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미국 대선(11월8일) 레이스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두 후보는 30%에 달하는 부동층의 표심을 잡기위해 막판 담금질을 하고 있다. 클린턴과 트럼프는 전통적 대선 이슈인 외교, 안보와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어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에 전혀 다른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방위비 더 내라" vs 힐러리 "동맹체제 찢으려 해"
미국 대선의 두 유력후보인 클린턴과 트럼프가 흑색선전과 네거티브 공세를 주고받으며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두 후보는 이번 선거 최대 쟁점 중 하나인 외교·안보 정책을 두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앞서 진행된 TV토론에서 두 후보는 동맹체제와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외교정책에 있어 클린턴은 우방과의 굳건한 동맹을 바탕으로 한 '관여정책(Engagement)'을 표방하는 반면 트럼프는 2차 세계대전 이전 미국이 취했던 '고립주의(Isolationism)'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양 후보의 이 같은 노선은 동맹국들에 대한 시각에서 나타난다.
트럼프는 그동안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들이 적절한 수준의 방위비를 내지 않고 있다면서 분담 비용을 높이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 5월 CNN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100%를 내야 한다며 동맹국이 더 많은 돈을 부담하지 않으면 미국이 보호해 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클린턴은 트럼프의 정책에 대해 "미국을 당장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동맥국과의 관계는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우방국들을 존중해야 한다며 트럼프의 동맹 무임승차론을 비판했다. 클린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이끌되 동맹국과 협력하는 외교를 선호한다. 인권, 환경 등 국제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미국에 1조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렇게 지급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가운데는 집행이 되지 않는 액수도 상당하다. 트럼프가 그간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해 왔다는 점에서, 실제 당선될 경우 현재 방위비분담협정 틀에서 새로운 분담비, 즉 미국 자국군 주둔비용까지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 한국 정부가 트럼프의 외교·안보 공약 현실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한미연합 방위력 유지 강화,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제공을 위해 기여와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국방부는 한·미 동맹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굳건히 유지되고 있는 만큼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주한미군 역할 등에는 급격한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힐러리-트럼프, 北성토속 다른 해법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이슈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대선후보 TV토론은 물론 유세 현장에서도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 5일 부통령 후보 TV 토론에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가능성과 이에 따른 선제 타격론이 질문으로 나오기도 했다.
클린턴과 트럼프, 두 후보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목소리로 성토하고 있지만, 해법에 있어서는 극명한 대립각을 보이고 있다. 클린턴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대화를 할 수 있다며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동맹국과의 연대 강화로 대북 압박에 나서야 한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기존 대북 정책을 그대로 승계하고 있다.
또한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이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미국이 강력한 독자적 제재를 꾸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트럼프는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며 중국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자체 핵무장론' 등 극단적인 발언을 내뱉어온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북핵과 사드 주한미군 철수까지 한반도에 대한 정책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트럼프의 이 같은 대외정책은 실제 대통령 당선 이후 대거 수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북한은 올해 연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의 당선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클린턴이 당선된다면 핵 문제에 대해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대북 제재를 더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종욱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미국 대선에서) 클린턴이 당선되면 오바마 때보다 훨씬 대북정책이 강경해질 것"이라며 "(클린턴의 대북 정책에 대해) 로버스트(robust)라는 표현을 쓰더라. 강력하고 단호한 정책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부터 아시아 상당히 중시했던 경향이 있고 주변 사람 중에 아시아통(通)이 많다"며 대북 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정 부위원장은 "클린턴이 취임할때쯤 되면 북한의 핵 능력이 상당한 수준까지 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에서 볼 때는 상당히 정책 우선순위가 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클린턴이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으며 "더 압박할 것이고, 북한이 뭔가 신호를 줘야 대화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중국의 대북 압박 수위에 따라 북한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도 거듭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은 실패했다는 미국 내의 지적이 많은 만큼 클린턴은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대북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기 미국 대통령이 대북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북한이 차기 미국 대통령과 어떻게 협상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의 결과는 한반도 안보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