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커피에 대한 긍정적 효과는 널리 알려졌다. 암과 치매를 예방하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을 초래하는 대사증후군의 발생 위험을 낮춘다. 최근에는 장내 유익균을 활성화로 인한 심리 상태 개선과 근육량에 미치는 영향 등 보다 광범위한 효과도 밝혀졌다.
긍정적 감정 이끌어내는 미생물 증가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재구성해 정신 건강까지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디카페인 커피조차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반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일랜드 코크 대학교(UCC) 산하 APC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소는 매일 3~5잔의 커피를 마시는 이들과 전혀 마시지 않는 이들을 비교해 장내 세균의 변화와 심리 상태를 추적했다. 확인 결과 커피는 카페인 함유 여부와 관계없이 장내 유익균을 활성화했으며 우울감과 스트레스, 충동성을 낮추는 데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장 속에는 ‘에게르텔라’와 ‘크립토박테리움’ 같은 특정 미생물이 일반인보다 눈에 띄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미생물들은 소화기관의 산성도를 맞추고 담즙산 합성을 조절해, 외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커피를 즐기는 여성의 경우, 긍정적인 감정을 이끌어내는 ‘피르미쿠테스’균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학습 능력과 기억력의 개선 효과는 오직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 그룹에서만 확인됐다. 연구팀은 커피 속 폴리페놀 등 카페인 외의 성분들이 인지 기능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카페인이 든 일반 커피는 예상대로 주의력을 높이고 각성하는 데 탁월함을 보였다. 아울러, 카페인을 섭취한 그룹에서는 불안감이 감소하고 염증 위험이 낮아지는 독특한 이점이 관찰됐다.
커피 섭취 빈도와 근육량 등 체성분 지표 간 유의미한 연관성이 확인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상민 교수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 성인이 하루 세 번 이상 커피를 마실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근육량이 더 많고 체지방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세 이상 성인 1만 5,447명을 대상으로 커피 섭취 빈도와 체성분의 연관성을 분석했으며, 체지방량지수(FMI), 사지근육량지수(ASMI), 제지방량지수(LBMI) 등을 활용하고 흡연·음주·신체활동·수면 등 다양한 요인을 보정해 결과의 신뢰도를 높였다.
분석 결과 남성의 경우 하루 3회 이상 커피를 마시는 그룹은 하루 1회 미만 섭취군보다 사지근육량지수와 제지방량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역시 하루 3회 섭취군에서 사지근육량지수와 제지방량지수가 더 높았고, 체지방량지수는 더 낮은 경향을 보였다.
특히, 여성의 경우 하루 3회 커피를 마시는 그룹의 체지방량지수는 7.68로, 하루 1회 미만 섭취군(7.81)보다 낮았으며, 사지근육량지수와 제지방량지수는 각각 5.91, 15.67로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카페인의 에너지 대사 촉진과 지방 산화, 근육 기능과 관련된 생물학적 기전을 시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춰
뇌의 노화를 늦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버드대 의대 대니얼 왕 교수 연구팀은 미국 간호사 건강 연구(NHS)와 보건 전문가 추적 연구(HPFS)에 참여한 13만 명 이상의 자료를 바탕으로, 의료 종사자들의 건강 상태와 카페인 섭취 습관을 분석한 결과 하루에 커피 2~3잔이나 차 1~2잔을 마시면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고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분석 결과, 카페인이 포함된 커피나 차를 많이 섭취한 사람일수록 치매 발생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인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신 집단은 가장 적게 마신 집단보다 치매 위험이 18% 낮았고, 차를 가장 많이 마신 집단은 14% 낮았다.
이러한 연관성은 특히, 75세 이하에서 더 뚜렷했다. 연구진은 최적 섭취량도 함께 분석했다. 커피나 차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카페인 커피 하루 2~3잔 또는 차 1~2잔(약 300㎎의 카페인)을 섭취한 사람들이 가장 낮은 치매 위험을 보였다.
연구의 또 다른 분석에서는 참가자들의 주관적 인지 저하와 객관적 인지 기능도 평가했다. 참가자들은 기억력, 주의력, 실행 기능, 공간 인지 능력을 평가하는 설문에 응답했다. 그 결과, 카페인 커피와 차 섭취량이 많을수록 주관적 인지 저하 발생률은 낮아졌고, 객관적 인지 수행 능력은 소폭 나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을 초래하는 대사증후군의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은 커피에 대해 가장 널리 알려진 효과 중 하나다.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제유진 교수팀이 2016~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9~64세 성인 1만 4,631명을 대상으로 커피 소비와 대사증후군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성인 여성이 블랙커피를 하루 2~3잔 정도 즐기면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을 34%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24시간 소비한 커피의 종류와 양을 포함한 식단을 평가했다. 하루 블랙커피 섭취량을 기준으로 연구 참여자를 커피 미섭취·하루 1잔 이하·하루 2~3잔·하루 3잔 초과 등 네 그룹으로 분류한 뒤 그룹 간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 정도를 비교했다. 블랙커피를 하루 2~3잔 마시는 여성의 대사증후군 위험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여성보다 34% 낮았다. 여성이 블랙커피를 하루 3잔 이하 마시면 혈관 건강에 이로운 혈중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아지고, 혈관 건강에 해로운 혈중 ‘중성지방’ 수치는 낮아졌다. 남성에선 커피 소비와 대사증후군 간 이렇다 할 관련성이 없었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이정은 교수팀이 지역사회 기반 코호트(KARE)에 참여한 8,000여 명을 대상으로 커피 섭취와 2형 당뇨병·혈당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습관적인 커피 섭취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공복 혈당과 식후 2시간 혈당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화여대 의대 하은희·편욱범 교수 공동 연구팀이 성인 1만 2,133명을 대상으로 하루 커피 섭취량과 고혈압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하루에 커피를 두 잔 넘게 마신 성인들이 두 잔 이하로 마시는 경우에 비해 고혈압 위험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루에 커피를 두 잔 넘게 마시는 사람은 하루에 두 잔 이하로 마시는 사람에 비해 고혈압 위험이 16% 낮았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최대 24%까지 고혈압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불면, 불안, 두근거림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이뇨작용을 유발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거나 과도하게 섭취하게 되면 체내 수분을 부족하게 만들며 입안을 건조하게 만들어 구강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치주과 박준범, 고려대 안암병원 송인석 교수와 가톨릭의대 한경도 박사 공동 연구팀은 성인 7,299명을 대상으로 평소 커피 섭취량과 치아 상실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커피를 매일 마시는 사람은 전체 28개의 치아 중 19개 이하로 남아있을 위험도가 커피를 월 1회 마시는 사람과 비교해 1.69배 높았다. 전문가들은 하루 2~4잔의 커피를 오전 시간에 마시는 것을 권장하며 과도한 섭취나 늦은 저녁 시간의 섭취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