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미국의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AMD의 최신 AI(인공지능) 가속기 칩에 삼성전자의 12단 HBM3E가 탑재된 것으로 공식확인되면서 삼성전자의 HBM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동안 HBM 후발주자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삼성전자가 이번 납품으로 그간의 성능 논란을 불식시키고 엔비디아 대량 공급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AMD 신형 AI 가속기에 탑재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고객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미국 관세에 대비하고 있는 가운데 중장기 관세에 대비해 고부가 제품 위주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등 고부가 메모리는 비교적 일반 D램과 낸드에 비해 가격 경쟁에 휘둘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AMD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AI 어드밴싱 2025’ 행사에서 신형 AI 가속기 MI350X·MI355X에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HBM3E 12’단 제품을 탑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AMD가 삼성전자 HBM 제품을 사용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AMD가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MD는 엔비디아에 이은 세계 2위 AI 가속기 업체로,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AI 가속기 시장에서 오픈AI와 손잡고 한판 승부에 나서고 있다. AMD는 AI 선두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오픈AI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AMD AI 가속기에 ‘HBM3E 12단’ 공급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HBM3E 퀄테스트를 받고 있어 AMD의 공식 확인은 삼성전자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AMD의 차세대 칩 탑재에 이어 향후 엔비디아 퀄테스트까지 통과할 경우 HBM 기술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AMD에서 ‘HBM3E 12단’ 제품의 품질과 성능을 검증받은 만큼 조만간 엔비디아 납품도 성사될 가능성의 여지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통과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지만, 시장의 관심은 삼성이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을 통과할지에 집중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HBM 물량의 70%가량을 소화하는 최대 선두 기업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HBM 시장(467억 달러·약 64조 원)에서 엔비디아의 구매 비중이 73%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AMD 인스팅트 MI350 시리즈는 AI 컴퓨팅 성능을 최대 4배 향상, 추론 성능을 최대 35배 향상한 신제품이다. AMD는 HBM4가 탑재될 MI400 시리즈를 미리 선보이며 차세대 칩 출시 계획도 알렸다. 오는 2026년 MI400은 HBM4 432GB 메모리를 이용해 초당 최대 19.6TB에 이르는 대역폭을 확보한다.
HBM4는 SK하이닉스가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했으며, 마이크론도 최근 샘플을 고객사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아직 삼성전자의 샘플 공급 소식은 나오지 않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HBM 시장은 엔비디아에 제품을 주력 공급하는 SK하이닉스가 선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엔비디아가 올해 발표한 차세대 루빈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MD의 MI400 시리즈에는 모두 HBM4가 탑재된다.
조상연 삼성반도체 미주총괄 “지속적 혁신 지원”
지난 3월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들에 HBM4의 샘플을 공급했고, 올 하반기에 양산을 앞두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SK하이닉스의 HBM이 탑재된 엔비디아 AI칩 ‘GB200’에는 ‘원팀’이라는 메시지로 애정을 과시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HBM4 양산을 목표로 한다. 삼성전자는 HBM 사업에서 SK하이닉스를 앞지르기 위해 HBM 성능을 대폭 키울 수 있는 신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서 하이브리드 본딩은 반도체 칩을 쌓을 때 칩과 칩 사이에 돌기 없이 칩들을 직접 연결해 쌓는 패키징 기술이다.
업계 관계자는 “HBM4 시장을 어떤 업체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AI 반도체 공급망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재 엔비디아-SK하이닉스가 선점하는 시장을 AMD-삼성전자가 뒤집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가 7세대 제품인 HBM4E부터 이 기술을 적용할 예정인 가운데 삼성전자는 한 세대 앞선 HBM4부터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이밖에 마이크론도 내년 HBM4 양산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전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상연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DSA)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HBM3E는 최첨단 GPU가 요구하는 용량과 대역폭을 충족해 데이터 집약적인 AI 및 HPC 워크로드를 지원한다”며 “AMD 인스팅트 MI350X 및 MI355X GPU와 오랜 파트너십을 통해 혁신을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