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지방선거 ‘12 대 4’ 숨은 경고음...민주당 ‘미완의 완승’, 국민의힘 ‘서울 사수’로 독주 제동

2026.06.08 10:39:28

여당, 수치상은 압승이나 절반의 승리 평가
선거 자성론 대두, '대통령 이름 팔기'의 한계
국민의힘, 장동혁 사퇴론과 한동훈 복당의 화약고
전당대회 정계개편과 후반기 원 구성의 가시밭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지방 권력을 대거 교체했지만, 서울특별시장 선거에서 패배해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1년 만에 실시됐고 이 대통령 지지율도 60% 정도로 높은 상황이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는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심판·청산과 이재명 정부 국정 뒷받침’을, 국민의힘은 ‘정권 견제’를 주장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결과적으로 민심은 ‘내란 심판·청산, 이재명 정부 국정 뒷받침’과 ‘정권 견제’를 모두 선택했다.

 

여당, 수치상은 압승이나 절반의 승리 평가

 

지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부산·인천·대전·울산·세종·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광주·제주 등 총 12곳에서 이겼다. 국민의힘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곳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17곳 중 광주·전남·전북·경기·제주 등 5곳을 가져가는 데 그쳤던 민주당은 4년 만에 설욕에 성공하며 입법권력과 행정권력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장악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이재명 정부 집권 1년을 맞아 국정 안정론에 힘을 실어주는 표심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세부 판세를 들여다보면 민심의 흐름은 단순한 '여대야소'를 넘어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다.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이자 대한민국 정치·경제의 중심인 서울특별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며 '5선 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민주당은 명픽(이재명 대통령의 선택)으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던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를 내세워 서울 탈환을 노렸으나, 결국 오세훈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서울은 전국 각지의 표심이 집약되는 척도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12 대 4 승리는 외양만 화려할 뿐 속내를 들여다보면 핵심 요충지를 내어준 '절반의 성공' 혹은 '미완의 완승'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총 14곳)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선거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13곳의 의석을 '내란 심판론'의 열기를 몰아 손쉽게 수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민심은 민주당에게서 4석을 회수해 국민의힘과 무소속 후보에게 넘겨주었다.

 

국민의힘은 경기 평택을에서 유의동 후보가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 등을 꺾고 당선된 것을 비롯해 충남 공주·부여·청양, 울산 남구갑, 대구 달성군 등 4곳에서 승리를 거두며 의석 3석을 추가했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 지도부에 의해 제명당했던 한동훈 후보가 무소속으로 부산 북구갑에서 생환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광역단체장 숫자는 민주당이 압도했으나, 국회 재보선과 서울시장이라는 상징적 지표에서는 국민의힘이 판정승을 거두며 정국 주도권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아 세운 형국이다.

 

 

선거 자성론 대두, '대통령 이름 팔기'의 한계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60%를 상회하는 압도적인 정국 안정론 속에서도 민주당이 서울시장과 재보선 4석을 잃은 것을 두고, 당 내부에서는 처절한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가장 큰 패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지도부의 오만한 선거 전략과 정책 어젠다의 부재다.

 

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은 지난 5일 “기초단체장 선거는 패배했다. 충남 15개 시군 중, 10곳을 국민의힘에 내주었다. 그것도 제 지역구였던 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포함하여 3곳 모두 단체장까지 잃었다. 모두 제 탓이고 제 탓이고 제 탓"이라며, "제 탓이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민심을 읽는 기준을 잘 못 세웠다는 점이다.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을 기준으로 민심을 읽었어야 했는데, 오직 '유일한 기준은 이재명 대통령'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도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어젠다를 제시하지도 못했다"며 "이대로 가면 다음 대선의 전망이 밝지 않다. 오세훈과 한동훈이 힘을 모아 장동혁의 국민의힘을 끝내고 보수를 재건한다면 결코 만만치 않은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남희 의원도 "광역비례투표(정당투표) 결과를 보면, 서울·부산·울산·대구·강원·경북·경남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뒤졌고 충북·충남 2~3%의 아주 근소한 승리를 했다. 기초단체장은 119 대 95로 민주당 국힘의 차이가 크지 않다"며 "대통령 지지율이 60%가 넘는 시기 이러한 결과는 뼈아프고 죄송하다"고 전했다.

 

친명(이재명) 조직 '더민주혁신회의'는 지난 5일 논평을 내고 "당 지도부는 6·3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승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선거를 마냥 승리로 평가하는 것은 민심을 오독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자화자찬이 아니라 자기혁신"이라며, "우리는 민주당 지도부의 깊은 성찰과 책임 있는 변화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프레임 설정의 과잉과 내부 분열도 뼈아픈 대목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 초반부터 '12·3 비상계엄' 사태를 정조준하며 '내란 심판론'과 '안정적 국정 뒷받침'을 전면에 내걸었다.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는 이 프레임이 전국적인 승리를 이끌었다고 자평하지만, 정작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핵심 격전지에서는 이 같은 거대 담론이 유권자들에게 피로감을 주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무리한 전략공천 과정에서 발생한 불협화음과 범민주 진영의 분열도 영향을 미쳤다.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서는 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가 범민주개혁진영의 표를 양분하면서, 결국 34.83%를 얻은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에게 어부지리로 자리를 내어주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사퇴론과 한동훈 복당의 화약고

 

국민의힘은 서울 수성과 재보선 선방이라는 성과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4대 12라는 처참한 스코어를 기록한 만큼 선거 책임론의 거센 소용돌이에 직면했다.

 

현재 당내 상황은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주류 당권파의 '버티기'와 친한(친한동훈)계를 주축으로 한 소장파의 '인적 쇄신 요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화약고 형국이다.

 

장 대표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인데, 핵심 승부처였던 서울 사수에 더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4석을 얻은 결과 등을 성과로 내세우며 버티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사퇴 압박이 이어질 경우 당원 재신임 투표 등을 통해 지도 체제를 유지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동혁 대표는 선거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상황이 어려웠던 선거였지만 우리는 희망의 불씨를 지켜냈다"며 사퇴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당권파 측 역시 당초 15 대 1 수준의 전멸 우려가 나오던 상황에서 서울을 방어하고 TK와 경남을 사수한 것은 나름의 선방이며, 현 상황에서 장 대표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논리로 엄호에 나섰다. 장 대표는 긴급 의원총회에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불참하는 등 공식 석상에서의 노출을 피하며 당원 재신임 투표 등 장기 버티기 체제를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헌·당규상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현재 장동혁 지도부 내 선출직 최고위원은 신동욱·김민수·김재원·양향자·우재준 최고위원 등이다. 이 가운데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기 때문에 장동혁 대표를 향한 압박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사퇴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중대한 시기에 보수가 정신 차려야 한다"며, "탄핵의 강을 건너고 유능하고 따뜻한 개혁 보수의 길로 보수를 재건해야 한다"고 했다.

 

당내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도 "이재명 정권의 오만과 실정이 클수록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당 지도부의 리더십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며,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당 지도부의 선거 패배 책임을 회피하는 썩은 동아줄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장 대표가 끝까지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하고 그의 낙선을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다"고 직격하며, 이로 인해 부산시장 선거 등 영남권 전체 판세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비판했다.

 

박정훈 의원 역시 "분열의 씨앗은 한동훈 제명이었다"며 장동혁 대표뿐만 아니라 신동욱 최고위원 등 지도부 전원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당 지도부가 다녀간 부산 북구갑에서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의 지지율이 폭락하며 3위로 추락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를 '선거의 저승사자'라는 말까지 나왔다.

 

무소속으로 부산 북구갑에서 살아 돌아온 한동훈 의원의 복당 문제는 헤게모니 싸움의 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당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당권파들의 언행은 보수정당의 품격에 맞지 않는다"며 복당 후 당 전면 개혁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친한계는 민심을 받들기 위해 즉각 복당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가처분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반면 조광한 최고위원은 "한 의원은 보수 유권자들에게 이미 외면당한 분으로 복당은 불가능하다"고 말했고,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 역시 복당 여건 형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당분간 장동혁 체제의 정당성과 한동훈 복당을 둘러싼 계파 간 힘겨루기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전당대회 정계개편과 후반기 원 구성의 가시밭길

 

6·3 지방선거 결과는 여야 모두에게 거대한 권력 재편의 소용돌이를 예고하고 있다. 다가오는 가을 정국은 여야의 당권 경쟁, 범야권의 연대 재구축, 그리고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가시밭길 협상으로 요약된다.

 

더불어민주당은 '8말9초'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극심한 계파 갈등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패배의 책임이 정청래 대표에게 향하고 있는 만큼, 차기 당권을 노리는 송영길 전 대표 등 대항마들이 이 틈을 파고들어 당권 교체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지방선거 직후 총리직 사퇴와 당 복귀가 유력시되는 김민석 국무총리의 행보도 변수다. 김 총리는 이미 선거 전부터 당내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며 세력을 확장해온 만큼, 전당대회 진출 시 친명계와 비명계의 정면 정당성 대결이 펼쳐질 수 있다.

 

또한 조국 대표의 전격 사퇴로 신장식 권한대행 체제가 된 조국혁신당과의 관계 설정도 과제다. 혁신당이 "민주당의 성찰 없이는 야권 연대가 불가능하다"고 선언한 만큼, 향후 입법 정국에서 민주당의 독주에 제동을 걸며 가치 중심의 연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도부의 거취가 확정될 때까지 당분간 식물 정당 상태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동혁 대표가 버티기에 성공하든, 친한계의 압박에 못 못 이겨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든 전당대회 개최는 불가피하다. 만약 한동훈 당선인의 복당이 허용되고 그가 차기 당권에 도전할 경우, 당은 친한계 중심의 '개혁 보수파'와 기존 '주류 당권파' 간의 분당에 준하는 전면전을 치러야 한다. 유승민 전 의원이 언급한 '탄핵의 강을 건넌 개혁보수 노선'과 장동혁 체제의 '정통 보수 노선' 간의 이념적 정체성 투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후반기 원구성을 둘러싸 여야의 충돌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송언석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국민이 보여준 최소한의 견제 장치를 무시하고 또다시 입법 폭주를 감행한다면 당의 역량을 총동원해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민주당은 지방선거 승리의 기세를 몰아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주요 상임위 독식을 시도할 가능성이 커, 후반기 국회는 개원 초기부터 마비 상태에 빠질 위험성이 가중되고 있다.

 

민심이 던진 견제와 균형의 메시지를 아전인수로 해석하는 여야의 대립 속에, 대한민국 정국은 극심한 대립으로 흐를 전망이다.

이광효 leekwhy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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