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등록금’에 폭발한 대학생들...

2011.06.13 10:48:38

MB정권 또 다시 심판받나?…대선공약 ‘반값등록금’ 어디 가고, 장학금 정책 내놓겠다니…

2008년 6월, 서울 광화문 광장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정확하게 3년 전,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분개해 광장으로 뛰쳐나왔던 시민들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2011년으로 이어지고 있다. 천정부지로 솟아오른 등록금에 참고 참아왔던 대학생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 6.10민주항쟁 24주년 기념일이었던 지난 10일, 광화문 광장에는 대학생을 비롯해 직장인, 시민사회단체, 야5당 관계자 등 무려 5만여 명(경찰추산 5천여 명)이 촛불을 들고 운집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을 향해 한 목소리로 ‘반값등록금 실현’을 외쳤고, 일부는 이명박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하며 참아왔던 울분을 터뜨렸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분노가 이처럼 극에 달해 있음에도 한나라당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 또한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반값등록금’은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한나라당)의 대선공약이기까지 했었다. 소극적인 자세로는 결코 대학생들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문제는 쇠고기 정국을 이렇게 저렇게 넘길 수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상황도 어물쩍 넘어가려한다면 당시와는 비교하기 힘들만큼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정권 초기였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서서히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정권 후기라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학생들이 주도하는 이슈가 가져오는 사회적 파장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민주화 발전의 순간에는 언제나 대학생들이 주도적인 자리에 있었다. 이명박 정권이 대학생 등록금 문제를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주요 이유들이 바로 이것이다.

◆등록금 문제, 단순히 대학생만의 문제인가?

대학 등록금의 현실 상황을 살펴보면 대학생들의 분노를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사립대학교의 경우, 등록금이 한 학기에만 아무리 적어도 300만원이 넘는다. 서민가정에서는 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휜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그러다보니,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나서거나 휴학을 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대학생들이 들고 일어났지만, 등록금 문제가 단순히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자식들의 등록금 마련을 위해 고통을 겪어야 하는 부모와 그 가족들까지 사회 전체의 고통인 셈이다. 광화문 일대에서 매일 저녁 열리는 반값등록금 촛불집회에 대학생 뿐 아니라, 대학을 졸업한 지 오래 지나지 않은 20~30대, 학부모들까지 참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의 태도는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초 반값 등록금 실현을 장담했던 한나라당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공약을 내세웠던 적이 없다며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내놓은 대책이 B학점 이상, 소득 하위 50%에게만 반값 등록금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코 ‘등록금’ 정책이 될 수 없다. ‘장학금’ 정도의 수준으로 대선 공약이었던 ‘반값 등록금’을 해결하겠다는 꼼수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소득 하위 50% 낙인론’을 대학 등록금 정책에까지 적용하겠다니, 대학생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학생들의 이 같은 분노에는 민주당 등 야권이 적극적 지원사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촛불집회에 함께 나서는 것은 물론, 정책적인 뒷받침을 위해서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경우, 지난 8일 “6월 국회 추경을 통해 반값등록금이 일부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손 대표는 국공립대학부터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고, 사립학교의 경우 재단적립금 활용과 재단전입금 확대, 정부재정의 지원, 구조조정 촉진 등을 통해 등록금 원천인하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덧붙여 발표했다.

이에 앞선 7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국회 비교섭단체대표연설을 통해 “정부와 한나라당이 계속 (등록금 문제로 인한) 국민의 절규를 외면한다면, 촛불의 바다가 다시 펼쳐져 거대한 전 국민적 항쟁으로 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반값등록금 실현을 외치는 대학생들의 촛불이 9일째 타오르고 있다”며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이 이뤄져야 한다. 6월 국회에서 반값등록금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표는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대학생들 분노마저 야권의 정치투쟁으로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인식 수준

한편, 이처럼 서민 대중이 폭발하고 있는 민생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은 별다른 대책을 내세우지 못한 채, 시민들과 함께 반값등록금 실행 촉구에 나서고 있는 야당들만을 비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10일, 6.10항쟁 24주기를 맞이해 광화문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촛불문화제’와 관련해 야4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와 관련, 안형환 대변인은 이날 밤 논평을 내고 “민주당 등 야4당이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 실현을 명분으로 불법 집회와 시위를 열었다”며 “민주당 등 야당은 전가의 보도인 양 ‘거리의 정치’를 전개하며 정략적 의도로 촛불시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강하게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안 대변인은 손학규 대표를 겨냥해서도 “재원 확보 방안 등에 대한 대책도 없이 오로지 선거만을 의식한 채 ‘대학 교육’마저 포퓰리즘으로 물들이고 있다”며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촛불을 드는 것’도,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을 정치 투쟁으로 변질시키는 것’도 아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행여 대학생 등록금 문제를 핑계로 정치투쟁의 장으로 변질시키려 한다면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공당이라면 ‘거리의 정치’를 당장 중단하고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 문제를 길거리가 아닌 국회에서 치열하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안 대변인은 “이것이 바로 준엄한 국민의 명령”이라며 야권을 향해 거리 시위 중단을 요구했다. 《자세한 내용은 주간 시사뉴스 창간 23주년 396호(6월21일자 발행) 특집에서 이어집니다》

 

 

김부삼 kbs61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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