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원전 ‘안전신화’

2011.04.01 07:52:37

후쿠시마의 대재앙, 지진여파 냉각시스템 붕괴 방사선 유출

지난 11일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진도 9.0의 대지진을 겪은 대재앙의 공포가 일본 열도를 넘어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능 유출이라는 2차 피해가 인접 국가들까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이웃 국가인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더구나 안전을 철칙으로 살아가는 일본에서조차 이처럼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니 안전 불감증에 빠져 있다는 우리로서는 더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녹색성장 필요성을 내걸며 화력 에너지를 대체해 원자력 에너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나름대로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어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원전수주를 따내기도 했다. 정부의 홍보대로라면 원자력 에너지는 안전할 뿐만 아니라 깨끗하기까지 한 그야말로 청정한 대체 에너지인 셈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나타났듯 원자력 에너지는 치명적인 위험을 담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안전한 것인가. 우리의 기술력은 일본과 달리 절대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인가? 그에 대한 대답은 ‘결코 아니다’ 이다.

◆1만년에 1회 사고확률이라지만...사고는 이미 진행 중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자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1986년 4월 26일 구소련 우크라이나 지역의 체르노빌 원전에서 발생한 폭발사고가 연상됐기 때문이다.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사고로 4천여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은 견해를 달리 하고 있다. 피폭으로 암에 걸린 이들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사망자는 6만여명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관계가 어떻든 원전 사고의 피해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후 체르노빌은 죽음의 유령 도시가 돼 버렸다. 후쿠시마 또한 지금 체르노빌과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 IAEA는 원전을 1만년에 1회 사고확률로 설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1956년 영국에서 최초의 원자력 발전이 시작된 이후 반세기 만에 지금까지 2차례에 걸쳐 대규모 사고가 발생했다. 체르노빌 사고와 이에 앞선 1979년 미국 드리마일 사고가 그것이다. 이번 일본 후쿠시마 사고까지 포함한다면 1만년에 1회 사고확률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더구나 대규모 사고가 아니더라도 크고 작은 원전 사고는 세계 곳곳에서 수없이 많이 발생했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와 원자력문화재단 등은 원전 사고가 일어날 확률을 IAEA 권고치보다 훨씬 더 안전한 100만년에 1회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구소련, 일본 등 강대국들이 사고를 겪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안전하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 지진피해 대책회의를 주재한 이후 “전문가들로부터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이 매우 우수하고 안전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차원일 수 있지만 마냥 안전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MB 정부의 원자력 예찬론, 과연 청정 대체 에너지인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에 원전이 처음 가동된 것은 1978년. 지금으로부터 불과 34년 전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나라 원전에서는 단 한 차례도 고장이나 사고가 없었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2009년 현재까지 무려 423회나 고장 정지가 일어났다. 특히 2000년 이후만 하더라도 무려 140회에 걸쳐 고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진도 9.0의 일본 대지진이 일본 동북부 해안이 아닌, 서북부 해안에서 발생했다면 우리의 피해는 어땠을 것인가. 상상하기도 힘든 대재앙이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우리의 경우 원전이 영남 동해안 지방에 밀집해 있다는 특징이 있다.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는 결코 남 얘기가 아닌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원자력 예찬론은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지구 온난화와 화력 에너지 자원 고갈 등의 이유를 내세워 원자력 르네상스를 부르짖기에는 성급한 측면이 있다. 철저한 안전성이 담보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유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도 우리 정부는 2007년 6월로 정상수명 30년을 넘긴 고리 1호기에 대해 수명 연장 판정을 내리고 계속 가동중에 있다. 또 앞으로도 수명연장 판정을 기다리고 있는 원전들이 줄서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원전들 또한 수명을 연장한 오래된 원전들이었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한편 원전이 폭발하는 대형 사고가 아니라 하더라도 원전 인근지역의 유아 사망률이나 선천성 기형아 출생률, 암 발생률 등 다양한 통계수치가 나타내는 의미를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아무리 원전을 잘 관리한다 하더라도 직간접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아이티 대지진, 칠레 대지진을 비롯해 지구촌 곳곳에서는 지진이 인류를 공포속에 몰아넣고 있다. 지진, 해일, 홍수 등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들이 도사리고 있는 한 누구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원자력 에너지가 과연 대체 에너지로서 가장 현실적 대안인가에 대해 재고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주간 시사뉴스 창간 23주년 391호(3월29일자 발행) 특집에서 이어집니다》

김부삼 kbs61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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