는 것은 괜찮지만 (경선이) 끝나고 나서 화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것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관용 당 선관위원장은 '빅2' 후보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오늘 먹는 것은 '명근 비빔밥'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그는"내 임무를 잘 수행하는 것의 핵심은 경선 후에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이라면서 "마지막 장에 멋지게 손을 잡으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인간이니까 쉽게 되지 않겠지만 그 멋진 모습이 자기 정치인생의 꽃이라고 생각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명박, 박근혜 후보 양 진영의 브레이크 없는 공방을 제어할 마땅한 수단이 없어 파국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