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분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옥시의 책임 회피성 대처가 옥시 제품 전체의 거부감으로 확산되면서 지역 곳곳에서는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옥시 제품을 판매해 온 유통사들이 서서히 옥시 제품 철수 발표를 잇달아 내놓고 있으나 정작 대형마트 진열대 현실은 퍽 달라 소비자들을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3일 롯데마트는 “4일부터 전국 매장에서 ‘엔드 매대(각 진열대의 끝 코너로 소비자들의 주목도가 높은 핵심 위치)’에서 옥시제품을 제외시키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마트는 옥시 제품의 신규 발주를 절반으로 줄이고 진열 면적도 축소했으며 홈플러스도 판촉 진열대에서 옥시 제품을 제외시켰다. 이 같은 결정은 옥시 제품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마트들이 판촉 행사를 벌인데 대한 소비자들의 냉담한 반응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이러한 입장 발표가 ‘생색내기’가 아닌가하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대형마트들이 앞 다퉈 옥시 제품의 판촉행사와 진열을 축소하겠다고 한 말이 무색하게 대형마트에서는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이 갖가지 옥시 제품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오후, 가까운 대형마트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발표 이후에도 상당수의 제품이 여전히 눈에 잘 띄는 곳에 옥시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가장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엔드 매대’에 옥시 제품을 진열하는 것만 자제한 듯한 모습이었다. 판촉 행사도 제외하겠다고 밝혔지만 수많은 제품이 ‘1+1’으로 묶여있거나 소형 상품이 끼워져 있었으며, 일부 상품에는 ‘행사 상품’이라고 명시해 놓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사실상 ‘자연 도태’될 옥시 제품을 대형마트가 “점차적으로 철수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마치 ‘매출 타격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기업의 이미지’를 전하려 하는데만 관심을 두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이 드는 부분이다.
이제까지 옥시 제품은 세탁세제부터 섬유유연제, 습기제거제, 주방세제 등 ‘생활 밀착형’ 제품들이 상당수라 가정에서는 필수품처럼 쓰였다. 국내 세제 시장 점유율 80%, 연매출 2000억원으로 알려질 만큼 관련 시장에서 옥시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터지자 국내 시장을 과점하고 있던 옥시가 인체에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는 물질이 제품에 함유된 사실을 알고도 판매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옥시가 책임 회피와 사건 은폐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자 여론은 싸늘하게 식어갔다. 점차 악화돼가는 여론을 반영해 유통사들도 이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옥시 제품 철수’라는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소비의 한 축으로 떠오른 소셜커머스 업계도 옥시 제품 판매를 중지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즉각 사라지지 않는 것은 대형마트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3일과 4일 각각 위메프와 티켓몬스터(티몬)가 옥시 제품 판매 중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위메프와 티몬에서도 옥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현재까지는 판매 중지 결정이 내려졌을 뿐 옥시의 모든 상품이 전면 판매 중단된 것이 아닌 것. 이에 대해 소셜커머스 관계자는 “관련 상품 페이지 수정 등의 작업이 마무리되기까지에는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어, 이들 업체들의 옥시 제품 철수 의지를 의심케 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옥시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옥시에 대한 소비자들의 여론은 쉽사리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옥시 크린’과 ‘물먹는 하마’ 등이 해당 제품군의 대명사처럼 불렸던 만큼, 오랜 시간동안 생활 전반에 걸쳐 옥시 제품을 애용해 온 소비자들의 실망과 분노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