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여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한 위헌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여당에서는 그동안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공정성 확보를 명분으로 강력 추진하고 있으며, 야당에서는 헌법상 보장된 사법권의 독립과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 될 위험성이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당,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발의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1·2심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전현희 특위 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김건희 등의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내란전담재판부는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3명의 법관으로 구성된다. 관련 사건을 맡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법관’ 판사 3명도 추가 임명하기로 했다.
내란전담재판부·영장전담법관 추천은 전담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가 맡고, 후보추천위원은 법무부 1명, 법원 판사회의 4명, 대한변호사협회 4명씩 추천으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법안에는 위헌 논란이 있던 ‘국회 추천’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전현희 특위 위원장은 “일각에서 제기됐던 판사의 구성 추천 권한을 국회가 갖는 것은 삼권분립에 위배되지 않느냐는 지적들이 있었다”며, “위헌 소지는 없지만 이러한 주장을 수용해서 법관을 추천하는 데 있어 국회는 배제시켰다”고 했다.
법안에는 내란죄·외환죄를 범한 사람은 형법상 정상 참작 감경을 적용받지 않고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후 사면·감형·복권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또한 신속한 재판을 위해 1심 재판부는 공소 제기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했다.
전담재판부의 판결문에는 판사 3명의 의견을 모두 표시토록 했다. 재판 과정의 녹음·녹화 촬영은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국가의 안전 보장을 중대하게 해할 우려가 있어 피고인·검사가 모두 동의하는 경우 일부를 중계하지 않을 수 있다.
여당의 이러한 강경 드라이브의 배경에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전담재판부 없이는 공정한 재판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지귀연 판사에 대한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조희대 대법원장의 파기환송과 한덕수 전 총리와의 논란이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16일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민주당 통제를 통해 낡은 사법 카르텔을 해체하라는 국민 명령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했다.
허 수석부대표는 “우리 형법은 내란죄와 그 미수, 예비, 음모, 선동까지 처벌 규정을 갖추고 있다”며, “그러나 문제는 사법부가 이 법을 얼마나 엄정하고 투명하게 적용하느냐다. 지귀연 재판부는 내란사건을 맡고 있음에도 재판 지연과 형평성 논란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대법원의 책임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내란 재판의 의미와 원칙에 대해 단 한마디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며, “헌정 질서를 지켜야 할 최종 책임자가 침묵하는 동안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상 보장된 재판독립,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
내란전담재판부가 위헌이라는 반론도 거세다. 헌법상 보장된 재판독립과 삼권분립 원칙 위배에 이어 자칫 여론 재판으로 흐를 위험성을 경계한다.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사법부 독립을 뿌리부터 흔드는 위험천만한 태도”라며, “삼권분립에 위배된다”고 했다.
조배숙 국민의힘 사법정의수호 및 독재저지 특별위원장은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내리는 대법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방식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견제와 균형, 권력분립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입법부가 사법부를 겁박하며 길들이려는 시도로 읽힐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지난 16일 “삼권분립이 거추장스럽다면 이재명 대통령도 개헌을 해서 대통령 겸 대법원장 겸 민주당 총재를 맡으면 될 일”이라며, “공교롭게도 중국도, 북한도 다 자기 체제를 민주주의라고 주장한다. 그러니 정부·여당도 유튜브 나팔수들에게 부탁해서 ‘대통령 겸 대법원장 겸 민주당 총재 체제’를 새로운 한국식 민주주의라고 광고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재판이 이제 7개월쯤 지났다고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빨리 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면 기소된 지 3년이 넘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연된 공직선거법 재판은 정의롭냐”고 힐난했다.

한편, 법원은 법관 한 명을 추가 배치하는 등 신속 재판을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8일 언론 공지를 통해 “9월 20일 자로 서울중앙지법에 복직하는 법관 1명(현재 휴직 중)은 3건의 내란 사건을 맡고 있는 형사25부에 추가 배치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현재 휴직 중인 법관 1명이 복귀하면 형사합의25부에 배치해 내란 혐의 사건들을 제외한 일반 사건을 처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한 재판부에 특검 사건 1건이 배당되면 향후 일반 사건 5건을 배당하지 않는 방식으로 신속 재판을 실현할 계획이다. 현재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백대현)와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사건의 난이도 및 복잡성 등을 고려해 특검 사건 1건 배당에 따라 일반 사건 10건을 배당하지 않도록 했다.
이와 함께 법원행정처에 형사합의부 증설을 위한 법관 증원을 요청했다. 내년 2월 법관 정기인사 때 상당한 수의 형사합의부가 증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 사건 담당 재판부의 참여관, 주무관, 속기사, 법원 경위 등 직원 충원도 함께 요청했다.
특검법에 따른 재판 중계가 차질 없이 실시될 수 있도록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은 ‘서울법원종합청사 재판중계준비팀’도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