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이 대선후보 컷오프(예비경선)를 앞두고 27일 가진 첫번째 정책 토론회에서 9명의 예비후보들은 자신들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다른 후보의 단점을 들춰내며 치열한 정책대결을 벌였다.
다음달 3∼5일로 예정된 예비경선 투표를 앞두고 열린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 마련된 행사장에는 일반인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후보들보다 긴장한 모습의 캠프 관계자들이 주로 눈에 띄었다.
이날 토론회는 다소 한산한 느낌으로 송지헌 아나운서 사회로 시작된 토론회지만 실제 토론에 돌입하자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공과, 손학규 후보의 당적 변경, 저출산 대책 등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천정배 후보는 "한나라당을 지켜온 기둥이라고 주장해온 분이 왜 이 자리에 앉아 있는지 의아해 하는 국민들이 많다"면서 "햇볕정책을 비판하고 재벌옹호 발언을 해온 후보를, 한나라당에서 3등에 그친 후보가 민주신당 경선에 뛰어든 진짜 목적이 무엇이냐"며 손학규 후보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손학규 후보는 직접적인 답변은 피한채 "왜 이명박 후보가 현재 60%대의 지지율을 넘나드느냐"면서 "이는 우리 국민이 경제 걱정을 하지 않고, 청년들에게 일자리 걱정을 덜어주는 대통령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여권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후보도 손학규 후보에 대해 "이명박 후보가 외교·통일·안보 분야에서는 고민해본 적이 없어서 민주신당 후보들의 짐이 무겁다"며 한나라당 출신인 손 후보를 겨냥한 뒤 "손 후보가 과거 한나라당 시절 남북문제에 대해 비판발언을 한 것에 대해 해명해달라"고 공격했다. 손 후보는 "내가 국민의 정부 시절 야당 위치에 있으면서도 햇볕정책을 공개지지한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라며 반박했다.
이날 후보들은 저출산·고령화 대책,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 등을 중심으로 공방을 벌였다. 특히 이해찬 후보는 손학규 후보가 90년대 중반 보건복지부장관 시절 저출산 문제에 적극 대응하지 않아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악화일로를 걸었다며 강하게 공격을 퍼부어 손 후보가 수세적인 입장에 몰렸다.
이 후보는 "손 후보가 복지부장관 시설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날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졌다"면서 "주무장관이 사태의 흐름을 막았어야 하는데 오히려 산아제한운동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손 후보는 "산아제한운동을 적극적으로 했다는 기억은 없다"면서 "좋은 말씀에 감사드린다"고 비켜갔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손 후보가 1가구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인하 공약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실효세율이 얼마되지 않으므로 별 의미가 없는 공약"이라고 비판하자 "더 과감하게 낮춰 장기보유자에 대한 세율을 낮추면 시장을 더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민주신당은 서울 여의도에서 '아름다운 경선' 다짐식과 국민참여운동본부 발대식을 가졌다. 오충일 대표는"한나라당 경선을 통해 반면교사로 배웠다"며 "추한 모습과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경선을 보면서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예비경선을 앞두고 현재 일반 선거인단의 참여가 인터넷 신청자 50만명을 포함해 90만명을 돌파했다"며 "규모와 속도, 질적인 측면에서 한나라당과 비교할 수 없는 놀라운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신당은 본 경선 순회일정은 내달 15일 제주도·울산을 시작으로 16일 강원도·충북, 29일 광주·전남, 30일 부산·경남 등으로 매주 토·일요일 8차례에 걸쳐 진행키로 했다. 10월 14일 서울에서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전국 순회투표 일정을 지난 25일 예비경선 기호추첨을 통해 ▲1번 손학규 ▲2번 신기남 ▲3번 한명숙 ▲4번 이해찬 ▲5번 천정배 ▲6번 정동영 ▲7번 추미애 ▲8번 유시민 ▲9번 김두관 후보 순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