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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는 던졌지만, 박근혜는 침묵으로...

김부삼 기자  2007.11.08 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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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가 결국 이재오 최고위원의 낙마로 이어졌다. 이 전 총재의 출마로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이 급해진 이명박 후보측이 결국 '이 최고위원 사퇴' 라는 카드를 빼든 것이다.
이명박 대선 후보의 핵심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8일 최고위원직을 비롯한 모든 당직을 '자진 사퇴' 함에 따라, 박근혜 전 대표 측과의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성명에서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와 관련,"당내 화합이 중요한 상황에서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며"나를 지렛대로 그 어떤 권력투쟁도 중단해야 한다. 백의종군하겠다"고 당직 사퇴 의사를 전했다.
앞서 이 최고는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당내에 아직도 이명박 후보를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있다.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해 박근혜 전 대표의 분노를 샀던 터.
이에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은 이 최고위원의 사퇴를 당내 화합을 위한 '최소 조건'으로 제시하며 이 후보를 압박했으며, 특히 이 최고에 의한 당 장악현상이 제18대 총선 공천권 불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당권-대권 분리' 를 거듭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 이 후보 측 내에서도"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출마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보다 확실한 '화합 제스처' 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이 최고의 거취 문제를 빠른 시일 내에 결론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왔고, 결국 이 후보가 직접 나서 이 최고의 '2선 후퇴' 를 요구하기에 이른 것.
이 후보는 최근 이 최고에게 "대선이 끝나더라도 당권 경쟁에게 나서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고 '지시' 한데 이어, 7일 열린 한 토론회에선 당내 화합 방안을 묻는 질문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언행을 한 사람은 거기에 대한 일말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당이) 화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 사실상 이 최고의 '자진 사퇴'를 시사했다.
이 후보는 이후 기자들을 만나 자신의 '책임' 발언은"특정인을 지칭한 게 아니라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일반론적인 얘기를 한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언행을 모두 조심하자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이 최고는 사퇴 결심을 굳히고 8일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했다.
강재섭 대표도 이날 당사에서 가진 특별회견을 통해 "대권-당권 분리는 당헌·당규대로 따르면 된다. 왜 논란이 일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대선 때까지는 당무의 초점을 선거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후보가 당무 우선권을 갖지만 대선이 끝나면 당선자는 물론 대통령도 당무에 일절 관여하지 못한다. 공천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고 강조하는 등 '박근혜 끌어안기'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당내에선 이 최고의 사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 최고의 사퇴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이방호 사무총장, 정두언 의원 등 또한 줄줄이 사퇴 압력에 시달릴 것"이라면서 "이대로 가다간 당이 더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 전 대표 측이 이 전 총재의 출마상황을 이용해 오히려 당권 장악을 획책하고 있다"는 지적. 앞서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유승민 의원의 경우 이 최고의 사퇴를 주장하면서 '이 최고위원의 사퇴는 화합의 '첫 단추' 다. 화합의 완성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이 후보측에서 당의 화합을 위해 진정성 있는 가시적 조치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이명박의 돌파구는?
이명박 후보는 이회창 전 총재의 무소속 대선출마 등과 관련, 향후 일정을 전면 재조정키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이 전 총재의 출마는 어찌 보면 당으로선 가장 큰 위기를 맞은 엄중한 사안이다. 다음주 김경준씨의 귀국과 함께 앞으로 우리가 넘어야 할 파고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남은 일정을 전면적으로 조정해서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 후보의 깊은 '장고(長考)'의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국민성공대장정' 경남대회는 9일 예정대로 치르되, 이후 일정에 대해선 '전략적'으로 전면 수정해나간다는 계획. 구체적으로는 이 전 총재의 출마선언을 기점으로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보수`우파 진영의 '표심(票心)' 단속에 주안점을 두고 그에 대한 견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당초 이날 경기도 광주에서 농업분야'타운미팅'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무기한 연기했다. 대신 이날 오후 잠실 향군회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 초청 안보강연회에 참석, 자신이 바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국가정체성의 '적자 후보' 임을 내세우며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그리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북방한계선(NLL) 문제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적극 알리는 등 '보수층 챙기기' 에 나설 예정이다.
◆침묵하는 박근혜
이재오 최고위원이 이날 당 화합을 위한 조치로 스스로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으나 박근혜 전 대표는 여전히 '침묵 모드' 를 이어나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전날에 이어 8일에도 국회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불가피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일정에는 꼬박꼬박 참석하던 그가 이틀째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대선출마와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를 두고 자신에게 집중되고 있는 초미의 관심을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이날 이 최고위원의 사퇴에 대해 "자신들이 판단해서 한 일 아니겠느냐. 박 전 대표는 본인 입으로 이 최고의 사퇴를 요구한 적이 없다"면서 "문제는 이 후보가 진정성 있는 화합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현재의 스탠스를 계속해서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은 이번 이 최고위원의 사퇴에 대해 반응이 다소 엇갈리고 있지만 대체로 냉랭한 분위기. 한 '친박' 의원은 이날 본지의 통화에서 "마치 이 최고위원이 물러나면 우리가 화합해야 한다는 공식을 만들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가 어린애들도 아니고 본인들이 이거 해주면 우리는 저거 해줘야 하느냐. 화해라는 것은 도식적인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측근은"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박 전 대표가 또다시 구원투수로 나서는 모양새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며 "강경한 모습만을 노출했다가는 역풍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시기를 봐서 입장표명을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낫겠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박 전 대표 측 주변에서는 당 화합의 전제조건으로 '당권·대권 분리'나 '차기 공천권 보장'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온바 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최근 이회창 후보의 출마와 당 내홍 상황과 관련, 어떤 형식으로든 자신의 견해를 밝힐 것이라는 것이 측근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 시기가 오는 12일 대구 국민대장정 행사가 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