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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한·중·일 정상회담 연내 이뤄질까?

日위안부 문제 등에 성의 있는 자세가 최대 핵심
사드·AIIB 문제도 영향 줄 듯…성사시 朴대통령 ‘성과’

김부삼 기자  2015.03.23 00:5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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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부삼 기자]한·중·일 외교장관이 조기에 정상 간 회담을 열자고 합의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3국 정상회담이 연내 성사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2008년부터 시작돼 3국에서 번갈아가며 매년 개최됐지만 2012년 5월 중국 베이징 회의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회담의 개최를 전격 제안한 바 있다.

◆정부, 광복 70주년 등 감안 연내 개최 추진

이와 관련해 3국 외교장관들은 지난 21일 서울에서 회의를 갖고 '3국에게 모두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자'고 합의했다.

과거사 문제와 영토분쟁으로 상당 기간 긴장상태에 놓여있던 동북아 3국의 외교지형을 감안할 때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가 성사된다면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최대 외교 성과로 기록될 만하다는 평가다.

특히 일본이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한·일 정상회담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박 대통령으로서는 다분히 정치적 목적을 갖고 양국 정상회담을 요구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은채 3국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나아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박 대통령의 핵심 외교정책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구체적 시기는 논의되지 않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연내 개최를 희망하는 분위기다. 올해가 광복 70주년이자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한·일 수교 50주년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3국 간 협력관계 복원의 상징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박 대통령도 전날 기시다 후미오(岸田 文雄) 일본 외무대신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 같은 점을 언급하고 "역사가 3국에게 협력의 모멘텀을 선사하는 소중한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도 3국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 합의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기시다 외무대신은 외교장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늘의 외교장관회의에서 정상회의 조기 개최에 합의했음을 환영한다”며 “정상회의 조기 개최를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해결해야 할 난제 만만찮아

그러나 실제 3국 정상회담 개최까지는 해결해야 할 난제가 적지 않아 보인다.

우선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과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의 성의있는 태도와 중국의 대응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이란 큰 틀을 위해서 껄끄러운 한·일 관계의 문제는 잠시 논외로 하고 3국 정상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우리측 입장과 달리 중국은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날 기시다 대신의 발언 직후 왕 부장이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70년이나 됐지만 역사문제는 여전히 과거가 아닌 현재형”이라며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로 가야 한다”고 꼬집은 것은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3국 외교장관회의의 성과를 정리한 공동언론발표문 문구를 놓고 중·일 간 이견이 이어져 회담이 길어진 것도 3국 정상회담 개최까지의 험로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런 점에서 아베 총리의 다음달 미국 의회 연설과 8월께 발표될 전후 70주년 '아베 담화'에 담길 내용이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 의회 연설과 아베 담화 등에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진정성있는 반성 및 사죄의 메시지가 담긴다면 중국이 3국 정상회담 자리에 앉을 모멘텀이 만들어지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의 경우라면 중국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으로서도 일본과의 대화의 장을 적극적으로 모색할만한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에 3국 정상회담은 당분간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

◆사드·AIIB 문제도 영향 줄 듯

중·일 간 갈등 못지않게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잠재적 한·중 갈등 요인도 3국 정상회담 개최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소들 가운데 하나여서 박 대통령의 해법이 주목된다.

한반도 배치시 자국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사드 도입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중국은 이번 3국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중국이 주도하고 미국이 반대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한국 참여와 3국 협력 체제 복원이란 회의 취지를 감안한 것이지 중국의 입장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란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머지않아 미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돼 박 대통령이 '전략적 모호성'이란 입장을 깨고 미·중 간 외교 균형을 어떻게 맞춰나갈지 관심이다.

왕 부장이 오는 9월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2차 세계대전 및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에 박 대통령을 공식 초청한 것도 3국 정상회담 개최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행사가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참석 여부가 한·일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한국의 광복 70주년과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을 공동기념하자는 제안까지 내놓은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입장을 유보했지만 이번에는 항일 전승 기념행사에 공식 초청함으로써 청와대를 고민에 빠트린 모양새가 됐다.

박 대통령이 사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문제 등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문제도 한중일 3국 정상회담 개최여부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것이다.

3국간에 정치외교적으로 복잡미묘하게 얽힌 이슈들 속에서 이르면 연내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