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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직론직설

【박성태 칼럼】 코스피 8,000 시대의 역설, ‘11%’만 초대받은 그들만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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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시장이 역사적인 대기록을 작성했다. 지난 5월 26일 코스피 지수는 종가 기준 8,047.51을 기록하며 대망의 8,000고지를 넘어섰고, 그 기세를 몰아 5월 29일 8476.1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외 언론은 코스피 지수가 8,000선을 넘기는 날, 대한민국 증시의 시가총액 규모가 세계적 금융강국인 영국을 제치고 세계 7위로 도약했다며 대서특필했다. 가히 눈부신 속도다. 지난해 10월 말 4,000선을 돌파한 이후 올해 1월 5,000선, 4월 6,000선, 5월 초 7,000선을 차례로 정복하더니, 불과 13거래일 만에 8,000선마저 돌파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숫자만 보면 증시활황으로 국민 모두가 상당한 수익을 거둔 듯 하다. 하지만 화려한 전광판 뒤에 숨겨진 서민들의 삶과 투자 현장의 실상은 전혀 다른 언어로 쓰여진다. 이번 증시 급등은 전 세계를 휩쓴 AI 반도체 열풍 속에서 우리 증시 시총의 약 50%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른바 ‘삼전·닉스’ 두 종목이 불과 반년 사이에 3~4배 폭등한 데 기인한 ‘철저한 착시’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연일 주식시장이 급등했고, 투자자들이 막대한 부를 거머쥔 것처럼 보도하지만, 이는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실제로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2,800여 개 종목 중 70~80% 정도는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거나 제자리를 맴돌았다. 무차별적인 급등락 장세 속에서 대다수 개인 투자자는 손실을 감수하거나 미미한 수익에 만족해야 했다.

 

한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이번 폭등장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전국민의 11.3%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민국 주식 투자자 수는 1,442만 명으로 전체 인구 5,112만명의 약 28% 수준이다. 이들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한 이들은 주식투자자의 약 40%인 576만 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결국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며 ‘그들만의 잔치’를 벌인 국민은 전체의 10분의 1 남짓한 셈이다. 10명 중 9명의 국민은 이 화려한 축제의 초대장을 받지 못한 채, 담장 너머로 남의 집 잔치 구경만 하며 상대적 박탈감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주식계좌보고 흐믓한 마음이면 1번을 찍으라.” “1,000만원이던 계좌가 3,000만원이 되었다” 는 등의 발언은 대다수 국민들의 상처난 가슴에 소금뿌리는 듯한 자가당착 발언이었다.

 

문제는 이 박탈감이 자본시장을 넘어 노동 현장과 일상으로까지 전염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반도체 황금기를 맞아 전자부품업 상용직의 월평균 임금총액이 2,500만 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 카드를 지렛대 삼아 쟁취해 낸 역대급 성과급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이 ‘억대 연봉 잔치’는 수많은 직장인들과 국민들을 심각한 포모족(FOMO·소외 불안 증후군)으로 전락시켰다. 이제 대중은 그들의 성공을 부러워하기보다 질시하고 냉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노동의 가치가 땀이 아닌 ‘어느 부서, 어느 업종에 속해 있느냐’라는 우연에 의해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전·닉스의 그들만의 잔치는 우리 사회에 무거운 화두를 던진다. 본격적인 AI 시대가 도래했을 때 기술이 가져온 유토피아의 결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그리고 구조적으로 양산될 포모족과 소외 계층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AI와 피지컬 AI(로봇)가 결합하여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면, 반도체나 초일류 IT 기업 종사자들만이 부와 성과를 독식하게 될 것이다.

 

반면 수많은 평범한 노동자들은 직업을 잃거나 하층 노동으로 내몰리며 대규모 포모족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며, 정부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코스피 8,000 시대라는 화려한 수식어는 위태로운 양극화의 탑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 11.3%의 축제가 지속 가능하려면, 나머지 88.72%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회적 연대와 정책적 지혜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남의 집 잔치의 구경꾼이 된 국민들의 가슴속 박탈감을 방치한다면, 우리가 마주할 미래는 복지의 천국이 아니라 질시와 갈등으로 가득 찬 디스토피아일 뿐이다.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는 명확하다. 정부는 자본주의의 꽃인 증시의 고른 성장과 AI시대의 성공적 관리 성과로 얻은 재원으로 소외 계층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할 인프라를 구축하고, AI 시대에 걸맞은 재교육 시스템을 제공하여 노동자들이 새로운 생태계에 자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세계적인 반도체 업종 활황이 마치 정부의 치적인 냥 떠벌이는 대신 말이다.

 

글쓴이=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배재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졸업 행정학  박사   

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 국장  

전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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