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고, 적정한 가격을 책정하며, 유통망을 갖춰도 소비자가 모르면 팔리지 않는다.
1960년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의 E. 제롬 맥카시(E. Jerome McCarthy) 교수는 마케팅의 핵심 요소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촉진(Promotion)이다. 마케팅 믹스다. 네 가지 중 어느 하나도 빠질 수 없지만,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마지막 접점이 바로 촉진(Promotion)이다. 촉진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마지막 단계다.
촉진(Promotion)은 단순히 광고만을 뜻하지 않는다. 광고(Advertising), 홍보(PR), 판매촉진(Sales Promotion), 인적판매(Personal Selling)를 포함한 모든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다. 광고는 TV, 라디오, 신문, 온라인, 옥외광고판 등 매체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PR은 언론 보도,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한다. 판매촉진은 쿠폰, 할인, 경품행사처럼 단기적 구매를 자극한다. 인적판매는 영업사원이 직접 소비자를 만나 설득하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 가장 광범위하고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것이 광고다. 2023년 전 세계 광고 시장 규모는 약 7,200억 달러였다. 한국은 약 15조 원 규모다. 기업이 광고에 많은 돈을 사용하는 이유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비자의 마음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는 경로는 오감(五感)이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다. 자극은 오감을 통해 들어와 뇌에서 처리된다. 처리 경로는 두 가지다.
첫 번째 경로는 감성(感性)이다. 자극이 대뇌변연계의 편도체(amygdala)에 도달하면 0.1초 이내에 감정 반응이 일어난다. 이성적 판단이 개입하기 전이다. 기쁨, 분노, 슬픔, 두려움, 사랑, 미움, 욕망이 이 경로로 발화한다. 빠르고, 자동적이다.
두 번째 경로는 이성(理性)이다. 대뇌피질의 전두엽이 관여한다. 느리고, 의식적이다. 미국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연구에서 이 두 경로를 빠른 사고와 느린 사고로 명명했다. 인간의 판단과 행동 대부분은 빠른 사고, 즉 감성이 주도한다.
광고는 오감의 문을 두드린다. 시각은 가장 강력한 감각이다. 색깔, 형태, 움직임이 즉각적으로 감정을 자극한다. 청각은 두 번째로 강력하다. 광고 음악은 브랜드를 기억 속에 각인한다. 후각은 감정 기억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 감각이다. 빵집 앞에서 퍼지는 구운 빵 냄새가 구매 충동을 일으키는 이유다. 촉각은 제품 포장재의 질감, 두께로 구현된다. 오감은 모두 감성과 연결된다. 광고가 오감을 자극하는 것은 소비자의 감성을 여는 작업이다.
제품은 소비자의 관여도(Involvement)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 저관여 제품(Low Involvement Product)은 소비자가 구매 결정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는 제품이다. 음료, 과자, 샴푸, 세제, 껌 등의 제품들이다. 가격이 낮고, 구매 빈도가 높으며, 습관적으로 산다. 저관여 제품의 광고는 오감과 감성에 집중한다. 이성적 설득이 필요 없다. 저관여 제품의 광고는 한 번에 설득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수백 번 노출돼 브랜드를 무의식 속에 각인하는 것이 목표다. 광고 심리학에서 이를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라 한다. 자주 보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는 원리다.
고관여 제품(High Involvement Product)은 반대다. 자동차, 노트북, 냉장고 등의 제품이다. 가격이 높고, 구매 빈도가 낮으며, 소비자는 깊이 생각한다. 여러 제품을 비교하고, 정보를 찾으며, 전문가 의견을 참고한다. 이성이 작동한다.
저관여 제품은 오감과 감성이, 고관여 제품은 이성이 구매 결정을 주도한다. 그러나 현실의 소비자는 언제나 둘 다 쓴다. 이성으로 조건을 좁힌 다음, 감성으로 최종 선택을 한다. 자동차를 살 때 연비와 안전 등급으로 후보를 줄이고, 마지막에는 '이 차가 마음에 든다'는 감성으로 결정한다. 이성이 필터라면 감성이 결정자다.
경영자라면 제품 광고 시에 소비자의 오감 중 어느 감각을 자극하여야 하는지, 감성과 이성 중 어느 쪽에 소거할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글쓴이=송동진 이제너두(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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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너두(주) 대표이사
경영학 박사
서정대학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