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돈 칼럼】 윤형돈의 경영과 인간관계 ㉛ - 미술이 과학을 만났을 때

2026.07.13 10:48:19

선이 아닌 점으로 된 그림을 실험하다

 

흔히 사람들은 예술적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고, 역사에 남은 거장들은 모두 천재성을 지녔다고 믿는다. 예술가라고 하면 직관과 영감에 휩싸여 일필휘지로 작품을 완성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그러나 예술은 결코 직관과 천재성만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부단한 노력과 반복된 실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보려고 하는 대담한 용기와 결단이 모였을 때 비로소 한편의 예술작품이 탄생한다.

 

실험 과학자는 실험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고 새로운 사실을 관측한다. 가설과 계획을 세우고 통제된 환경조건에서 반복해서 실험하고 결과값의 평균과 오차를 계산하고 유의미한 데이터들을 정리해 분석하는 과정이 실험과학자의 일이다.

 

실험과학자처럼 그림을 그린 화가가 있다. 프랑스 화가 조르주 쇠라(1859~1899)다. 쇠라는 그림은 선으로 그려야 한다는 미술사의 오랜 고정 관념을 과감하게 깬 화가이자, 직접 수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의 이론을 스스로 증명하고자 했던 실험가다.

 

쇠라는 단 한점의 그림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완성하기 위해 2년간 40여 점의 스케치와 20여 점의 소묘를 그렸다.

 

쇠라 이전의 대다수 인상주의 화가는 순간적 인상을 포착하기 위하여 햇빛 아래에서 작업했다. 그러나 쇠라는 수십 번의 야외스케치와 제작 실험을 통해 부분적인 요소의 본질을 이해한 뒤, 요소들을 재조합해 한 편의 걸작을 완성했다.

 

과학적 사고와 실험으로 열린 신인상주의의 시작

 

쇠라는 원하는 색채를 표현하기 위해 분할 된 작은 점을 조밀하게 찍어 색의 병치혼합을 의도하고 구도의 안정성을 중시하고 그림의 배경이 되는 그랑드 자트 섬이 시시각각 태양 빛에 따라 어떻게 보이는 지를 먼저 탐구했다. 여러 인물의 자세나 방향 또한 수십 번에 걸쳐 스케치한 후에 가장 마음에 드는 요소들을 적절히 모아 재배치하며 조합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는 미세하고 많은 점으로 모자이크처럼 분할되어 있고 각 점은 하나의 원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명함이 다르거나 색이 바뀌는 경계 지점에서 사람의 눈은 이 경계면을 어떻게 인식할까? 다시 말해 어떻게 색상 대비가 일어나고 어떻게 경계면이 정해지는 것일까? 명암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밝은 곳은 더 밝게,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느껴진다. 이러한 현상은 최초 발견자인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애른스트 마흐(1838~1916)의 이름을 따 ‘마흐 밴드 착시’라고 한다.

 

쇠라는 색채는 캔버스에 물감을 칠해서 보여주는 게 아니라 망막에서 재조합되어 완성된다고 믿었다. 쇠라의 여러 편의 그림은 가로 3m에 달하는 크기를 자랑한다. 쇠라의 그림을 가까이서 보면 점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보이고 각 점의 원래 색상도 잘 보인다. 이런 대작을 전체적으로 보려면 관람객은 적당히 뒤로 물러나야 한다. 멀리서 감상하면 분할된 작은 점들은 점으로 인식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망막에서 병치된 색의 혼합이 일어난다.

 

즉 쇠라가 그림에 찍힌 수많은 점들을 점의 형태로 인식할 수 없는 충분한 거리에서 이 그림을 볼 수 있도록 사전에 치밀하게 설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쇠라는 독감 합병증으로 서른 한 살의 안타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과학적 사고와 실험을 통하여 새로운 미술 세계의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쇠라의 영향력은 실로 크다고 볼 수 있다. 쇠라는 분할된 점을 병치해 색채를 재구성하면서 동시에 의도적으로 수평, 수직, 사전을 적절하게 안배함으로써 구성적으로 전통 미술 및 고전주의와의 연결도 놓치지 않았다.

 

쇠라가 파격적인 화법을 선보이는 과정은 19세기 유럽을 중심으로 과학자들이 빛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과 비교할 만하다. 1865년 스코틀랜드의 물리학자 제임스 맥스웰은 전기, 자기, 광학현상을 통틀어 설명하는 ‘맥스웰 방정식’을 발표했고, 프랑스 화학자 미셀 웨젠 슈브뢸은 1869년 <색채의 대비와 조화의 법칙>을 출판했다. 독일의 물리학자 헤르만 폰 헬름홀츠는 물감을 섞을수록 검은색이 되고, 빛은 섞일수록 흰색이 되는 색채혼합 원리를 밝혀냈다. 미국의 물리학자 오그던 루드는 색채 혼합을 포함해 당신의 최신 광학 연구를 정리해 <현대 색채론>을 출판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쇠라를 선두로 신인상주의 화가들은 광학과 색채학 등 과학 지식에 바탕을 둔 새로운 화풍을 구축하고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카미유 피사로 등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과 20세기에 등장한 큐비즘과 오르피즘, 추상회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누군가는 알아본다

 

신인상주의는 처음에는 미술계에서 그리 환영받는 사조는 아니었다. 세간의 비난을 받던 사조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전환한 사람이 미술평론가 펠리스 페네옹(1861~1944)이다. 페네옹은 색에 대한 직관은 인상주의를 바탕으로 했으나 분할법을 도입해 색뿐만 아니라 구도의 분할까지 도모했던 이 새로운 흐름에 ‘신인상주의’라는 이름을 선물했다.

 

우리는 대체로 ‘핵심 역량’이 중요하다고 느끼지만 ‘핵심 경직성’은 간과하는 측면이 있다. 특정 분야에만 너무 치우치면 오히려 망치를 들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이는 ‘기능적 고착’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경영과 인간관계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변화에 적응하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세렌디피티를 만날 수 있다.

 

시사뉴스 칼럼니스트 / 마음을 여는 인맥관리연구소 대표 윤형돈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시사뉴스 칼럼니스트 / 마음을 여는 인맥관리연구소 대표 윤형돈

 

 

 

 

윤형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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