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이 파행 끝에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으나 불법, 부정선거를 둘러싼 후보간 공방은 오히려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상 유례없이 현직 대통령 명의도용이라는 논란에서부터 촉발된 부정선거파문은 신당경선에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는 것. 경선 초기부터 불붙은 '유령선거인단' 논란이 각 후보 캠프 측의 무차별적 폭로로 '박스떼기' '차떼기' '폰떼기(콜떼기)'등 의혹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신당경선 잡는 노 대통령'
정동영 후보 측 인사가 개입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불법 명의도용 사건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손학규, 이해찬 후보가 경선 일정 불참을 선언한 직접적인 이유가 된 사건이기도 하다. 수세에 몰린 정 후보측은 손, 이 후보측이 각각 이재정 통일부 장관, 차의환 청와대 혁신관리수석을 명의도용해 선거인단에 등록시켰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이 후보측은 "정 후보측이 유명 연예인 팬클럽 회원 명부를 명의도용했다"며 의혹을 키우고 있다. 불법 명의도용 건은 14일 '일괄 경선' 전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경선 판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경선 선거인단 모집시 허용된 대리접수는 선거인단 이중등록, 동일 IP 무더기 접수 의혹으로 이어졌다. 손 후보측은 "8만4000명의 경선 선거인단 신청자가 동일한 휴대전화 번호로 등록됐고, 선관위 위탁분과 당 관리분에 이중등록된 선거인단이 2만4000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신당 국경위는 이에 대해 9일 "2만4000명 이중등록은 실무적 실수에서 빚어진 것으로 곧바로 시정하고, 동일 휴대전화번호 신청자도 모두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거인단 이중등록 문제가 전면화되면서 손, 이 후보측은 선거인단 전수조사를 당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특히 손, 이 후보측은 각각 선거인단 50명 이상, 10명 이상 대리접수자에 대해 전원 조사할 것을 당에 촉구했다.
휴대전화 선거인단 모집시 동일 IP로 수십~수백건을 신청한 경우도 조사 대상이다. 휴대전화 선거인단 모집 등을 위한 불법 콜센터 운영도 후보간 공방의 주요 소재다. 손, 이 후보측은 정 후보측의 불법 콜센터 운영 의혹을, 정 후보측은 이 후보측의 불법 콜센터 의혹을 서로 제기하고 있다.
여기다 정 후보측은 이해찬-이택순(경찰청장) 커넥션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 명의도용 사건이라는 암초에 걸려 초유의 선거사무실 압수수색 위기에 처한 정 후보는 '경찰 수사 배후설'을 제기하며 정면 돌파에 나선 것.
경선 초반 7승1패의 성적으로 대세를 장악하고도 '대통령 명의도용 사건'이라는 암초를 만난 정동영 후보는 경찰의 선거사무실 압수수색 시도에 대해 '배후설'을 제기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동시에 '당 지킴이', '경선 지킴이'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자신이 책임있는 민주개혁세력의 적자(嫡子)임을 강조하고 있다.
정 후보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정당사에서 경찰이 경선이 진행중인 와중에 당내 후보 사무실을 전면적으로 압수수색 한다는 발상이 일개 경찰, 검찰 간부가 생각할 수 있는 일인가를 생각하면 격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와 이택순 경찰청장의 특수관계(고교 동문)를 염두에 둔 '배후설'을 제기한 것이다. 민병두 전략기획위원장도 "경찰 수사는 대통령 명의도용 사건으로 제한돼야 하며, 전면적인 수사를 하려거든 손, 이 후보측의 문제도 함께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이런 파행 상황에서 웃고 있는 사람이 누군가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며 경선 정상화를 촉구했다.
정 후보의 이같은 공세에 이 후보는 같은날 여의도 캠프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런 식으로 대선 후보를 선출하면 누가 감당하겠나. 내가 바로 잡아야지 누가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정말로 자괴감을 느낀다"면서 "민주와 개혁을 기치로 해서 집권한 세력이 10년만에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라며 정동영 후보측의 불법선거 의혹을 거듭 비난했다.
정 후보측이 선거사무실 압수수색의 배후로 노무현 대통령과 자신을 지목한 데 대해 그는 "(압수수색을 지시한) 이택순 경찰청장하고 저하고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것은 인사청문회부터 나온 얘기이며, 우리 정부가 그런 사적인 인연으로 청탁하고 그런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그러나 일각에서 나오는 14일 원샷 경선 불참설에 대해선 "14일 경선을 하는 것이 전제다. 우리가 내건 조건이 100% 충족되면 좋은 것이고, 100% 충족 안된다고 경선을 안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서울대 문리대 72학번 동기인 정 후보와의 대치에 대해 그는 "사적인 것은 사적인 것이고, 공적인 것은 공적인 것이니 잘 가려서 해야 한다"고 했다. 문국현 후보와의 연대가능성을 두고는 "아직 이르다. 선거를 많이 해봐서 아는데 우여곡절이 많다"면서도 "등록하려면 한 달 이상 남았다. 그때그때 판단해야 한다"고 여운을 남겼다.《자세한 내용은 시사뉴스 '창간19주년' 통권 316호(10월15일 발행)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