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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도네시아에 경제 지원 및 성장 노하우 전수

지식공유프로그램(KSP) 통해 정책 수립 지원...빌려준 돈 돌려받고 신시장개척 등 일거양득

강철규 기자  2015.03.23 09: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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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한국이 지식공유프로그램(KSP)과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KSP가 우리의 경제성장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과외 교습'인 데 반해 EDCF는 경제·사회 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저금리로 제공함으로써 성장을 돕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한다.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은 KSP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헤루푸도 누그르호 인도네시아 재무부 사업부 과장은 "KSP는 수요국가 위주의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맞춤형 컨설팅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KSP는 지식공유프로그램(Knowledge Sharing Program)의 약자다. 한국의 경제성장 경험과 지식을 저개발국가에 전수하는 국제협력프로그램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우리의 경험을 활용함으로써 미국 등 선진국이나 세계은행에서 제시하는 프로그램보다 훨씬 더 실효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의 고도성장 노하우 전수 

우리나라의 KSP가 인도네시아에 공여된 것은 10년 전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KSP 운용기관이다. KDI는 "인도네시아는 풍부한 인구와 자원, 높은 성장잠재력을 바탕으로 동남아에서 가장 중요한 거점 국가"라며 협력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의 KSP를 통해 인도네시아에 제공한 프로그램은 ▲경제개발 ▲금융 ▲에너지 ▲보건분야 등에 걸쳐 총 46개 과제에 달한다. 

특히 2010~2012년에는 인도네시아를 중점지원국으로 지정해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포괄적 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상수도시스템 및 홍수예경보시스템 구축사업'이다. 

이 사업은 '한강의 기적'을 모델로 '찌따룽강의 기적'을 만들기 위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작품이다. 수질개선은 물론 댐 건설까지 찌따룽강 개발의 전 과정을 KSP를 통해 마련했다.

반둥에서 자카르타를 잇는 찌따룽강은 24만ha의 경작지와 2000만명의 식수원, 공업지역을 거느리는 인도네시아의 젖줄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정부는 시드머니로 ECDF에서 1억달러를 지원받아 오는 2017년 카리안 댐을 완공할 계획이다. 카리안 댐이 들어서면 자카르타 및 인근 지역에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홍수피해도 막을 수 있다. 

오는 2025년에는 찌따룽강 하류에서도 수돗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된다. 

압둘 말리 인도네시아 재무부 수자원담당과장은 "KSP를 통해 한강개발과의 차이점을 비교한 후 찌따룽강 개발사업에 활용했다"며 "앞으로 수자원을 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책과제 등에 대해 한국과 협력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진행한 '국고딜링룸'도 KSP의 성과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고딜링룸을 통해 중앙은행이 아닌 상업은행에 여유자금을 예치함으로써 국고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 . 

국고딜링룸의 설립 및 운영과정에서 KSP의 자문을 활용함으로써 유휴 국고자금의 효율적 운용 등에 큰 도움을 얻었다. 아울러 국고딜링룸 운영의 법제화를 권유함으로써 공적기금 운용을 위한 기본틀을 제공했다. 

국내 회계컨설팅업체인 삼정KPMG도 KSP를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 삼정KPMG는 지난해부터 ▲세미-아우토노모스(semi-autonomous) 공공기관 관리방안 ▲신용보증제도를 통한 중소기업 역량개발 ▲인도네시아 세정(稅政)개선 ▲2010~2025 행정개혁 개선 등 4개 과제를에 대해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EDCF 통해 원조도 하고 신시장도 잡고 

자카르타에서 차로 1시간 남짓 달리면 마르조에끼 병원이 나온다. 마르조에끼 병원은 종합병원으로 EDCF의 작품이다. 

지난 2007년부터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EDCF 자금을 얻어 CT스캐너, 베이비 인큐베이터, 치과치료기기, 수술장비 등 고가의 진단 및 시술장비를 확보했다. 

에리 마르조에끼 병원장은 "첨단장비를 확보한 후부터는 신속한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해졌다"며 기뻐했다. 

ECCF를 통해 인도네시아 의료 서비스 확충을 위해 지원된 금액은 모두 3000만달러다. 자카르타, 보고르, 반둥, 발리 등 4개지역 5개 병원이 도움을 받았다.

EDCF는 개발도상국의 인프라건설을 지원할 목적으로 장기저리 차관을 제공하기 위해 조성됐다. 지난해 말 기준 승인금액은 5억6950만달러, 한국 원화로 5851억원의 자금이 인도네시아에 투입됐다. 

이 자금은 카리안 댐 건설 등 SOC 확충은 물론 교육, 의료, 환경 개선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2680만달러의 EDCF자금이 투입된 '국가정보통신교육원' 건립 사업은 인도네시아의 ICT 전문인력을 키워 내기 위한 것이다. 정보통신교육원은 지난 2010년 개원한 후 매년 3000명 이상의 교육생을 배출한다.

이곳에서는 국가공무원의 정보통신교육과 직업교육을 담당한다. 직업교육을 수료하면 인도네시아 정보통신부가 발급하는 전문자격증을 받을 수 있고 교육생의 30%를 여성에 배정함으로써 여성의 사회진출도 돕고 있다. 

아울러 정보통신 노하우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현지 방송국에 공급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린다 마타 정보통신교육원 부소장은 "R&D센터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정보기술(IT)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특히 그는 "향후 지방에 정보통신교육원을 세울 때 운영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교육원을 설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DCF 자금은 15~30년 후에 상환된다. 중장기적으로 신흥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자금 수혜국과의 관계가 돈독해지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도 안성마춤이다. 

엄성용 수출입은행 자카르타 지소장은 "EDCF자금은 저리로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신흥국에 빌려주고 이를 장기적으로 돌려받기 때문에 시드머니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시장을 개척하는데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