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상현 오승환 기자] 참 특이한 회사가 있다.
사기업임에도 정권 입맛에 따라 수장이 교체되고, 배임·횡령·청탁 등 직원들의 무수한 비위에도 꿋꿋이 자리를 유지하는 회사.
구속 경험 없는 역대 회장을 찾기가 더 어려운 회사.
국내 업계 1위, 세계 5위(2016년 조강생산 기준) '국민기업' 포스코의 또 다른 모습이다.
■위태위태한 '재무통'의 미래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의 임기가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1년 연장된 이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
올 상반기 최악의 실적 하락을 경험한 포스코건설을 두고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머릿속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상반기 포스코건설은 영업이익 889억 원을 올리며 전년 대비 57.7% 급감한 성적표를 받았다.
3분기에도 반등을 보이지 못해 침체에 빠졌다.
포스코건설은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8,588억 원과 영업이익 889억 원을 공시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상승한 5조3,449억 원을 기록했지만 누적 영업이익은 36%나 감소한 1,557억 원에 그쳤다.
그룹 내 최고 '재무통'이란 이 사장의 별명이 무색할 정도다.
이 사장은 1985년 포항종합제철에 입사해 자금기획팀장, 자금관리실 IR팀장 등을 거쳐 2008년 경영기획실장에 올랐다.
포스코건설에는 2013년 경영기획본부장(부사장)으로 옮겨왔고, 2014년 포스코 재무투자본부장 부사장을 지낸 후 2018년 3월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돌아왔다.
포스코 재무사(史)의 산 증인인 셈이다.
재무통이 건설회사 수장으로 갔지만 실적은 반토막.
최정우 그룹 회장이 이 사장 때문에 머리가 복잡한 건 실적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정동화 전 부회장의 수상한 재판기록
지난해 6월,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정동화 포스코건설 전 부회장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정 전 회장은 상고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2,018만 원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됐다.
정 전 회장 재판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등장인물이 발견된다.
한 조경업체로부터 공사수주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현금 1,000만 원과 34회의 골프접대 등을 받은 혐의가 있다.
이 조경업체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횡령금액이 적지 않다.“
이 조경업체는 거래처에 실제보다 부풀린 대금을 지급하고 나중에 되돌려받는 식으로 ‘장부외자금’을 조성했다. 무려 8억8,500만 원이다.
이 돈은 고스란히 포스코건설 임직원들에게 전달됐다.
■이구택과 이길택?
해당 조경업체는 이길택 씨가 대표로 있는 대왕조경이다.
2002년 대왕조경을 설립한 이씨는 포스코건설에서 시공하는 각종 아파트 건설공사와 환경 관련 공사 현장의 조경공사를 하도급 받았다.
2007년까지 연간 80억 원 수준이던 대왕조경의 매출은 2008년 100억 원을 넘더니 2013년엔 300억 원대로 뛰었다.
회사 성장에 포스코의 영향이 컸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길택, 이름에서 연상되는 인물이 있다.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
둘은 가까운 친척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은 2003년 포스코 회장에 취임해 2009년 회장직에서 물러나 상임고문으로 물러나고도 상당기간 '상왕' 못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대왕조경 성장기와 겹친다.
정준양 전 회장이 포스코 회장으로 부임한 후 정동화 전 부회장이 포스코건설 사장에 오른 시기다.
재판은 당시를 다루고 있다.
이구택 포스코 상임고문, 정준양 포스코 회장, 정동화 포스코건설 사장 체제.
그리고 이구택과 이길택.
■이영훈이 포스코건설 사장이 된 까닭?
당시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은 어디에 있었을까?
이 사장의 당시 행적을 추적해보면 충격적이다.
포스코 회장이 횡령·청탁 혐의 등을 의심받던 시기, 이 사장은 포스코 재무투자부문·전략기획 총괄부문 재무실장, 경영전략 실장 등 포스코의 요직을 맡고 있었다.
세 명의 전직 회장과 사장, 그리고 전직 회장과 친척관계인 협력업체 대표.
그리고 그들의 비위.
당시 재무담당자는 사건 발생 후 포스코건설 사장에 올라섰다.
최정우 회장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