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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인가? 자살행위인가?

김부삼 기자  2007.09.02 2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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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지난7월19일 납치된 23명 중 생존자 21명이 모두 풀려나면서 인질극은 막을 내렸지만 테러세력과의 타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여론, 거액의 몸값 지불설 확산 등 후폭풍이 예사롭지 않다. 우선 몸값 지불 논란이 뜨겁다.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의 맞교환 요구가 돌연 철회된 배경에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이외의 조건이 있지 않고서는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정부와 탈레반 양측 모두 어떠한 이면거래도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액면 그대로 믿어주기도 힘들다. 납치단체와의 협상 자체도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정부로서는 실제로 몸값을 지불했다고 해도 인정할 수 없는 처지이며, 탈레반도 아프간의 정통성을 지닌 정치, 군사조직으로서 재집권을 노리는 상황에서 돈을 받고 인질들을 풀어주었다면 '강도집단'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8일 저녁. 사건발생 41일만에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태가 해결됐다. 탈레반 측이 남은 인질 19명을 전원 석방키로 합의한 것이다. 우리 정부 대표단과 탈레반 무장납치단체는 이날 오후 1시18분(현지시간)부터 아프간 가즈니주의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에서 만나 인질 19명의 전원 석방에 최종 합의했다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공식 발표했다.
생환한 인질들은 한국땅을 밟았고, 지옥같았던 42일간의 상처를 씻고 있다. 식음을 전폐하고 가슴을 졸이던 가족들도 협상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눈물 흘리며 환호했고, 분당샘물교회에서는 "살았다", "감사합니다"라는 환호성이 연신 터져나왔다. 협상을 이끌어낸 정부 협상단의 노력도 돋보였고,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국가와 국제단체의 숱한 물밑 지원 노력도 고마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협상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배형규 목사 등에 대한 후속 대책 여부와 기독교 단체의 단기선교의 폐해, 이를 향한 비난여론 등은 풀어나가야 할 숙제. 당장 샘물교회는 9월 8일 배 목사의 장례식을 진행키로 했으며, 정부는 후속대책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협상타결, 눈물의 생환
미국 CBS 방송은 지난달 28일 인질 19명중 1차로 여성 3~4명이 29일 중 석방되고 나머지 인질도 2~3일 내 석방될 것이라고 탈레반 지휘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납치단체와의 대면 접촉에서 아프간에 주둔중인 한국군을 연내 철군하고 아프간 내 한국인의 선교 중지를 조건으로 피랍자 19명 전원을 석방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번 사태는 7월 19일 분당 샘물교회 자원봉사자 23명이 탈레반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된 지 41일 만에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 등 2명의 희생자를 낸 채 수습됐다.
천 대변인은 그러나 "19명 인질이 당장 풀려나는 것은 아니며, 구체적인 신병 인도 절차는 무장단체 측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질들은 3~4명씩 순차적으로 풀려난 뒤 한꺼번에 귀환했다. 한국과 탈레반과의 마지막 협상은 어렵게 열렸지만 순조롭게 진행됐다. '인질 전원 석방'이라는 무거운 의제가 테이블에 올랐지만 협상은 불과 1시간 30분만에 이에 합의하는 개가를 올렸다.
한국과 탈레반의 4차 대면협상은 지난 16일 3차 협상이 성과없이 끝난 후 양측의 이견으로 계속 미뤄지다 이날 12일만에 재개됐다.
이날 협상은 아프간 가즈니주(州) 주도인 가즈니시 적신월사 건물에서 오후 3시(한국시간.현지시간 오전 10시30분)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3시간이나 지연되는 막판 진통을 겪었다. 청와대는 협상이 이날 오후 5시48분부터 7시20분까지 열렸다고 밝혔다.
한국 대표가 협상장에 미리 도착해 탈레반 대표를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AP통신도 한국 대표단이 협상장에 들어가는 장면이 목격됐으나, 탈레반 대표단이 미리 협상장에 와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탈레반 대표 2명은 출발 지역에서 군사작전이 있어 도착이 지연됐다는 후문이다. 협상은 결국 점심식사를 마친 뒤 한국과 탈레반 대표, 부족원로 등이 참여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어렵사리 재개된 대면협상이었지만 순항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협상에 깊게 관여한 현지 소식통은 이날 오전 "오늘 협상은 길게 끌지 않을 것이며 2∼3시간 안에 끝날 예정"이라며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고 협상 결과가 매우 긍정적으로 도출될 것"이라고 밝게 전망했다.
탈레반측은 대변인을 통해 "우리의 요구(탈레반 수감자 8명 선석방)는 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도 현지 언론에는 "가즈니시에 와서 취재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귀띔, 기대감을 높였다.
정부는 전날까지 성급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정부 당국자는 그러나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민감한 시기는 지났다", "진전이 없다고 할수 없다"고 말해 탈레반과의 물밑협상이 타결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같은 결과로 납치됐다 풀려난 한국인 19명은 아프간 모처에서 다시 만났으나 피살자가 생겼다는 소식 때문에 이번 만남은 '눈물의 재회'로 귀결됐다.《자세한 내용은 시사뉴스 통권 314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