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이 울어야 대권이 보인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각 대선주자 부인들의 내조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후보의 그림자를 밟지 않고 조용한 내조를 해왔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대통령이 되겠다며 전면전을 불사하고 있는 대선주자들만큼이나 그 안사람들도 청와대 안주인, 즉 영부인이 되고자 칼날을 겨누고 있다. 다만 각종 의혹과 공방, 네거티브가 판치는 서슬퍼런 후보 공방과 달리 부인들은 온화함으로 승부를 겨루고 있는 것. 각 캠프에서는 후보 부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브리핑하며 '영부인?' 띄우기에 나서는가 하면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후보 부인 김윤옥씨는 이 후보 못지 않게 대통합민주신당의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6일 김씨는 이 후보와 함께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한나라당 양성평등 실천다짐 한마당에 참석했다. 김 여사는 이 후보와 함께 양성평등 메시지를 전하고 '실천다짐 약속과 추진방안'을 낭독하며 내실있는 공약제시와 믿음직한 약속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김 여사를 옆에 두고 "한나라당에서 양성평등 행사를 하는 것을 보니 많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한나라당이 한두번의 이벤트에 만족하지 말고 꾸준히 양성평등을 위해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김 여사를 보며 "저는 딸 셋과 아들 하나를 두고 있기 때문에, 수적으로도 그렇고 내용적으로도 양성평등 정도가 아니고 여성 우위의 가정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그동안 남성을 선호하는 시대를 살아 왔는데, 농경 시대에는 밖에서 힘든 일을 해야 했기에 남성을 선호한 편이었다. 산업화 초기에도 힘든 노동을 많이 해야 했기 때문에 남성들을 많이 고용하고 여성들의 고용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화 말기에서는 중후장대(重厚長大)보다는 경박단소(輕薄短小) 업종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취업 기회가 많아졌다. 예를 들면 30여 년 전에 반도체 산업이 시작되었을 때 여성들을 많이 채용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지식, 정보 시대에서는 더더욱 여성들이 일자리를 구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앞으로는 서비스업이나 지식, 정보산업 등에 있어 여성들의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 전망한다"고 여성의 사회참여에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 "저는 현재 우리나라 과학자 가운데 38%가 여성이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 만큼 여성들의 활약상이 눈부신 것이다"며 "앞으로 20년 정도 지나면 거꾸로 남성들 쪽에서 양성평등을 요구하는 현상이 생길 것으로 본다. 한국은 고위직 비율에서는 아직 남성이 훨씬 많지만, 여성들의 사회 진출에 있어 변화 속도는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가정교육에서부터 양성평등을 실천하고 이것을 학교 교육 등으로 확산시켜야 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이 후보는 이어 "관습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치권, 그 중에서도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한나라당이 양성평등에 있어 다른 어느 정당보다도 앞서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윤옥씨가 전면에 나서서 표심잡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도 보였다. 앞서 5일 충북을 방문한 김 여사는 이날 오전 한나라당 충북도당 여성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이 후보는 눈이 매력적이고 멀리 보는 안목이 있다"며 "서울시장 취임 전에 이미 머릿속에 청계천 복원과 서울의 숲 조성, 버스노선 개편 등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어 "그 눈을 만만하게 보지 말라"며 "그렇게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흥하는 경제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출마설을 겨냥한 듯 김 여사는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며 우리 모두 하나가 돼 과거를 생각하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 가야하고 미래를 보여주는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며 "승리할 것이라는 굳은 신념을 갖고 이 후보를 적극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김 여사는 이어 이 후보 상근 특보단에 임명된 유인촌 유씨어터 대표가 특강에 나선 청주 서원대를 방문, 유씨를 만나 대화를 나눈데 이어 충북 여성 경제인들과의 간담회를 갖는 등 충북 표심잡기 행보를 이어갔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측은 아예 부인 민혜경씨를 띄우고 나섰다. 정 후보의 지지율 끌어올리기가 시급한 가운데 대중적 인기가 높은 민씨의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민 여사는 최근 모 여성지 여론조사에서 '영부인 후보' 호감도 1위를 차지한데다 '가족행복'과도 이미지가 맞는다. 게다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부인 김윤옥씨가 '법명 논란'과 '명품가방 구설수'에 오른 상황에서 민 여사의 행보가 더 주목을 받고 있다.
민씨의 컨셉트는 전통적인 '조용한 내조'와 '돌봄과 섬김'이다. 하지만 행보는 다소 파격적이다. 지난 4일 민씨는 가족행복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정장 대신 점퍼를 입고 시를 낭송했다. 정 후보와 함께 '딱춤'도 췄다. 5일에는 공동선대위원장과 신당 국회의원 부인들과 만나 선거법에 대한 교육을 받고 대화도 나눴다.
정 후보가 세세하게 챙기기 어려운 부분에 소통 역할도 맡았다. △불교계와의 만남 △소외계층 현장 방문 △여성지, 온라인 매체의 홍보 활동 등이다. 민씨는 앞으로 '민혜경의 행복일기'를 블로그에 올리는 한편 각종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도 본격 나설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정 후보 선대위는 후보비서실 산하 가족행복팀을 꾸려 민씨의 사진과 인터뷰, 발언까지 모두 기획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부인 한인옥씨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대선에서 이겨야 한다"고 말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자세한 내용은 시사뉴스 '창간19주년' 통권318호(창간 특집호11월12일)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