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결국 자이툰부대의 '주둔 연장' 카드를 선택했다. '올해 말 철군'이라는 당초 약속을 파기한 이유로 긴밀한 한미 공조를 통한 '국익'과 '한반도 평화' 를 들었다. 여야 대선 후보간 이해관계가 미묘하게 얽히면서 이라크 자이툰 부대 파병연장 문제가 대선 정국의 핫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자이툰 부대 임무종결 시기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담화에서"지난해 약속한 완전 철군의 시한을 내년 말까지1년 더 연장하는 '단계적 철군' 제안을 발표하고 국민과 정치권의 양해와 협조를 당부한다"면서"정부가 지난해 한 약속과 다른 제안을 드리게 된 점에 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자이툰 부대의 파병으로 중동지역 정세안정에 기여하고 있고 현지에는 미국외에 26개국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고 우리도 그 일원 중 하나"라며 "이라크정부와 쿠르드 지방정부도 우리의 주둔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또 6자회담과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논의 등 한반도 주변정세를 설명한 뒤"이 모두가 미국의 참여와 협력 없이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운 일이며 그 어느 때보다 한미간의 긴밀한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장수 국방장관도 "자이툰 부대의 파병연장 동의안을 늦어도 11월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이후 1250여 병력을 절반 정도로 줄여 600명은 전원 연내 철수할 계획"이라고 국회국방위원회에 보고했다. 정부는 이달말 자이툰 부대 파병연장 동의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하고 대통령 재가 절차를 거친 뒤 다음달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원내 제1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선예비후보가 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민주당 이인제 대선후보가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자이툰 부대 파병연장 문제가 대선 후보의 입장이 명백히 엇갈리게 된 것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24일 정부의 이라크 주둔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에 대해 "경제,자원외교, 전후복구 사업에 참여할 우리 기업들을 생각해 1년 연장하는 것이 좋은 생각"이라며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참석, "한미관계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다가올 자원전쟁에 있어서 이라크라는 나라를 가까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이라크 전쟁이 끝나고 세계가 자원 확보 경쟁을 벌일 것"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부가 감축하는 600명 수준 부대인원을 유지하며 중동 전체에 관심을 갖는 국가로 남아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이라크는 지상매장량만 따지면 원유 지상 매장량이 사우디아라비아 훨씬 많다"며"자이툰 부대가 주둔해 있는 곳도 기름 밭 위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후보는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 반대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자이툰 부대는 3년반동안 성실하게 당초 목적을 이행하기 위해 임무를 다했고 거의 목적을 달성했다"면서 "이제 더 중요한 것은 국민과의 약속이며 철군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파병 연장 이유로 거론되고 있는 6자회담, 한미 공조 등에 대해 "떨어져서 높이 보면 당당한 대한민국 외교 힘을 강조할 수 있는 기회"라며 "호혜적 한미관계 증진을 위해 힘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과 한미 공조가 모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당은 이날 이라크 주둔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 동의안에 반대한다는 당론을 최종 확정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의결 정족수에는 못 미친 상황이지만 연장 동의안 반대 서명에 이미 71명의 의원이 참여하는 등 사실상 과반수 이상의 의원이 동참한 만큼 박수로 당론을 확정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선 후보 가운데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는 '정부가 국익을 고려해 고심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찬성입장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