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이해찬 전 총리, 정동영 전통일부 장관,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등 범여권 대선예비주자들이 11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도쿄 피랍' 생환 34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모였다.
범여주자들이 행사에 참석한 것은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여권 적자(嫡者) 논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손학규 전 지사는 "민주주의와 평화에 있어 민족의 사표가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환'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했다"며 "불굴의 의지로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투쟁해온 김 전 대통령의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동영 전 의장도 "뿌리없는 열매가 없다"며 "민주정부(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에 이어 3기 민주정부가 수립된다면 김 전 대통령의 유신에 대한 저항과 80년 광주민주항쟁, 87년 6월항쟁 등이 뿌리가 될 것"이라고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냈다.
이해찬 전 총리는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올해 열리는데 김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물꼬를 텄다"고 평가한 뒤 "저는 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당시 김 전 대통령과 함께 감옥살이했던 인연"을 소개한 뒤 "구사일생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파란만장한 일생을 사신 분"이라고 김 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김두관 전 장관도 "제가 주장하는 슬로건대로 제3기 민주개혁정부를 창출해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참여정부의 평화번영 정책을 마무리해야 한다"며 "제2차 정상회담을 앞둔 이 시점에서 생환기념 행사가 열려 의미가 더욱 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와 함께 대선주자들은 손 전 지사의 범여 적통성, 김심(金心.김 전 대통령의 의중)과 호남민심의 향배를 놓고 은근한 신경전을 펼쳤다.
손 전 지사는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하락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시적으로 높낮이가 있을 수 있지만 분명히 끝에 가서는 이긴다"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리는 "정치의 지지기반은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정통성이 핵심"이라며 한나라당 출신인 손 전 지사는 본선에서는 게임이 안 된다는 말로 자신이 한나라당을 이길 범여권 적합 후보임을 강조했다.
정동영 전 의장은 "대통합을 바라고 큰 힘을 준 분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며 "(자신도) 대통합이 안 된다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대통합에 헌신했다"고 대통합에 기여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주력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권노갑 전 고문,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김옥두 김상현 윤철상 설훈 이훈평 이협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과 민주신당 정균환 최고위원, 정동채 사무총장, 문희상 유선호 전병헌 최성 의원, 열린우리당 배기선 의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경우 박상천 대표와 이인제 의원만이 축하난 등을 보냈을 뿐 소속 의원들과 대선 예비주자들은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