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장단체에 피랍 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19명이 2일 오전 6시35분께 대한항공 KE952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들은 간단한 입국절차를 거친 뒤 평상복에 슬리퍼 차림 등으로 입국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피랍자 대표로 나선 유경식(55) 씨는"아프간에 봉사하러 갔다가 뜻하지 않게 피랍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심려를 생각하면 '석고대죄'가 마땅하겠지만 워낙 열악한 환경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지내왔다"면서"정부에 부담이 돼 대단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피랍자들은 또 "저희가 가족의 품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과 염려해주신 국민들께 감사를 드린다"며 국정원의 김만복 원장과 외교부 박인국 외교정책실장, 국방부 전인범 준장을 거명하며 "이들의 신중하고도 목숨을 건 구출작전이 아니었다면 저희 봉사팀 모두가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밝혔다.
피랍자들은 "모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것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국민 여러분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피랍자들은 특히 "함께 돌아오지 못하고 먼저 하늘나라로 간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형제의 유족에게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울먹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피랍자들은 곧바로 안양 샘병원으로 이동, 출국이후 가족들과 첫 상봉을 가질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이뤄진 한국 정부와 탈레반의 석방 합의에 따라 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석방됐으며 31일 `안전지대'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로 이동해 1박한 뒤 1일 오후 9시20분 두바이발 인천행 대한항공에 올라 9시간의 비행 끝에 꿈에 그리던 고국 땅을 밟았다.
이날 귀국한 유경식(55)씨 등 이날 귀국한 19명은 곧바로 경기도 안양시 샘안양병원으로 이동해 지난달 먼저 풀려난 김경자(37.여)·김지나(32.여)씨와 함께 입원, 정밀 건강진단을 받고 안정을 취할 계획이다.
한편, 이들을 포함한 분당 샘물교회 소속 봉사단원 23명은 7월19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칸다하르로 가던 중 납치됐으며 김경자, 김지나씨가 지난달 13일 처음 석방된 데 이어 이번에 유씨 등 19명이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 등 2명은 피랍 초기인 7월25일과 7월31일 탈레반에 의해 살해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