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대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BBK주가조작 의혹. 그 핵심인물인 김경준씨의 국내송환과 그의 누나 에리카 김의 잇따른 증언, 부인 이보라씨의 깜짝 기자회견 등 주목을 이끄는 공방이 줄을 이으면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선가도에 비포장 도로가 깔리는 것 아니냐는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는 BBK와 연관있다면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다며 무관함을 주장하고 있지만 대통합민주신당과 이회창 후보 측, 문국현, 권영길 후보 등도 제대로 답변하고 진실을 밝히라며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내달 5일께 검찰의 중간 수사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BBK의혹이 폭탄이냐 헛방이 될 것이냐의 논란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한, BBK폭로는 코미디
한나라당은 이번 BBK폭로를 한마디로 코미디로 보고 있는 모양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21일 BBK사건의 김경준씨 부인 이보라씨의 기자회견 내용과 관련, “새로운 사실이 아무것도 없다”며 평가절하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이씨 기자회견 내용에서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씨의 기자회견이) 김경준씨가 잘못이 없다는 내용이 주된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면서 “미국 법원에서도 김경준의 모든 범죄를 인정했고 이명박 후보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한줄도 없다. 이런 것에(미국의 판결에) 배치되는 기자회견을 했다.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미국 법원의 김경준씨 송환 판결문을 번역한 것을 읽어가며 “김씨의 혐의를 미국 법원에서도 모두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권에서 자꾸만 김경준씨와 이명박 후보를 연계시키려 노력하고 있고, 그렇게 해서 김경준 남매, 가족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대선으로 몰고 가는 코미디, 희극적 상황을 연출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권에게 대해서도 “후보 등록하고도 계속 이런 식으로 한다면 정책 대결은 아예 실종되고 말 것”이라며 “이젠 제발 정책 대결로 나와달라”고 말했다.
심재철 의원도 “에리카 김이 새벽에 기자회견 한다고 어제부터 요란을 떨면서 예고편을 냈지만 결국 뻥튀기라는게 확인됐다”며 “‘폭풍 전야’, ‘중대분수령’, ‘긴장감’ 등 미사여구가 동원됐지만 사기꾼의 헛소리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김대업 병풍 공작 때와 똑같다. 녹취록이 있다 했는데 거짓말이었다. 김경준씨도 이면계약서 있다고 했지만 거짓말이다. 이면계약서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도 범죄자라고 밝혔다. 심 의원은 “에리카 김은 기본적으로 (김경준씨와) 공범이다. 횡령 사기에 대한 공범”이라며 “미국 법원에서 8개의 혐의 중 3개를 인정하고 나머지는 털어내는 바게닝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기 공범이라는 것을 잊고 요란법석을 떠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김씨의 가족들이 기자회견에서 이면계약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과 관련, “새로운 사실이 아무 것도 없고 그동안 여권이 주장하던 것과 같다”고 말했다. 나 대변인은 “(김씨 가족들은) 이명박 후보가 BBK를 소유했다는 증거도, 주가조작이나 횡령에 가담했다는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세상을 바꿀 것 같이 큰소리 치던 에리카 김은 숨어버렸다”면서 “한국으로부터 범죄인 송환 요청을 받을까봐 두려워서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더 이상 이면계약서 존재를 언급하면서 연기만 피울 게 아니라 서류를 즉각 공개하든지, 아니면 차분히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게 마땅할 것 같다”고 요구했다.
이명박 후보도 이른바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 등 자신을 겨냥한 정치권의 거듭된 공세에 대해 “선진일류국가로 가는 것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주최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의 선진화, 일류국가로 가는 길’ 토론회 격려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선진일류국가로 가기 위해선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을 갖고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대선을) 한 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서로 음해하고 모함하는 판국으로만 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 경선 과정에서부터 정책 토론의 기회를 여러 차례 가졌고, (당) 후보가 되면 정책 대결을 하겠단 준비를 해왔다”면서 “그런데 정작 정책을 발표하더라도 언론이 잘 취급해주지 않고 ‘BBK’만 크게 써준다. (정책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우린 ‘대한민국이 지금 어디로 가는가’ ‘가야할 방향으로 제대로 가는가’에 대해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면서 “지금은 한나라당이 많은 어려움 속에 있지만 (대선일까지) 남은 기간만이라고 정책 대결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각 당에서도 앞으로의 대선 방향에 대해 검토하고 제시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소위 ‘BBK 정국’으로 불릴 정도로 온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자신의 연루 여부에 주목하고 있는 사실을 꼬집으며 해당 사건과 자신의 무관함을 에둘러 밝힌 것. 이 후보는 이날 토론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자신이 BBK의 실소유주라는 등의 김씨 측 주장에 대해 “논평할 가치가 있겠나” “기다려보자”고 했을 뿐 직접적인 언급을 삼갔다.
그러나 당 클린정치위원회(위원장 홍준표 의원)에선 ‘이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라는 등의 김씨 측 주장에 대한 반박 자료를 쏟아내며 BBK 사건에 따른 ‘정치적 공세’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 클린정치위는 이날 김경준씨가 지난 2000년 2월 이 후보의 최측근인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를 만나 인터넷금융회사인 LK e-뱅크의 설립을 제안했다는 내용이 담긴 김씨의 자필 메모와 당시 이 후보에게 보낸 편지 등을 공개하며 “김씨가 이 후보와 사업상 만난 시기는 2000년으로 그가 1999년 설립한 BBK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LK e-뱅크 사업 또한 이 후보가 아니라 김씨가 먼저 주도한 것이다”고 주장했다.《자세한 내용은 시사뉴스 '창간19주년' 319호(11월26일 발행)에서 볼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