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누군가는 노화 속도가 빠르고 누군가는 느리다. 주민등록상의 나이와는 다른 신체 나이의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되는 다양한 요인들을 살펴보고 건강관리의 방향을 생각해보자.
스트레스 유발 인물 멀리해야
빨리 늙고 싶지 않다면 설탕 섭취를 자제하자. 과도한 설탕 섭취가 체내 단백질이나 지질에 당이 부착되는 이른바 당쇄화를 일으켜 노화를 가속화하고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최근 장수 의학 전문가들은 단백질과 당의 화학 반응으로 생성되는 ‘최종당화산물(AGEs)’을 노화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당독소’로도 불리는 이 물질은 체내에서 단백질과 당이 결합해 생성되며, 식품 열처리 가공 공정 중 만들어지기도 한다. 또, AGEs는 체내 단백질의 구조에 영향을 주어 효소 기능을 떨어뜨리며, 세포 내 염증 반응을 촉진한다.
특히, 단백질이나 지질에 당이 부착되는 당쇄화는 근육과 장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겉으로는 피부 콜라겐에 영향을 주어 주름을 만들고, 신체 내부적으로는 관절과 근육, 연골 조직의 구조를 변화시킨다. 장기간 노출시 뇌 혈관에도 영향을 주어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신건강과도 관련이 깊다. 주변에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 몸의 노화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그런 사람이 가족일 경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주변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정신적 부담을 주는 이른바 ‘헤슬러(hassler)’와 가까이 지낼수록 세포 노화 속도가 평균보다 약 1.5% 빨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행동과학에서 헤슬러는 주변 사람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거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인물을 가리키는 용어다. 연구에 따르면 달력 기준으로는 같은 1년이 지나더라도 이런 관계 속에 있는 사람의 세포는 약 1.015년치 노화를 겪는 셈이다.
연구진은 미국 인디애나주의 건강 조사에 참여한 2,000여 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최근 6개월 동안 자신의 인간관계를 돌아보며 주변에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는지, 또 현재 건강 상태는 어떤지 등을 평가했다.
또한,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침 샘플을 수집해 후성유전학적 지표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생물학적 노화 속도와 건강 상태, 장기적인 질병 위험 등을 추정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 헤슬러로 인한 스트레스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직장 내 차별처럼 널리 알려진 만성 스트레스 요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세포 손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화 속도가 빨라질 경우 염증 반응이 증가하고 면역 기능이 약화되며 심혈관 질환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특히, 헤슬러가 가족일 때 영향은 더 크게 나타났다. 연구에서는 부모나 자녀가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 경우 세포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상대적으로 컸다. 실제로 가까운 관계에 헤슬러가 한 명 이상 있다고 답한 비율은 약 30%에 달했다. 여성은 남성보다 주변에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더 높았다.
외국어 사용, 뇌 기능 유지에 긍정적
다양한 언어 사용이 노화의 시계를 늦추는 비밀일지도 모른다.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의 아구스틴 이바녜즈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은 유럽 27개국에 거주하는 평균 연령 66.5세의 8만 6,149명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실제 나이와 건강 상태, 생활 습관을 바탕으로 예측한 나이의 차이를 나타내는 ‘생체행동적 연령 격차(biobehavioral age gap)’ 지표를 활용해 노화 속도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단일 언어 사용자가 가속 노화에 해당할 가능성이 다언어 사용자보다 약 43% 높았으며, 이러한 차이는 연령, 교육 수준, 신체·사회적 요인을 보정한 이후에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유지됐다. 연구진은 다언어 사용이 노화를 늦추는 구체적 원리를 규명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러 언어를 전환하며 사용하는 과정에서 기억력과 주의 전환, 실행 기능 등 다양한 인지 기능이 동시에 활성화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인지 자극이 장기간 축적될 경우 뇌 기능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회적 불평등, 정치적 불안정 같은 요인 또한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블린 트리니티대 국제뇌건강연구소(GBHI) 등 공동 연구진은 ‘글로벌 노출체(Exposome)’ 분석 틀을 활용해 사회·정치·환경 요인이 노화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 40개국 16만여 명을 대상으로 개인의 실제 나이와 건강 상태, 인지 능력, 교육 수준, 신체 기능, 심혈관계 위험 요인 등을 종합해 예측한 나이와의 차이를 ‘생체·행동 연령 격차(BBAG)’로 계산했다. 격차가 클수록 노화가 빨라진 것으로 평가했다.
분석 결과, 거주 환경에 따라 노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으며 이는 인지 저하와 일상 기능 상실 위험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중국·인도·이스라엘 등 아시아 4개국은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보다는 노화 속도가 느렸지만 대체로 유럽보다는 노화가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연구진은 대기질 악화와 같은 물리적 환경, 경제·성별 불평등과 이주 같은 사회적 조건, 정치 참여 제약·불공정 선거·민주주의 약화 등 정치적 요인이 노화를 앞당기는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타고난 신체 기능의 차이가 노화의 속도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스위스 제네바 대학교와 로잔 대학교의 연구진은 30~60대 성인, 80대, 100세 이상의 혈액 샘플을 비교 분석한 결과 100세 이상 장수한 이들의 혈액에서 젊은 층들과 매우 유사한 37개의 단백질을 발견했다.
이 가운데 5가지 단백질은 산화 스트레스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화 스트레스는 활성 산소의 생성과 분해의 불균형을 의미하며 노화를 가속화하고 암, 당뇨병,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장수한 사람들은 산화 스트레스를 억제하는 항산화 단백질 수치가 낮은 특징을 보였다.
연구를 진행한 칼 하인츠 크라우제 제네바 대학교 교수는 100세 이상 노인들은 표준 노인 인구보다 항산화 단백질 수치가 현저히 낮았다고 밝혔다. 산화 스트레스 자체가 낮기 때문에 이를 조절하는 데 필요한 항산화 단백질도 적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당뇨와 노화의 원인으로 알려진 인슐린 조절에도 특화된 모습이었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 GLP-1을 분해하는 단백질인 DPP-4 또한 그대로 남아있었다. 연구진은 GLP-1을 분해함으로써 인슐린 수치를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할 수 있어 여러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