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불과 2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무소속 출마설을 둘러싼 한나라당 안팎 기류가 긴박해지는 분위기다. 이 전 총재(혹은 그 측근들)는 이명박 후보의 낙마가능성과 박근혜 전 대표와의 연대가능성을 근거로 대선 출마결단 임박설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측은 이 전 총재의 의중을 타진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전 총재측 이흥주 특보는 28일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당내엔 "출마를 전제로 향후 전략을 고심 중"이라는 얘기마저 흘러 다닌다. 이 전 총재 측은 이런 정치권 관심을 즐기기라도 하듯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정치적인 해석을 낳을 수 있는 행보를 하고 있다. '정권 교체를 돕겠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면서 명확한 불출마 선언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측은 모호한 이 전 총재 행보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다. 만약 이 전 총재가 출마 선언을 한다면 한나라당 고정표인 보수층 이탈은 불가피하다. 이 전 총재 지지자들은 BBK 의혹 등이 구체화하면서 이 후보가 낙마할 때 대안 후보로 이 전 총재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최근 서청원 전 대표, 강삼재 전 사무총장 등 지난 대선에서 자신을 보좌했던 인사들을 연이어 만났다. 31일에는 박근혜 전 대표 경선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홍사덕 전 의원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가능성은 낮지만 '이회창-박근혜 연대설'까지 나오는 마당에 두 사람의 만남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희망나라 국민포럼' 소속 회원 1,500여명은 29일 서울 남대문 이 전 총재 사무실 앞에서 대선출마 촉구 집회를 또 개최할 예정이다. 이미 '충청의 미래' 라는 지지단체가 집회를 연 바 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표 측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는 것이 이 후보 측근들에게는 새로운 걱정거리다. '정권 교체에 힘을 합하겠다'는 원칙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 측이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박 전 대표 측에 섰던 일부 의원들은 독자 행보를 계속하며 이 후보측을 견제하는 듯한 양상도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6~27일 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6일에는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가했고 27일에는 경선 과정에서 경선캠프 상임고문을 맡았던 서청원 전 대표의 산악회 등반 행사에 참석했다. 그러나 당연직 고문으로 선대위에 포함된 후 이명박 대선 후보와 연계될 수 있는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측근들에게 "이 전 총재 관련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라"는 엄명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직접 상황을 통제하며 이 전 총재를 자극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 후보측 바람대로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대선변수로 현실화할지 이 전 총재의 선택이 임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