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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심형래 감독

시사뉴스 기자  2007.08.23 10: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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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국내 영화계의 단연 화두는 <디워>를 둘러싼 논란이다. 언론시사회가 열리기 훨씬 이전부터 이 영화의 작품성은 물론이고 과연 제작이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마저 일었다. 이러한 배경의 주원인은 이 영화의 감독이 개그맨 출신이라는 점과 그의 전작 <용가리>가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개봉하기 며칠 전, 현재 대학에 다니는 제자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모컬럼니스트가 <디워>를 ‘앵벌이’라 빗댄 걸 두고서 격분한 끝에 내 소견(?)을 묻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 컬럼니스트의 글에 대해 공감하는 면도 그렇지 않은 면도 있지만, ‘앵벌이'라는 표현만큼은 분명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표현방식 역시 ’개인의 자유‘라는 점도 피력했다.
사실 나는 <디워> 언론 시사회가 있던 날 -불안한 마음으로 극장으로 향했다. 이러한 기분은 예전 <태극기 휘날리며>에도 똑 같이 느꼈다. 두 영화 모두 국내 최고의 제작비를 들인 작품이자 외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개봉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영화 모두 개봉하자마자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디워>는 한국의 전통적 상상의 동물 ‘이무기’를 소재로 한다. ‘이무기’란 “어떤 저주에 의하여 용이 되지 못하고 물속에서 여러 해 동안 산다는 전설상의 큰 구렁이”를 의미한다. 무려 1천년을 묵어야 용이 되는 이무기. 그래서인지 용이 되지 못했을 때에는 원한이 쌓여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고 한다. 영화의 대미는 용이 여의주를 물고서 하늘로 승천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여의주(如意珠)의 ‘如意’는 뜻대로(마음대로)를 그리고 ‘珠’는 구슬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온갖 소원을 들어주고 비구름의 조화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신비의 구슬이다. 이무기를 소재로 하고 아리랑이 엔딩음악으로 장식되는 등, 한국적인 색깔이 짙게 배어있는 <디워>.
혹자는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극이 엉성하고 CG에서도 다른 영화에서 본 듯한 장면들로 짜깁기되어 있다고 혹평했다. 물론 공감하는 바이며, 심형래 감독도 어느 정도 부족한 점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디워>는 이러한 단점들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보여주었다. 그 하나는 한국의 전통적인 소재를 서투르지만 서구의 현대문화와 접목을 시도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라스트신의 ‘이무기들 결투’에서도 드러났듯 -심감독이 이제껏 절치부심해왔던 영상 테크놀로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둘러싼 논쟁에 참여하고 싶지가 않다. 그보다는 개봉 6일째에 접어든 <디워>의 관객 수가 3백만을 넘어섰다는 반가운 소식에 관심이 간다. 영화평론가 이전에 한국의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심감독의 영화에 대한 열정을 높이 평가한다.
리들리 스콧의 <1492 콜럼버스>(1492: Conquest of Paradise)(1992)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몽상가’라고 자신을 비난하자 이에 대꾸하는 콜럼버스.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궁전, 교회, 탑, 이러한 문명 요소들은 모두 나와 같은 몽상가들이 만든 거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당신과 나는 같아질 수가 없습니다. 나는 해냈고 당신은 못했다는 것이죠.”
부디 <스파이더맨>이나 <트랜스포머>를 훨씬 넘어서는 흥행가도를 달려, 심형래 감독의 또 다른 높은 비상(飛上)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