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닭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아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각 대선주자 부인들의 내조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후보의 그림자를 밟지 않고 조용한 내조를 해왔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대통령이 되겠다며 전면전을 불사하고 있는 대선주자들만큼이나 그 안사람들도 청와대 안주인, 즉 영부인이 되고자 칼날을 겨누고 있다.
◆이명박 후보 지지율 오르니 신당, 네거티브 본격화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가운데 신당은 김윤옥씨의 불교계 '법명' 논란과 '명품가방' 사건 등을 부각시키며 본격적으로 김씨를 때리고 나섰다. 사건의 발단은 한 불교계 신문의 지난달 22일자 보도. 신문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일 강원도 영월 법흥사에서 열린 순례기도회에 참석, 도선사 주지인 혜자 승려로부터 '연화심(蓮華心)'이라는 불교 법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혜자 승려는 당시 김씨에게 "비록 이 후보 부부의 종교는 다르지만 자비와 관용을 제일 덕목으로 삼는 불교의 입장에서 이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해 줄 것으로 믿는다"며 "김 여사가 소중한 인연을 맺었으니 '연화심'이라는 법명을 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또 김씨가 당일 새벽 1천 5백여명 회원들과 함께 조계사에서 출발하는 버스에 동승했으며, 기도회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이명박 후보는 이같은 보도가 나온 지 일주일만인 지난 29일 한 기독교계 행사에 참석, 부인 김씨가 법명을 받은 사실을 정면 부인했다.
이번에는 한 기독교계 언론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교계 주간 신문인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는 이날 서울교회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 40여분간 강의한 뒤 부인의 법명 관련 진위를 묻는 질문에 "절에서 하는 법회에 참석했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이어 "승려가 부인에게 얼굴이 연꽃 같다고 말한 것이 와전이 돼 그렇게 알려졌다"며 "우리 부인이 저보다 더 앞서 가는 기도꾼이다. 그런 점은 걱정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히 알려진대로 이 후보와 부인 김씨는 서울 S교회에서 각각 장로와 권사를 맡고 있다.
이와 관련, 대통합민주신당은 지난달 31일 전민용 부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이명박 후보의 말 바꾸기와 거짓말이 거의 병적인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전민용 부대변인은 "이 후보는 '연화봉의 인연'을 '얼굴이 연꽃 같다'로 바꿨고, 법명을 받은 건 아예 부인해 버렸다"며 "능수능란하게 말 바꾸기를 하다 보니 이번에는 스님 말씀까지 바꿔버리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
전 부대변인은 특히 "불교계가 법회라고 하는데 기독교 신자인 이 후보가 법회가 아니라고 우기고 있는 셈"이라며 "대단한 결례이자 오만"이라고 지적했다. 최재천 대변인 역시 "이 후보에게 종교는 종교가 아닌 표밭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번 '법명 논란'으로 다소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박형준 대변인은 불교계신문 보도 내용이 불거진 이후 "불교신자가 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다른 종교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법명을 받았을 것 같다"며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난 16대 대선 직전인 2002년 10월,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법명을 받은 걸 두고 맹공을 펼친 바 있다.
당시 남경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노 후보 부부는 천주교에서 세례명까지 받았다"며 "그런데도 자신들의 종교가 불교라며 법명까지 받는 등 거짓말 행각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또 "노 후보 부부는 자신들의 진짜 종교가 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거짓말 행각으로 국민 특히 종교인들을 속이는 행위는 분명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당시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행보는 '불심잡기 쇼'로 비춰진 것도 사실. 법릉사 법회에 참석했던 한 불교계 인사는 이 후보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명목상으로는 성지순례지만 분명히 법회였다. 또한 정식 절차를 갖추진 않았지만 법명을 받은 것 역시 사실이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당시 법명을 받은 절차 정도라면) 불교계에서 일반적으로 법명을 받은 것으로 인정한다. 이전에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도 이 후보의 부인과 같은 방식으로 법명을 받았지만 법명을 받았다고 하지 안 받았다고 하지 않는다"며 이 후보의 발언에 유감을 표시했다.
이 인사는 한나라당을 향해서도 "당이 합심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 내가 알기로는 당 차원에서 홍보를 하고 보도 자료를 돌려서 일부 언론사에서도 취재를 오고 보도도 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상황이 곤란해지자 발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후보가 불교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라면, 기독교 표가 무서워서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이 후보의 해명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불교계 매체들도 이 후보를 비난했다. 김씨가 법명을 받았다는 사실을 그리 숨기려면 '불교행사에 왜 왔나' '대한민국이 개신교도들만의 국가가 아니다. 개신교도가 사찰에 불을 지르고 단군의 목을 자른다고 해서 상대측도 똑같이 교회에 불을 지르고 십자가를 부러뜨린다면 이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라며 불교계의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불교포커스는 '불교계는 이명박 후보가 불교에 대한 폄훼를 넘어 조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후보의 해명 발언을 비판했다.
이 후보측은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염려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조해진 공보기획팀장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미 해명은 다 했다"고 말했다. 또 불교계의 반발 기류를 두고는 "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또 다시 입장을 밝히면 그걸 두고 그쪽(불교계)에서 또 다시 반발 할 수 있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까지 갈 수 있다. 종교간의 갈등은 바라지 않는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법명 논란에 앞서 김윤옥씨는 명품 핸드백 파문을 일으켰다.
대통합민주신당 송영길 의원은 지난달 23일 서울 부산 등 6개 지방국세청 국정감사장에서 김씨가 하늘색 가방을 들고 있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수백억대 재산가이고 부인에게 1080만원이나 하는 가방을 사주는 이 후보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낸 건강보험료가 월 1만5000원~2만3000원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송 의원이 공개한 사진은 이 후보와 부인이 작년 고(故) 정몽우 현대 알루미늄회장의 셋째 아들 정대선씨와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의 것으로, 지난 여름부터 인터넷에 등장했었다.
김씨의 가방은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의 켈리 시리즈 중 하나다.
이와 관련, 이명박 후보는 5일 논란이 됐던 부인 김윤옥씨의 명품 핸드백에 대해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김씨의 1000만원대 에르메스 핸드백에 대한 질문에 "우리 집사람이 비싼 백을 들고 다녔다"고 시인한 뒤 "그런데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서울시장 때 회갑을 맞아 (가족들과)휴가를 가기로 했지만 서울시장이 끝나고 나서도 못 가게 돼 사위 3명이 모여서 (핸드백을 집사람에게)선물하자고 해서 선물하게 됐다"며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김씨의 명품핸드백 논란이 보도된 뒤 "세 사위들이 와서 울고불고했는데 측은하더라"며 "그렇게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후보 부인 호감도는?
이런 가운데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 부인 호감도 조사에서 신당 정동영 후보의 부인 민혜경씨가 1위를 차지했다.
민씨는 여성중앙이 실시한 설문조사 '가장 마음에 드는 영부인 후보 분야'에서 63%의 지지율을 얻으며 1위에 올랐다.
이명박 후보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문국현 후보 부인인 박수애 여사는 14% 지지를 얻는데 만족해야했고 권영길 후보 부인 강지연 여사 5%, 이인제 후보 부인 김은숙 여사 4% 순이었다. 또 응답자들은 '외모로 영부인을 뽑는다면?'이라는 물음에 민혜경 여사(75%)를 가장 많이 택했고 김윤옥 8%, 박수애 7%, 김은숙5%, 강지연 5%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역대 영부인 선호도 조사에서 늘 1위를 기록한 고 육영수 여사를 닮은 후보 부인조사에서도 민혜경씨는 49%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민씨는 외모와 국제감각, 몸매관리 분야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응답자들은 아울러 민혜경 여사(44%)를 힐러리 스타일로 꼽았고, 김윤옥 여사(34%)는 바바라 부시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후보의 부인 김윤옥씨는 재테크를 잘했을 부인(44%)과 과외를 많이 시켰을 부인(36%) 등에서 1위를 기록했다. 김치를 잘 담글 대선후보 부인을 묻는 조사에서 권영길 후보의 부인 강지연씨가 75%의 지지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리서치가 지난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각 후보 부부의 사진을 응답자(1035명)에게 공개한 뒤 질문에 대한 답을 듣는 방식을 채택했다.
각종 UCC에서도 후보 부인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사이트 판도라TV(대표 김경익 www.pandora.tv)는 'UCC 대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각 대선 후보의 집을 방문해 후보자 부인과 함께 장보기, 요리, 노래 등을 하는 '만원의 만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2일 밝혔다. 2일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선 예비후보의 부인 박수애씨를 시작으로 5일에는 권영길 민노당 대선 후보의 부인인 강지연씨 관련 동영상을, 6일에는 정동영 통합민주신당 후보의 부인인 민혜경씨의 동영상을 공개된다. 장보기 중 즉석 물가 퀴즈를 통해 시장 물가에 대한 감각을, 요리 중 가래떡 썰기, 사과껍질 길게 깍기 등을 통해 요리 실력을 알아보는 이벤트 등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