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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청와대 출발 4시간 7분만에 김정일과 악수

김부삼 기자  2007.10.02 2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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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일 오전 7시55분쯤 청와대를 출발해 4시간7분만에 군사분계선을 넘어 공식 환영행사가 열리는 4·25 문화회관 광장에 낮 12시께 도착.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했다.
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는 이날 오전 5시에 깨어났다. 평소에 비해 기상 시간은 비슷했지만 식사는 1시간 정도 빨랐다. 푹 잤다고 한다. 잡곡밥과 쇠고기맑은국, 계란찜, 굴비, 김치 등을 먹었다. 이어 밝은 감색 양복을 꺼내 입고 하늘색 넥타이를 맸다. 권 여사는 짙은 분홍색 투피스를 골랐다. 이어 노 대통령은 오전 7시45분 대국민 인사를 했다. 앞서 7시37분쯤 국무위원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역사는 단번에 열 걸음을 나가기가 어렵다"며 "나는 이번에 한 걸음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발에 앞서 '로만손' 시계를 손목에 찼다.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진 시계다. 모델명은 TM7238L, 공장가격 6만4000원, 판매가격 19만8000원이다. 남북경협 상징이어서 택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같은 시계 9세트를 더 챙겼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인사에 선물할 계획이다.
노 대통령은 오전 7시55분께 태극기와 봉황 문양이 그려진 깃발이 달린 벤츠 에스 600을 타고 청와대를 떠났다. 세종로와 강변북로, 자유로를 거쳐 오전 8시45분쯤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 도착했다. 장관들과 청와대 비서진으로 구성된 공식수행원 13명이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동행했다. 노 대통령은 이곳에서 2분 동안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회원과 민통선 마을인 통일촌 주민 700여명의 환송을 받았다. 그는 길 옆 철조망에 매달린 통일 염원 리본을 읽고 "꼭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8시55분쯤 경의선 도로 남북출입사무소(CIQ)를 지났다. 북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남측 제2통문 앞에는 '평화를 다지는 길, 번영으로 가는 길'이라고 쓰인 표지석이 설치됐다. 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 도보 통과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직접 친필로 작성했다. 노 대통령은 오전 9시5분 분계선을 넘었다. 북쪽에서 최승철 통전부 부부장 등이 노 대통령을 영접했다. 노 대통령 일행은 북측 CIQ를 그대로 통과해 '교류협력의 땅' 개성공단 부근으로 진입했다. 한반도기를 흔들며 환영하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을 뒤로 한 채 노 대통령은 안암굴 터널을 통과해 왕복 4차선 160㎞에 달하는 평양-개성 고속도로를 북녘 산하를 보면서 내달렸다. 지난여름 수해로 일부 파손됐던 개성-평양 고속도로는 말끔히 보수돼 있었다.
노 대통령 일행은 개성에서 70㎞를 더 달려 황해북도 서흥군 수곡휴게소에서 20여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최승철 부부장 등과 환담을 했다. 노 대통령은 휴게소 내부의 민화 등 그림전시장을 둘러봤고, 매대 물품들을 보면서 "우리 남쪽에서도 이런 상품들은 선물용으로 많이 쓰이는 것 같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오전 11시40분께 평양 인민문화궁전 앞에 도착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영접을 받았다. 노 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무개차에 나란히 올라 인사를 나눈 뒤 오전 11시42분께 카퍼레이드를 했다. 카퍼레이드는 평양 인민문화궁전 앞에서 4·25 문화회관까지 6㎞에 걸친 왕복 6차선 도로에서 20분 남짓했다. 길거리의 수십만 평양 시민들은 붉은색, 분홍색 꽃술을 들고 "만세" "조국통일"을 외쳤다. 노 대통령은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노 대통령은 공식 환영행사가 열리는 4·25문화회관 광장에 낮 12시께 도착했다. 광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평양시민들은 연분홍색, 보라색, 붉은색 꽃술을 흔들며 환호했다. 광장에는 5분전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노 대통령은 천천히 차에서 내린 뒤 10m 정도를 걸어 김 위원장과 악수했다. 노 대통령은 김영일 내각 총리, 강석주 외무성 부상, 박순희 여성동맹위원장을 비롯한 당·정·군 고위인사 21명과 인사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차분한 표정으로 뒤에서 지켜봤다. 김정일 위원장도 남쪽 공식수행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노 대통령은 낮 12시11분께 다시 악수를 하고 전용차에 올라, 평양 입성의 공식행사를 마쳤다.《자세한 내용은 시사뉴스 '창간19주년' 통권 316호(창간 특집)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