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백세】 뇌가 보내는 위험한 신호

2026.09.09 11:57:40

보행 속도, 수면의 질, 건강한 식습관 등 밀접한 영향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인지 기능은 신체적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뇌 기능의 건강 상태를 예측하거나 위험을 알리는 신호들을 살펴보고 인지 능력 향상 및 노쇠를 막기 위한 생활 습관을 알아보았다.

 

걷기 능력과 인지 건강의 인과관계

 

노인의 보행 상태는 인지기능의 지표일 수 있다. 80대 이후에도 또래보다 걷는 속도가 빠른 노인들은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현저히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연구진의 논문을 인용해서 같은 연령 및 성별 평균보다 빠르게 걷는 80대 이상 ‘슈퍼 무버’들은 인지기능을 오래 유지한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슈퍼 무버의 기준을 80세 이상이면서 보행 속도가 같은 연령·성별 평균 대비 1.5표준편차 이상 빠른 사람으로 정의했다. 슈퍼 무버는 고령자 중 약 6~10% 수준으로, 자신보다 약 30세 젊은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속도로 보행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슈퍼 무버는 또래보다 만성질환이나 정신질환 발병 비율이 낮고, 생물학적 나이도 젊은 편이었다. 연구진은 80세 이상 노인 3,989명의 자료를 분석해서 이러한 신체적 장점이 인지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분석하고자 했다.

 

분석 결과 슈퍼 무버는 같은 연령·성별 기준으로 인지기능이 뛰어났고, 알츠하이머병 등 질환을 진단받은 사례도 적은 편이었다. 슈퍼 무버들은 노화로 뇌가 변화하는 상황에서도 인지기능을 유지하도록 돕는 회복탄력성 기제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연구에 참여한 신경학과 교수 조 베르게스 박사의 설명이다.

 

베르게스 박사는 이번 연구만으로 걷는 속도와 인지 건강의 인과관계를 완벽히 입증할 수는 없지만 빠른 보행이 건강한 뇌의 신호라고 설명했다. 보행 속도는 뇌와 근육, 심장, 대사 기능, 신경계 등 여러 장기 시스템의 통합적인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데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심혈관 건강을 개선하고 염증을 줄이는 등 다양한 생물학적 영향을 통해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이동 장애는 노쇠의 위험이 높다는 신호다. 김미지 경희대 융합의과학과 교수팀이 전국 10개 병원을 통해 만 70~84세 노인을 대상으로 6년간 노쇠 실태를 분석한 3차 추적 조사 결과 이동 장애가 있는 경우 전 노쇠나 노쇠에 빠질 위험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3.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쇠는 생활 습관이 불규칙하거나 질병, 약제 복용이 관리되지 않고 신체 활동이 저하되면 위험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신체적·인지적 기능 저하가 특징이며 사회적 고립을 유발하고 일상생활 활동 수행 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같은 나이더라도 노쇠의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다.

 

노쇠를 예방하려면 가능한 젊을 때부터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운동, 금연, 절주,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노쇠가 진행된 경우라면 흔한 원인이 되는 근감소증이나 인지기능 감소, 우울, 불안, 수면장애 등에 대해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자면서 깨는 횟수 적으면 기억력 좋아

 

수면은 인지능력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유에 렝 캘리포니아대 정신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30~40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면과 인지능력 간 상관관계 연구에서 수면의 질이 낮을수록 치매 발생 확률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특히, 총수면 시간보다는 잠을 자다가 깨는 횟수인 ‘분절 수면 빈도’가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30대 성인 526명을 대상으로 수면의 질을 나타내는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들은 분절 수면 빈도와 수면의 질에 따라 참여자들을 상위, 중위, 하위 3그룹으로 분리했다.

 

연구팀은 측정기기를 사용해 수면 데이터를 측정하고, 수면 시간·습관 등을 답하는 피츠버스 수면 설문(PSQI)을 진행했다. PSQI 5점 이상부터는 수면장애로 분리되는데, 참가자 중 절반가량(45.6%)이 5점 이상을 기록했다. 참가자 평균 수면 시간은 6.1시간이었다.

 

연구팀은 10년 뒤 40대가 된 참여자들의 인지 기능을 측정했다. 발표에 따르면 수면 시간에 상관없이 분절수면 빈도가 높고 수면의 질이 낮을수록 10년 뒤 인지 기능 테스트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2배 이상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실행 기능·기억력·정보처리 속도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건강한 식습관은 뇌기능을 향상시킨다. 스웨덴 카롤린스카대 고령화연구센터(ARC) 다비데 리보리오 베트라노 부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유발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 노인이라도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면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연구팀은 치매가 없는 60세 이상 성인 1,865명을 대상으로 최대 15년간 추적 조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의 식습관을 반복 측정하고 알츠하이머병 병리, 신경 손상 등과 관련된 혈액 바이오마커 수치를 분석해 치매 발병률과의 연관성을 평가했다.

 

조사 결과 우수한 식단을 지킨 집단일수록 치매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이 같은 효과는 혈액 검사상 생물학적 치매 위험군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됐다. 연구팀은 지중해식 식단 등 세 가지 패턴을 분석했다. 이 중 체내 염증 반응을 줄여주는 ‘낮은 염증성 식단’의 예방 효과가 가장 두드러졌다. 이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 통곡물, 등푸른생선 등 염증을 가라앉히는 식품 위주의 식단을 뜻한다. 생물학적 위험 징후를 보인 참가자 중 이 식단을 섭취한 이들은 치매 발생 상대 위험도가 최대 30%까지 감소했다.

 

식사 시간과 인지능력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러트거스대 연구진은 과체중 또는 비만인 50~79세 여성 47명을 대상으로 ‘시간 제한 식사(Time-restricted eating)’ 연구를 진행한 결과 하루 식사 시간을 9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잠들기 4시간 전부터 금식하면 노년기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참가자 모두에게 6개월 동안 하루 섭취 열량을 500칼로리 줄이도록 했다. 이 가운데 26명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9시간 동안만 식사하도록 제한했다. 나머지는 약 12시간에 걸쳐 자유롭게 식사했다.

 

실험 결과 두 그룹 모두 평균 약 7㎏의 체중을 감량했지만 인지 기능 검사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식사 시간을 제한한 그룹은 공간 지각과 문제 해결 능력 평가에서 더 좋은 성적을 보였다. 또, 기억력과 학습 능력 검사에서도 오류를 줄였다. 다만 일부 반응속도와 멀티태스킹 능력에서는 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정춘옥 sisa-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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