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이 잠든 시대의 부조리
궁중화가 고야의 아름다운 모델이자 영원한 뮤즈 이네스는 부당한 누명을 쓰고 종교재판소에 갇히게 된다. 이네스의 아버지인 부유한 상인 토마스는 딸을 구하기 위해 성당 재건 비용 기부 등 백방으로 노력한다. 이를 구실로 고야와 로렌조 신부를 집에 초대한다.
이네스가 부당한 심문에 자백 한 사실을 듣게 되고, 토마스는 어이없는 강변을 늘어놓는 로렌조를 심문한다. 로렌조에게 종교재판소를 모독하는 강제 고백의 고해문서를 받아낸 그는 심문의 고통은 이성을 마비시키고 허위고백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
이네스를 찾아간 로렌조는 갑작스레 욕망을 느끼고 아름다운 이네스를 겁탈한다. 토마스는 로렌조의 고해문서를 왕에게 보고한다. 이에 종교재판소는 로렌조의 지위를 박탈, 스페인에서 추방한다. 세월은 20여 년이 훌쩍 지나 프랑스 혁명으로 스페인은 격동의 시대를 맞는다. 나폴레옹의 점령이 시작되기 직전 고야는 청력을 완전히 잃고, 정신은 황폐화 되지만 눈으로 보이는 너머의 것을 그리기 시작한다.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 유럽 대륙에 거대한 변혁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던 18세기 말, 19세기 초. 유럽 역사 중 가장 중요한 시기를 배경으로 영화는 역사적 인물과 상상의 인물을 잘 섞어 격동의 시대를 그려낸다. 나폴레옹은 자신의 형을 스페인 왕좌에 앉히지만 곧 영국의 명장 웰링톤에게 다시 빼앗기게 된다. 민주주의, 나치사회, 공산주의, 다시 민주주의와 같은 정치 이데올로기가 우리의 삶을 지배했던 것처럼 당시 스페인 민중들은 격동의 시기를 견뎌내야만 했고, 그들에게 혼돈의 역사는 계속 반복 됐다.
하비에르 바르뎀 ‘욕망의 신부’ 연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서사의 흐름이 매력적이었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살리에르의 질투를 거대한 심포니로 완성한 ‘아마데우스’, 체코의 정치와 사회를 비판한 ‘프라하의 봄’ 등으로 유명한 밀로스 포만은 날카로운 작가적 시선으로 거장의 칭호를 얻었다. 더구나 그는 서사의 고리를 유연하게 엮어내며 대중의 호흡 또한 놓치지 않는 명장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에서 포만은 다양한 캐릭터의 갈등과 드라마틱한 운명을 흥미진진하게 풀어 놓으면서 특유의 시대적 부조리에 대한 날카로운 포착 또한 놓치지 않는다.
혁명이란 이름으로 이상을 가지고 온 나폴레옹의 살육과 폭행의 아이러니, 썩어빠진 종교와 광기의 종교 재판 등 역사적 비극이 잘 드러난다.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한 고야의 그림과 감수성을 교감하는 영화기도 하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소름끼치도록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 하비에르 바르뎀이 욕망에 사로잡힌 로렌조 신부 역을 맡아 역시 대단한 연기를 보여준다. 바르뎀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로렌조 신부를 한층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었다. 바르뎀은 처음에 고야 역으로 캐스팅됐지만 로렌조 신부 역을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레옹’의 마틸다로 유명한 나탈리 포트만 또한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연기적 역량을 한껏 발휘했다. 포트만은 순진무구한 이네스 역과 이네스의 딸로 등장하는 관능적인 알리시아 역을 동시에 소화해 내며 한 작품 속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부조리가 극에 달한 종교재판의 희생양으로 십수년간 감옥 생활을 하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해진 후의 이네스 역까지 3번의 변신을 해낸다.
불합리와 무분별한 폭력에 끝까지 대항하며 현대의 삶과 정치를 바꾸어 놓은 스페인의 정신적 지주 고야는 스웨덴의 국민배우 스텔란 스카스가드가 맡아 밀도 있는 연기를 펼쳤다.
식코
감독 : 마이클 무어 출 연 : 마이클 무어, 조지 부시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
감독 : 아담 브룩스 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 레이첼 와이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