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만 논설위원 칼럼]
민주주의의 핵심은 선거다. 그리고 선거의 핵심은 결과가 아니라 신뢰다.
아무리 법적으로 선거가 완료되었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이 그 과정을 믿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최근 6·3 지방선거 이후 전국 곳곳에서 제기되는 각종 의혹과 논란은 단순히 선거 결과에 대한 불만의 차원을 넘어 국민적 불신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 올림픽공원을 비롯한 여러 장소에서 시민들과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외치고 있는 구호 역시 같은 맥락이다.
"부정선거 의혹 규명하라."
"재선거 실시하라."
"당일투표·당일수개표 실시하라."
이러한 목소리가 옳은지 그른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상당수 국민들이 선거 과정에 의문을 품고 있으며, 그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이 의심하는데 국가가 침묵한다면 의혹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커질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국민 앞에 나서야 할 사람은 국가 최고 책임자인 이재명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특정 정당의 대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대통령이다. 자신을 지지한 국민뿐 아니라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의 목소리까지 경청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다.
국민 앞에 직접 서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모든 의혹을 철저히 검증하겠다."
"어떠한 성역도 없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
"만약 중대한 불법이나 부정이 확인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
이러한 원칙적 입장을 밝히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로서 당연한 책무다.
더 나아가 대통령은 국민들이 제기하는 선거 불신에 대해 정부를 대표하여 유감을 표명할 필요도 있다.
선거가 실제로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와 별개로, 국민 상당수가 선거를 신뢰하지 못하는 현실 자체는 국가 운영의 실패 신호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완벽한 선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다.
숨기지 말고 공개하라는 것이다.
국민의 의혹을 음모론으로 몰아붙이기 전에 객관적 자료와 검증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라는 것이다.
특히 당일투표와 당일수개표 확대, 개표 과정의 투명성 강화, 참관 제도 개선, 선거 데이터 공개 확대 등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국민적 논의가 필요한 과제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믿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신뢰 없는 선거는 승자에게도 상처를 남기고 패자에게도 불복의 명분을 남긴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갈등을 덮는 정치가 아니라 의혹을 해소하는 정치다.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와 말해야 한다.
"국민이 걱정하는 모든 의혹을 철저히 확인하겠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법 위반이 확인된다면 누구든 책임을 지게 하겠다."
그러한 약속만이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묶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국민은 침묵하는 권력이 아니라 답하는 권력을 원한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국민의 질문에 국가가 성실하게 답할 때 더욱 강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